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인근에서 만난 세 친구 이야기 ②지바현,맛 VS 맛
TRAIN 일본 자유여행
●공항 인근에서 발견한 보석지바현
나리타▶가장 가까이 있었던 너
지바현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 준 적이 있었던가. 고작 그의 별명에 가까운 '나리타 공항'만을 읊조렸을 뿐이다. 찬찬히 뜯어본 지바현은 달랐다. '왜 도쿄만을 고집했던가'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거창하지 않게 조용히 해외로 떠나고 싶을 때, 나리타행 비행기 표를 끊으리라. 뒤늦게 만난 너를 어찌 잊으리.
나리타공항에서 철도로 한 정거장이면 나리타역에 닿았다. 역에서 똑바로 걸어가다 왼쪽으로 살짝 몸을 돌렸을 뿐인데, 생경한 풍경이 펼쳐졌다. 가파르게 몸을 드러낸 내리막길에는 아기자기한 전통 기념품, 화과자, 술, 차 등이 여행객을 사로잡는다. 길은 나리타산 오모테산도라 불렸다.
비스듬한 길 중간에 들어선 2층짜리 장어덮밥 전문점에는 유독 사람이 붐볐다. 1925년 문을 연 가와토요본점이다. 가게 입구에 앉은 장인은 펄떡이는 장어의 머리를 탁 잡고는 칼집 한번으로 장어를 손질했다. 마치 기계의 동작과 같은 그의 손놀림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가와토요본점은 나리타가 장어덮밥으로 유명세를 탈 수 있게 한 일등공신이었다. 입구에서 장어를 바로 손질해 찌고 굽는 '원스톱' 시스템을 자랑한다. 장어덮밥은 소박하다. 그저 하얀 쌀밥에 장어구이 몇 점이 덮여 나온다. 입 안을 가득 채운 밥알 틈을 비집고 부드럽고 짭조름한 양념이 스며 들었다.
오모테산도가 끝나는 지점에 나리타산 신쇼지가 버티고 서 있다. 일본에서 만나는 신사는 항상 그런 모습이었다. 현세의 복을 비는 일본인 특유의 종교관 때문인지 신사는 붐비는 도심 속에 안겨 있었다. 계단을 오르자마자 서 있는 2개의 불상이 재밌다. 오른쪽 불상은 '아' 하고 입을 벌리고, 왼쪽 불상은 '응' 하고 입을 다물었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아' 하고 소리 내지만 죽을 때는 '응' 하고 입을 닫는다는 심오한 의미다. 나리타산 신쇼지의 대표 신인 부동명왕은 왼손에 줄을 들고 오른쪽에 공구를 들고 있다. 부동명왕은 나쁜 인연을 끊어 주고 대신 복을 가져다 준다. 이 신사의 절정은 평화의 탑이다. 1984년 당시 세계 각지의 저명인사가 평화의 메시지를 타임캡슐에 담아 봉해 두었다. 타임캡슐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날은 2434년.

나리타산 신쇼지는 우아한 공원과 하나를 이룬다

일본인은 신사를 찾고 현세의 복을 빈다

웅장한 평화의 탑 내부에는 평화의 메시지가 담긴 타임캡슐이 숨어 있다. 타임캡슐이 열리는 날은 2434년이다
사쿠라 & 사와라작은 에도로의 회귀
사와라와 사쿠라는 지바현 여행의 최대 수확이다. 접근성으로 따지면 나리타가 제일이지만, 고유의 멋은 오히려 사와라와 사쿠라가 앞선다.사쿠라 여행은 자전거로 시작된다. 사쿠라역 바로 앞의 관광정보센터에서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자전거를 빌리는 돈은 단돈 500엔. 바퀴가 힘차게 구르며 처음 달리는 곳은 대개 홋타저택이다. 홋타는 사쿠라의 마지막 번주로 그의 집은 국가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무사의 집은 주인의 출세 정도에 따라 평수와 현관문의 형태 등이 달라진다. 홋타저택을 시작으로 그 옆에 나란히 들어선 무사의 집은 모두 홋타보다 계급이 낮았던 사람이 살았던 집이다. 외관만 봐도 신분의 차이를 짐작할 수 있다. 사쿠라 비탈길에서는 경사를 따라 떠다니던 바람이 나지막한 소리를 내며 귀를 간질인다.
사와라의 역사는 '강'에서 시작했다. 마을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오노가와는 예로부터 물자를 수송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쌀이며 간장이며 술이며 이 강을 따라 도쿄로 흘러 들어갔다. 이제 배는 물자를 수송하는 일을 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강 위에서 뱃놀이를 즐겼다. 뱃놀이가 끝나는 지점 바로 위가 일본에서 최초로 측량지도를 제작한 이노 타다타카의 생가다. 50세가 넘어 홋카이도에서부터 측량을 시작한 그는 71세가 돼서야 일본 전국을 다 돈다. 그가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뜬, 3년 뒤 일본의 전국 지도가 탄생한다.
T clip.지바현 관광정보 www.chiba-tour.jp/kor나리타산 신쇼지 찾아가는 길 JR 나리타역 하차문의 www.naritasn.or.jp0476-22-2111사와라 찾아가는 길 JR 사와라역 하차문의 www.kimera-sawara.co.jp0478-55-9380 뱃놀이 요금 1,200엔사쿠라 찾아가는 길 JR 사쿠라역 하차문의 www.city.sakura.lg.jp043-483-2390가와토요본점 추천메뉴 장어덮밥 2,200엔문의 www.unagi-kawatoyo.com
사쿠라역SakuraStaion 가는 길▶나리타공항→(나리타선 45분) 사쿠라역 ▶하네다공항→(도쿄 모노레일 20분) 하마마추초역→(야마노테선 2분) 심바시역→(소부선 혹은 요코수카선 50분) 지바역→(소부선 20분) 사쿠라역▶신주쿠역→(추오선 15분) 도쿄역→(나리타선 60분) 사쿠라역

