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유령마을' 된 안양 덕천 재개발 지구 우범지역 전락

【안양=뉴시스】이승호 기자 = 4000세대가 넘게 살던 마을이 1년여 만에 '유령마을'이 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택재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경기 안양시 안양7동 덕천마을이 보상 지연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해 마을 전체가 폐허로 방치된 채 우범지역으로 전락했다.
15일 오전 10시께 찾은 덕천마을. 사업지구는 안양7동 주민센터를 기준으로 북쪽 25만7500㎡로 대단지였다.
이곳에 살던 4340 세대는 2011년 12월부터 이주를 시작해 현재는 개발반대와 보상 현실화 등을 요구하는 320여 세대(주민등록 기준)만 남아 있다.
해가 중천인데도 마을은 마치 전쟁이 휩쓸고 간 폐허를 방불케 할 정도로 을씨년스러웠다.
마을 한복판에 자리한 덕천시장. '덕천시장'이라고 적힌 아치 모양의 게시판 아래는 재개발 반대 주민이 걸은 원색적인 구호의 현수막이 나부꼈다.
아치 옆 3층짜리 상가건물에는 지물포와 당구장, 태권도장 간판이 그대로 걸려 있었다. 상가 안쪽에 미처 치우지 못한 소파와 탁자 등 집기들이 깨진 유리와 함께 나뒹굴었고, 벽과 천장에서 뽑혀 나온 전선이 즐비했다.
이곳에서 400여m 떨어진 태평로8번길. 안양7동 39번지 일대 골목길 안쪽으로 10여 세대가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다가구 주택 7채가 나왔다. 빈집마다 대문과 방문은 열려 있었고, 깨진 유리와 집기가 바닥을 가득 메웠다. 누군가가 들어와 있어도 외부로는 노출되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데도 이곳의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은 골목길 초입에 설치된 '안전제일'이라고 적힌 두 개의 테이프뿐이었다.
지어진 지 8년 만에 철거될 처지가 된 7층짜리 상가형 아파트 기연홈타운도 상황은 마찬가지. 1층 상가에 있던 횟집 등 점포는 모두 이주해 깨진 어항과 유리창만 나뒹굴었고, 전체 24세대 가운데 3세대만 남아있는 아파트는 곳곳이 문이 열린 채 방치돼 있었다.
잠긴 문을 강제로 연 흔적들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고물 수집상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5층짜리 정동아파트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이곳에서는 한 달 보름 전인 지난해 12월27일 재개발을 반대하며 홀로 지냈던 한모(57)씨가 백골 시신으로 발견됐다. 시신이 모두 부패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집마다 빈 채로 방치돼 있어 발견이 늦었다.
이 아파트는 전체 40세대 가운데 모두 떠나고 숨진 한씨까지 5세대가 살았다. 한씨의 집 대문은 파손돼 누군가 강제로 문을 연 흔적이 있었다. 옆집 대문도 마찬가지였다.
6층짜리 은하아파트 2층에서도 최근 시신이 발견됐다.시신은 이 곳 주민이 아니라 추위를 피해 들어왔던 노숙인(36)이었다.
덕천마을 일대는 이처럼 폐허로 1년 넘게 방치되면서 범죄나 청소년들의 탈선, 노숙인들이 머무는 곳으로 우범화됐다.
현재 LH가 고용한 관리업체 직원 10명이 5명씩 주·야간 순찰을 하지만, 부족한 인력 때문에 빈집까지 모두 확인하지 못하고 차량으로 순회하는 수준이다.
인근 지구대 순찰차량 2대도 교대로 이곳을 돌지만, 곳곳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 김경련(65·여)씨는 "대낮에도 이렇게 을씨년스러운데 해질 무렵이면 집밖에 나오지 못할 정도"라며 "마을 전체가 폐허로 방치돼 있어 범죄가 일어나도 이 곳은 무방비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LH는 일부 구간에 대한 사업변경을 추진, 철거는 물론 사업 자체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LH는 50평형과 40평형 아파트를 30평형대로 줄이는 변경안에 대해 해당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다.
주민이 이에 동의해도 관리처분인가를 다시 받는 등 행정절차를 처음부터 밟아야 해 사업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곳에 대한 관리대책은 없는 상태다.
LH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철거 작업을 마칠 예정"이라며 "사업변경은 올해 안에 절차를 마쳐 더이상의 사업 지연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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