전통회화의 근원 한국의 단청

홍창원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우리나라에서 단청(丹靑)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문헌은 「삼국사기三國史記」 솔거 조에서 나타나는데 솔거를 착화자(着畵者)라 일컫고, 그가 그린 황룡사 노송그림을 화노송(畵老松)이라 하였다. 여기에서 단청은 화(畵)와 같은 뜻으로 사용되었다.
단청이란 청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을 기본으로 각 색을 배색(配色)하여 간색(間色)을 만들어 집의 천장, 기둥, 벽 등의 건축 가구부재(架構部材)에 여러 색깔로 문양과 그림을 그려 넣는 것과 조형품, 공예품, 석조건축, 고분, 동굴 등에 채화(彩畵)하는 경우 등 회(繪), 화(畵)의 개념을 통틀어서 하는 것이다.
건축물에 단청이 필요하게 된 요인은 다음의 네 가지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첫째, 건축물의 영구 보존을 위한 목적이며 둘째, 재질의 조악성(粗惡性)을 은폐하기 위한 방법이며 셋째, 궁전 위풍과 또는 법당의 화엄장엄(華嚴莊嚴)을 위한 목적이며 넷째, 기념물적인 성격으로서 전시, 기록을 위한 목적이다.
안료(顔料)란 물이나 기름 등에 녹지 않는 광물질 또는 유기질의 착색제로 접착제와 혼합하여 건축부재의 바탕면에 칠하면 도막(塗膜)이 형성되어 조형물의 보호와 함께 아름다운 색채를 띄게된다. 단청시공의 전통안료는 한반도에 다양한 색상이 매장되어있지 않았으므로 조선시대에는 천연의 무기안료로서 단청공사를 실시하여 왔다. 여기에 사용되는 안료는 직접 만들거나 중국이나 서역(西域)으로부터 수입하여 사용하였으며 20세기 초반부터는 화학안료를 수입하여 병행하여 사용하였음이「창경궁수리도감의궤昌慶宮修理都監儀軌」, 「중화전영건도감의궤中和殿營建都監儀軌」등에 기록되어있다.
그 내용을 보면 인조 때 광해군 시절 조성한 인경궁을 해체하여 그 재목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창경궁 보수공사를 시행한 내용이 있는데, 사용한 색을 분석해 보면 거의 대부분 본소(本所)에서 무역을 하여 공급한 것을 알 수 있다. 적색계의 안료 중 주토는 한때 황해도에서 공급하여 사용하였지만 당주홍은 중국에서 전부 수입하여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당하엽, 삼록, 청화, 향하엽은 모두 무역에 의존하고 있다. 「중화전영건도감」 이후로는 의궤에 보다 상세하게 가칠, 단청, 처마, 연목, 창호부분 등으로 구분하여 기록되어 있다. 중화전 가칠부분에서는 뇌록과 석자황을 주로 사용하였다. 본격적으로 서양에서 안료를 수입한 것이 나타났다. 현재 단청의 색명으로 표현되는 장단, 양청, 양록은 19세기말부터 사용된 용어임을 알 수 있다.
2008년 2월 10일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숭례문 화재 참사가 일어났다. 이후 숭례문 원형복구에 대하 많은 논의를 하고 진척이 이뤄지고 있다. 숭례문 복구단청 역시 활발하게 조사연구를 진행한 결과, 현재까지 조사된 단청은 조선후기부터 현재 남아있는 1988년 최종단청까지 각각 양식이 다른 단청으로 조사되었다. 수차례의 회의결과 숭례문 창건이 조선초기인 1398년 건물인 것을 감안하여, 조선초기 단청과 유사한 1963년 단청문양 중심으로 시공하기로 하였으며, 안료는 조선후기 및 이전에 사용하였던 전통안료의 색상을 조사하여 사용하기로 하였다. 숭례문 단청을 복원하기 위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통안료를 조사하였으나 한국에서 생산되는 전통안료는 아쉽게도 극소수였다.
교착제는 전통적으로 만들어진 아교로 하고 한국, 중국, 일본의 전통안료를 각각의 색상을 구분하여 송판에 채색하였으며(한국단청연구소), 송판의 채료는 아황산가스, 습도, 내광성 등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조사하였다(국립문화재연구소). 또한 숭례문현장에서 몇 차례의 실험과 회의를 통해 생산 국가 구분 없이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각각의 색상을 선정해 숭례문 복구단청을 마무리 하였다.
전통안료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원석인데 원석은 대체적으로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에 원석 매장되어있다. 한국을 비롯하여 각국은 원석을 수입해서 가공하여 판매하고 있다. 원석을 가공하는 기술은 원석 못지않게 중요하다. 일본의 경우 수백 년 전부터 이어져오는 전통안료 생산과정이 맥이 끊어지지 않고 현재까지 유지 되고 있기 때문에 원석 가공기술이 우수하였다. 닛코에 동조궁(일본의 센고쿠를 통일하고 에도 막부를 세운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위패를 모신 사당)은 1636년의 단청문양과 기법을 약 20~40년마다 새롭게 단청시공을 하는데, 약 십여 명의 화공이 지속적으로 단청작업을 통해 이전의 단청문양, 전통안료, 전통아교의 전통기법 을 유지한다고 한다. 즉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통재료를 사용할 수 있는 수요 공간이 제공되어야 안료, 아교 등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유지될 수 있다.
현재 국내에 전통안료 재현을 위해 노력하는 회사들이 있다. 시간과 경비를 투자해서 연구를 하고 있지만 판매할 곳이 마땅치 않아 더 많은 투자를 못하고 있어 전통안료와 아교의 생산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숭례문 전통기법의 복구를 계기로 전통기법의 유지와 전통재료 재현을 위해 최소한 화공 십여 명이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전통재료만으로 지속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중요문화재 건물을 연차적으로 선정하여 문화재 보존의 참 의의인 문화재 원형보존과 보수가 이뤄질 수 있는 토대가 이뤄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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