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에너지 드링크, 에너지는 없고 카페인만"

최보윤 기자 2013. 1. 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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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젊은 층에 가장 인기있는 음료를 꼽으라면 레드불이나 핫식스같은 에너지 음료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밤샘 공부를 마다치 않는 고3 수험생들한텐 '필수품'이란 얘기까지 돈다. 지난 2010년부터 시장이 형성되면서 벌써 시장 규모만 1000억원대에 달한다. 현재 동서식품이 수입하는 '레드불'과 롯데칠성음료가 제조하는 '핫식스', 코카콜라의 '번인텐스' 등이 판매되고 있다.

에너지 음료의 성장세는 국내뿐만이 아니다. 세계 1위 에너지 음료인 레드불은 2011년 기준 46억3100만 캔을 팔아 2010년 대비 11.4%의 매출증가율을 기록했다. 코크·펩시 등은 한자릿수 성장에 그쳤을 뿐이다. 신흥지역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데, 2011년 성장률이 일본 62%, 프랑스는 35%,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지역이 34%, 터키 등 신흥시장국이 86%였다. 미국에서는 각종 에너지 음료가 100억 달러(약 10조6390억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러한 에너지 음료가 실제로는 카페인 효과를 제외하면 인체에 도움되는 효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즉 '에너지'라는 건 이름만 붙어 있을 뿐,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도 없고, 그나마 있는 카페인 효능도 커피를 마셨을 때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음료 업체들은 집중력 향상과 에너지 강화, 원기 회복 등을 내세워 마치 에너지 음료수를 마시면 기운이 번쩍 날 것처럼 광고한다. 예를 들어 레드불은 "당신에게 날개를 달아 드립니다", 몬스터 에너지는 "끝장나게 에너지 넘치는" 등의 문구로 자사 제품을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NYT는 "레드불 같은 경우는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타우린 등 함유 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수도 없이 광고하고 있지만, 막상 유럽식품의약품 안전청이 '에너지 음료에 이러한 효과가 있다는 건 입증하기 어렵다'고 밝힌 내용 같은 중요한 사실은 쏙 빼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NYT는 에너지 음료가 잠깐 힘을 낸다고 느끼게 하는 게 바로 카페인이 주는 각성효과 때문인데, 커피나 에너지 음료에 들은 카페인이나 별 차이가 없는 데도 용량 대비 1.5배~2배 가까운 돈을 주고 에너지 음료를 먹는 건 아이러니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에너지 음료 업체들이 기껏해야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게 각성제(NoDoz)이지만, 그렇다고 시인하는 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엔 '섹시'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라는 그럴싸한 문구를 덧붙인다는 것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롤랜드 그리피츠 박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정신 각성 등의 효과는 카페인의 화학적 작용"이라며 "에너지 드링크 업체들로서는 카페인이 이런 효과를 가져온다고 선전하면 소비자들에게 먹혀들지 않기 때문에 카페인을 내세우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에너지 음료에 많이 들어 있다는 타우린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타우린이 힘을 내는 자양강장제임은 분명하지만 고기를 먹는 등 평소 제대로 된 식사를 하면 일상생활에 필요한 만큼의 타우린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에너지 음료의 영양 성분을 따진다면 설탕류의 포도당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부에선 포도당과 연계가 된 글루쿠로놀락톤이란 영양 성분이 에너지 음료에 함유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몇몇 조사결과에서 이러한 연계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미 매사추세츠주의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소비자를 호도할 수 있는 광고 문구에 대해서도 정부가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제는 영양 성분도 별로 없으면서 과용 되면 문제를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 식품의약청(FDA)은 에너지 드링크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FDA는 지난 5년간 5-아우어에너지 제품과 관련해 13건, 몬스터에너지와 관련해 5건의 사망사고 보고를 받았다. 이미 미국 법정에선 사망 사고와 관련돼 몬스터 음료사와의 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들 사고는 카페인 과다 섭취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카페인은 불안·흥분·수면장애·안면홍조·두통·소화장애·정서장애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FDA 대변인 셀리 버지스는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려는 사람들은 의사와 먼저 상의해야 한다"며 "에너지 드링크는 휴식이나 수면을 대체하는 제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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