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3 이탈리아 세리에A도 전반기 일정을 마감하고 달콤한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세리에A는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유벤투스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지만 나머지 클럽들의 순위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면서 흥미를 더하는 모습이다. 다만 리그 인기의 하락으로 이런 첨예한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시간은 2012/13 전반기를 성공적으로 장식한 다섯 클럽의 이야기다.
유벤투스이번 시즌뿐 아니라 2012년을 가장 성공적으로 보낸 이탈리아 클럽이다. 갈망하던 스쿠데토를 차지했고 절치부심 준비한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조 선두로 16강에 합류했다. 수장 안토니오 콘테의 (징계로 인한) 공백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그들은 감독이 없던 기간에도 해오던 것들을 차근히 해내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카테나치오'가 그대로 녹아든 수비라인을 필두로 안정된 허리까지 유벤투스의 힘은 강했다. 다만 세기가 부족한 공격진은 유럽 대항전에서 강한 클럽을 만났을 때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 페르난도 요렌테를 장착한다면 만족스러울 것이다.
나폴리왈테르 마짜리와 네 시즌을 보내는 나폴리도 변화가 불가피했다. 그들은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리그 성적 추락을 막아낼 수 없었다. 이제 생존이 아니라 성적이 필요한 나폴리가 선택한 것은 결국 변화였다. 에세퀴엘 라베씨를 보내고 로렌조 인시네가 합류하면서 전체적인 경기 운영 방식이 바뀐 것. 에디손 카바니, 라베씨, 마렉 함식, 크리스티안 마지오를 앞세운 역습은 점차 안정을 추구하는 점유율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특히 수비 안정을 1차 과제로 선정하면서 실점을 줄여냈고 이는 자연스레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15경기에서 13골을 터트린 카바니는 여전히 빅클럽이 관심 갖는 공격수다. 안정된 수비, 강한 허리 그리고 확실한 공격수까지. 나폴리가 보유한 무기는 각양각색이다. 측면이 조금만 더 뒷받침된다면 역습과 점유율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선택도 가능해지리라 예상한다. 하지만 승점 삭감과 파올로 칸나바로의 공백은 나폴리에 불어 닥칠 첫 한파다.
라치오실망스러운 2000년대 중반을 보냈던 라치오는 조용히 강해지고 있다. 재정적인 위기를 극복하고자 자구책을 고심한 끝에 바람직한 운영 형태로 전환, 지금의 체제가 되었다. 아직 불필요한 선수들이 완전히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팀 운영에 부합하는 선수들이 남은 모양새다. 경기력 자체가 인상적인 모습은 아닐지라도 라치오는 차근히 승점을 획득한다. 그것이 34살의 노장 스트라이커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공이라 해도 할 말은 없지만.
로마로마를 해석한다면 방향에 따라 UP과 DOWN이 모두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루이스 엔리케와 함께한 시간을 생각한다면 색 표현이 확실한 즈데넥 제만 식 축구가 더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로마에는 끄적거리다 끝난 '티키타카'보다는 '공격 앞으로'가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공격만 하는 축구라고 비판받을지라도 로마는 그런 공격 축구로 세리에A에서 가장 많은 골을 터트렸다. 전술 변경의 최대 수혜자는 에릭 라멜라로 꼽히고 다니엘 오스발도도 제 옷을 입은 느낌이 강하다. 레안드로 카스탄, 마르퀴뇨스, 이반 피리스 등 브라질에서 건너온 젊은 수비진들은 경험치가 날로 향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시즌 순위와 이번 시즌 순위는 엇비슷하게 끝날 것 같다.
피오렌티나피오렌티나의 새로운 계획은 그 시작이 무척이나 가볍다. 클럽은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이 이탈리아 대표팀으로 떠난 뒤 한동안 심하게 방황했었다. 감독 선임에 실패하면서 팀 성적이 중하위권으로 추락한 것. 기대했던 유럽 대항전 진출과는 거리가 꽤 멀어졌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두 차례나 감독직을 경험한 30대 빈첸조 몬텔라 감독이 오면서 팀은 그간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내고 있다. 몬텔라는 스리백을 바탕으로 미드필더를 활용한 패싱 게임을 구사한다.
세리에A 클럽 중에서 미드필더를 가장 많이 활용하려는 전략이다. 이는 후방 플레이메이커와 중앙 미드필더가 모두 갖춰졌기에 가능한 전술로서 다비드 비사로, 보르하 발레로, 알베르토 아퀼라니, 스테판 요베티치 등이 감독 요구를 충실히 수행한다. 확실한 스트라이커 부재로 골 결정력에 기복이 있는 모습이지만, 변화 첫 시즌에 챔피언스 리그 경쟁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팀의 미래를 판단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