무사의 저택을 둘러보다 만난 사쿠라 비탈길. 대나무 숲의 사각거리는 바람 소리가 압권이다

홋타저택은 국가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작은 '에도시대'라 불리는 사와라에서는 뱃놀이를 즐길 수 있다
●맛 VS 맛일본여행은 식후경食後景

나스 전통 나스벤나스 지방에는 구미호 전설이 내려오는 터라 이 지역 사람들은 숫자 '9'에 유독 집착했다. 나스벤도 마찬가지다. 나스벤은 9개의 식당에서 판매 중이며, 밥과 반찬의 개수도 총 9가지다. 나스벤 전문점 요이치는 바삭바삭한 흰 파 튀김, 호두와 된장이 섞인 두릅 무침, 시금치 완당, 부드러운 와규를 내왔다. 후식으로 나오는 딸기 푸딩은 일품이다. 참고로 도치기현 딸기는 일본 각지에서 판매될 정도로 인기있는 특산품이다.요이치 I 나스벤 1,200엔문의 0287-76-3486
우츠노미야시 교자도치기현의 도청이 소재한 우츠노미야시는 사실 관광지로서 특성이 별로 없다. 이 때문에 우츠노미야 주민은 1985년부터 "교자를 지역 의 대표 음식으로 만들자"고 정하였고 그해 교자 축제를 벌였다. 이곳의 교자를 먹기 위해 오키나와에서 찾아올 정도라고. 기자가 찾은 식당 고라쿠는 교자 전문점 30곳의 교자를 한곳에 모아 판매하고 있었다. 5명이 다양한 교자를 체험해보기 위해 12접시를 시켰는데, 한 접시당 평균 6개의 교자가 담겨 있으니 교자 총 72개를 먹은 셈!고라쿠 I 교자 접시당 260~580엔 문의 www.gyozakai.com028-614-5388
평가I 평소 편식을 하는 기자도 나스벤의 야채는 맛있게 먹었다. 교자는 이색적인 체험이었으나 종류에 따라 맛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스벤은 나스에서만 먹을 수 있으니 더 높은 점수를 준다.

나스목장의 우유 아이스크림도치기현 나스의 미나미가오카 목장 아이스크림은 쫀득쫀득하다. 개인적으로 느끼한 터키 아이스크림을 싫어하는데 이 아이스크림은 우유 맛이 진하면서도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 이 목장에서는 일본의 희귀 소가 뛰놀고 이 소에서 짜낸 우유는 여느 일본 우유보다 달콤하다. 아이스크림 맛의 비밀은 신선함에 있었다. 미나미카오카 목장┃추천메뉴 우유 아이스크림 500엔문의 www.minamigaoka.co.jp, 0287-76-2150
하네다공항의 말차 아이스크림밥보다 디저트가 좋다. 디저트 애호가라면 일본 여행 중 다이어트는 포기해야 한다. 하네다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당연히 기자의 눈에 띈 것은 아이스크림이었다. 그것도 말차抹茶 아이스크림! 녹차보다 강하고 깊은 맛을 자랑하는 말차! 하네다공항에 내리는 여행객이라면 4층 쿄-하야시를 놓쳐서는 안 된다. 1753년부터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온 내공은 대단하다. 말차 아이스크림과 쫀득한 떡, 달콤한 팥은 입 안에서 춤을 춘다.쿄-하야시 I 추천메뉴 말차 아이스크림 520엔, 말차 아이스크림+떡+팥 650엔 문의 www.kyo-hayashiya.com0120-8848-46
평가I 일본인마저도 사진기자와 나의 말차 사랑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심지어 동행한 기자는 말차와 전통 다기구를 사 왔을 정도. 편향된 취향 때문에 말차 아이스크림이 우유 아이스크림을 이겼다.
글 구명주 기자 사진 전은경 기자 취재협조 JNTO www.welcometojapan.or.kr, JED Japan Endless Discov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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