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정의 베이스볼 토크] 2012 깜짝 저니맨 조영훈 'NC 이승엽'을 꿈꾸다

한 시즌 두 번이나 유니폼을 바꿔 입는 얄궂은 운명을 경험했기 때문일까? 조영훈(31.NC)의 눈가 주름이 왠지 더 또렷해진 듯 했다.

속초상고 졸업 당시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1순위로 삼성의 지명을 받았던 조영훈은 이후 건국대에 진학, 대학대표 4번 타자로 명성을 얻었고 2005년 삼성에 입단해 지난해 6월까지 8시즌을 보냈다.그러나 6월 말 김희걸과 맞트레이드로 KIA에 이적 되는 변화를 경험했다. 그동안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하며 1.5군에 머물렀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어 그는 새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그런데 호랑이 군단 일원이 된 지 5개월도 되지 않아 이번엔 제 9구단 NC의 특별지명을 받아 다시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다.프로에 발을 디딘 당시 그는 기대주였다. 부드러운 스윙과 1루와 외야 수비를 겸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성실함이 큰 무기였다.

지난 15일 미국 애리조나로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NC 선수단 속에서 그를 만났다. 3년 연애 끝에 작년 12월 가정을 꾸린 탓이었을까? 정장 입은 모습에서 왠지 모를 가장의 향기가 풍겨왔다. [이하 인터뷰 전문]

-전훈에 나서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출국 소감을 전한다면

"이번엔 최대한 재미있게 즐기면서 야구를 하고 싶다. 팀이 젊어서 분위기가 활기차고 좋다. 그동안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에 스트레스 받고 너무 얽매여 지냈던 것 같다. 편하게 풀어 제치고 여유 있게 훈련에 참가하고 싶다."

-큰돈을 들여 영입한 만큼 구단이 본인에게 바라는 기대가 클 것 같은데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계시는 지 잘 모르지만 해오던 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야구를 즐기면서 하겠다고 해서 열심히 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열심히 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다만 심리적으로 압박 받지 않고 편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이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 팀과의 궁합도 중요한데 NC는 어떤 것 같나?

"감이 좋다. 구단에서도 잘 챙겨주고 김경문 감독님 역시 선수들을 보듬어 잘 이끌어 주신다. 가급적 많은 기회를 주시려고 하시는 것 같다. 여기 오니까 내가 어느새 중고참 선배의 위치더라(웃음) 내 자신만 챙기려 하기 보단 어린 선수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의식도 생긴다. 그동안은 선배 눈치 보고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선 훨씬 자유로워졌다. 전체적으로 모든 것이 편해졌다."

-입단 7년이 넘었는데도 눈치봐야 하는 상황인가?

"대선배들이 계셨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랬다. 운동 외적으로 규율이나 선후배간의 관계 등도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안 그래도 서울 올라오면서 (김)종호와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캠프를 떠나는 건 처음' 이라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웃음) 이전까진 전훈을 앞두고 왠지 모르게 답답하고 심란하고 이유 없이 잔걱정이 마음 한 구석을 짓눌렀었는데 지금은 편하고 홀가분하다."

-부상 혹은 중도하차 그런 부분에 대한 걱정, 부담감이 때문이었나?

"부담까지는 아닌데 워낙 선수층이 탄탄하다 보니까 늘 머릿속이 복잡했다. 왠지 모르게 쫒기는 마음, 따라가야 한다는 조급함 그런 것이 항상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은 그런 상태가 아니라는 건 아니다. 와보니 여기도 만만치 않다. 아직 정해 진 게 없다. 하지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기대? 희망이 보인다. 그것만으로도 해보자 하는 의욕이 생긴다. 아마 나 뿐 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모두 그럴 것이다."

-이젠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은 것 같다.

"아직 뚜껑을 열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지만 일단 느낌이 좋다. 작년에 너무 심하게 맘고생을 했다. 여기까지 오려고 그런 힘든 과정을 거친 게 아닌가 싶다. 올해는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역시 1루가 아닐까 싶은데.....

"주포지션은 1루지만 현재 외야 연습도 병행하고 있다. NC가 창단팀이라고 해도 경쟁을 쉽게 생각해선 안 될 것 같다. 와서 보니 좋은 선수들이 많더라(웃음) 어디나 경쟁은 존재한다. 일단 1루를 목표로 잡고 있지만 상황에 맞춰 따라야 할 것 같다."

- 여러 팀에서 선수들이 모였는데 원래 친했던 선수들도 있나?

"(김)종호를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말 진짜 안 듣는 후배인데(옆에 있던 김종호 선수를 바라보며) 또 만났다. 인연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같은 팀에 있었으니까 여기 와서도 함께하는 편이다. 가장 인상적인 선수라면 우리 주장님(이호준)이 아닌가 싶다. 선수들을 통솔하고 이끄는 능력이 장난 아니다(웃음). 강압적이지 않으면서도 뭔가 끄는 힘이 있더라. 우리는 주장님 말씀만 잘 듣고 따르면 된다(웃음)."

-신생팀 주장 자리가 쉽지 않겠지만 은근 매력적이지 않나 싶은데...

"난 고등학교 대학을 거치면서 한 번도 주장을 맡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호준 선배님은 팀에 처음 모인 자리에서 '난 주장하고 싶다'라고 말씀하시더라. 은근 카리스마 있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솔직히 내가 리더쉽이 없는 건 아닌데 앞에 나서는 것 자체를 꺼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호준 선배처럼 멋진 주장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처음 들었다.

- 올 시즌 NC가 어떤 성적을 낼 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 같은데...

"아직 모르는 일 아닌가? 하지만 삼성에서 KIA로 다시 NC로 몇 번씩 유니폼을 갈아입으면서 지금까지 내가 큰 어려움 없이 야구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여기가 내 마지막 팀이라는 주인의 자세로 보탬되는 선수가 되겠다."

웃는 모습 속에서 이승엽의 이미지가 느껴진다는 기자의 말에 조영훈은 ' 그런 얘기 숱하게 들었다. 닮은 만큼 야구도 그렇게 잘하면 좋겠다'라는 후렴구를 빼먹지 않고 들었다며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삼성 이승엽 같은 존재가 되길 되지 못할 건 또 뭔가? 새신랑의 건투를 빌어본다. "조영훈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