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시비 때문에 앞수갑 채웠더니.. 10대 절도범, 경찰서 정문으로 도주

30일 오후 4시쯤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이모(17)군이 서울 마포경찰서 정문을 빠져나왔다. 이군은 지하철에서 취객의 스마트폰과 스마트폰 케이스를 훔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지만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조사하던 경찰관이 자리를 비운 사이 경찰서 4층 구석에 있는 여성청소년과 사무실을 나와 계단을 내려온 다음, 형사과 사무실이 있는 경찰서 1층을 유유히 지나갔다. 의경 2명이 지키던 정문도 무사통과했다. 의경들은 "노란 머리 남학생이 뛰어가는 모습을 봤지만 피의자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수갑까지 찬 이군이 의심받지 않고 도주할 수 있었던 것은 이른바 '앞수갑'을 찬 상태였기 때문이다. 손을 앞으로 모은 채 수갑을 채우는 앞수갑은 균형 잡기도 쉽고 옷으로 수갑을 가리기도 쉽다. 마포경찰서 경찰관은 "'뒷수갑'을 채웠다면 뛰어가는 자세가 뒤뚱거리고 수갑을 숨기기도 어려워 도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어느 경우에 반드시 뒷수갑을 채워야 한다고 규정한 매뉴얼이 없는 데다 인권 침해 진정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웬만하면 앞수갑을 채우고 있다. 너무 탄탄하게 채우는 것도 시빗거리가 돼 부담스러워한다. 범죄자들은 이런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지난해 수갑을 풀고 달아난 '자매 성폭행범' 노영대도 앞수갑을 헐겁게 채운 상태였다.
최근 3년간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경찰 관련 침해 사건 중 수갑 관련 진정 사건 비율은 2010년 9.3%에서 올해 27.2%로 크게 늘었다. 지난 28일 국가인권위에서 열린 '수사기관 수갑 사용 적정 기준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정상영 인권위 기획조사팀장은 "수갑 찬 사람이 움직여 수갑이 저절로 조여지거나 자해 목적으로 일부러 조이는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이중 잠금 원칙과 앞수갑 사용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범죄 전문가들은 '앞수갑 원칙'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박경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갑은 체포된 사람을 확실히 제압하고 도주를 막기 위한 것인데 앞수갑은 효과가 반감된다"며 "피의자 인권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안전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 보스턴시는 '손바닥이 바깥으로 향하도록 손을 모으고 엄지손가락을 세운 채 손목뼈와 1인치 공간을 남겨두고 수갑을 채울 것'이란 상세한 수갑 사용 매뉴얼을 운용하고 있다.
31일 오후 3시 40분쯤 서울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검거된 이군은 수갑을 풀어버린 상태였다. 경찰은 이군이 어떻게 수갑을 풀 수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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