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상록수' 원경선 풀무원농장 설립자 타계

한국 유기농업의 상징인 풀무원농장의 설립자 원경선 원장이 8일 오전1시49분 경기도 부천 순천향대 병원에서 노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100세.
지난 1914년 평안남도 중화군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원 원장은 1955년 경기도 부천에 땅 1만평을 개간해 '풀무원농장'을 설립했다. 풀무원농장의 풀무는 대장장이가 쇠를 달구거나 녹이기 위해 불을 지피는 데 이용되는 기구로 사람도 풀무질이 필요하다는 그의 생각이 반영된 이름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원 원장은 1976년 경기도 양주로 농장을 옮긴 후 국내 최초로 화학비료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을 시작하면서 한국 최초의 유기농민단체 '정농회'를 설립했다. 2004년부터는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 새로 일군 풀무원농장으로 거처를 옮기고 농장 인근에 평화원 공동체를 세워 생명존중과 이웃사랑의 가치를 구현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이 같은 고인의 삶의 역정은 초∙중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그는 1989년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창립에 참여하고 빈곤타파 운동을 벌이며 이웃과 나누는 삶을 실천했다. 일찍부터 아프리카 기아 현장에 가서 구호 활동을 하고 그 참상을 기아대책을 통해 국내에 알림으로써 국제 기아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마련했다. 환경 보호와 보존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2년 녹색인상, 1995년 유엔 글로벌 500상, 1997년 국민훈장 동백장, 1998년 인촌상을 수상했다.
원 원장이 1961년부터 이사장을 맡으면서 '열린 교육'으로 이름을 떨친 경남 거창고등학교는 군사정권 시절 교육계와 마찰을 빚으며 3차례나 문을 닫을 뻔했다. 매번 그는 "타협하느니 차라리 학교 문을 닫는 것이 인격적으로 바른 교육이 된다"며 버틴 일화로 유명하다. 덕분에 '인간 상록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원 원장의 장남인 원혜영 민주통합당 의원이 1981년 창업한 풀무원은 연 매출 1조5,000억원이 넘는 한국의 대표 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원 의원의 고교∙대학 동기로 사업에 동참했다가 경영권을 넘겨받은 남승우 풀무원 총괄사장은 원 원장의 이웃사랑 정신을 이어받아 풀무원 브랜드 제품 매출액의 0.1%를 '지구사랑기금'으로 적립해 국내외 소외된 이웃을 돕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풀무원은 원 원장이 평생 실천해온 이웃사랑과 생명존중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충북 괴산의 풀무원 연수원인 '로하스 아카데미' 내에 원경선 원장 기념관을 설립하기로 했다.
유족으로는 장남 원 의원, 차남 혜석씨(미술가), 장녀 혜옥씨, 차녀 혜진씨, 삼녀 혜주씨, 사녀 혜덕씨, 오녀 혜경씨와 사위로 하중조씨(KT & C 엔지니어링 대표), 송영관씨(전 상명고 교사), 김창혁씨(회사원), 김준권씨(정농회 회장), 유진권씨(전 중앙일보 기자), 자부 안정숙씨(전 영화진흥위원장), 류정희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지는 인천시 강화군 파라다이스 추모원이다. 장례는 풀무원홀딩스 회사장으로 치러지며 장례위원장은 전성은 전 거창고등학교 교장이 맡았다. 영결식은 10일 오전9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다. (02)3410-6915
최인철기자 mich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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