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창꼬' 한효주 "그래요. 전 봉인해제 됐어요" (인터뷰)

조지영 2012. 12. 2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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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하얀 피부와 큰 눈망울. 금방이라도 닭똥 같은 눈물을 '또르르' 흘릴 것 만 같았던 청순가련의 그가 아니다. 앵두 같은 입술에선 거침없는 욕이 발사되고 버럭 화내는 일도 다반사다. 거기에 소주 3, 맥주 7의 황금비율로 폭탄주를 맛있게 마는 것을 물론 좋아하는 남자에게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추파를 던진다. 남자들의 뮤즈 한효주(25), 그가 사라졌다.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진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반창꼬'(정기훈 감독, ORM PICTURES 제작). 그는 예쁘고 스펙도 좋지만 경우와 배려는 쓰레기통에 넣은 지 오래, 괴팍한 성격의 의사 미수를 연기했다. 한순간의 실수로 의사로서는 치명적인 의료 소송에 휘말리게 되고 해결책으로 소방관 강일(고수)에게 들이대 보지만 이 남자는 쳐다보지도 않는데. 그렇다고 포기할 미수가 아니다. 대쪽같은 남자지만 미수의 애교 도끼질에 대쪽같은 남자도 넘어가 버렸다. 알고 보면 미수는 진정한 연애 고수다.

전작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로 '1000만 배우'로 등극했지만 "1000만 배우는 무슨…"이라며 손사래를 치는 한효주다. 일단 그런 수식어 자체가 자신에겐 너무 과분하단다. 그래서 '1000만 배우'라는 소리가 불편하기만 하다고. "사실 '광해'에서 나는 큰 역할이 아니었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굉장히 민폐인 것 같다. 미안하기도 하고. 과장된 수식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새침데기처럼 보였던 한효주의 오해 아닌 오해가 한 꺼풀 벗겨지는 기분이다. 슬슬 이 여자에 대해 궁금해진다.

◆ 보여줄 기회가 없었을 뿐 숨기지 않았다

2003년 미스 빙그레 선발대회로 본격적인 연예 활동에 뛰어든 한효주는 이후 MBC '논스톱5', KBS2 '봄의 왈츠',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 영화 '오직 그대만', '광해' 등 주로 착하고 여성스러운 역을 도맡아 연기했다. 어느덧 데뷔 8년 차. 슬슬 지겨울 때도 됐다. 그래서일까? 거침없는 미수 역할이 꽤 구미가 당겼을 것이다.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던지 확실히 한효주는 변했다. '광해'의 단아한 중전은 온데간데없다. 털썩 자리에 앉거나 시원하게 웃는 모양새가 그간에 알던 한효주와는 180도 달랐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편해지고 예뻐 보인다. 털털한 한효주도 꽤 잘 어울린다.

그에게 갑자기 변신한 이유를 물었다. 한효주는 시크한 표정으로 "있을 게 뭐 있나?"라며 시큰둥했다. 지금껏 수없이 질문을 받았을 내용에 꽤 덤덤해했다. 그는 "모든 작품이 그렇겠지만 이번 '반창꼬'도 시나리오가 좋았다. 미수라는 캐릭터도 신선했고, 그 미수를 내가 한다면 대중에게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설명 중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참 판에 박힌 대답이다. 그렇지 않나? 근데 사실 답이 없다"라며 너털웃음을 내뱉었다. 순간 미수를 마주하는 기분에 '흠칫' 놀랐다. 생각보다 한효주는 훨씬 미수에 가까웠다.

"생각해보면 간간이 보여줬는데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보여줄 기회가 없었지 숨기고 있지 않았어요. 주변 지인들은 '반창꼬'를 보고 '이제서야 네 모습이 나온다'며 수긍하는데 나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은 '한효주의 재발견'이라며 놀라시더라고요. 미수도 제 일부분이에요. 다른 사람이 아니랍니다. 하하."

◆ '수 오빠', '수 선배'라고 하면 이상하지 않나?

'반창꼬' 속 미수의 매력 포인트는 아마도 폭탄주를 제조하는 스킬이 아닐까 싶다. 적당한 비율로 섞은 술을 휴지로 잘 막아 손목의 스냅으로 돌리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한효주에게 폭탄주 장면에 대해 물으니 "회오리가 예사롭지 않았죠?"라며 능글거렸다.

"그 장면을 위해 노력 많이 했어요. 물론 안 믿으시겠지만(웃음)…. 실제로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을 마시는 편이지만 요즘 세대들은 그렇게 휴지로 막아서 마시는 현이 아니잖아요? 그렇게 말아본 건 영화가 처음이에요. 약간 옛날 감성이랄까요? 정기훈 감독이 방법을 알려주셨죠. 절대 전 그렇게 안 마셔요. 그냥 젓가락으로 섞어 먹어요. 하하."

일명 '수 오빠'로 불리는 고수와의 회식도 종종 있었다는 한효주는 뜬금없이 '수 오빠'에 대한 호칭에 열변을 토했다. 순정만화에서 부를 법한 멋진 오빠의 이름이라고 설명한 한효주는 눈을 반짝이며 "참 예쁜 이름이다"고 칭찬을 늘어놨다.

이어 "'수 오빠' 호칭을 관객들이 그렇게 부러워하더라. 지난 '반창꼬' 토크 콘서트 때 별생각 없이 '수 오빠'라고 했다가 엄청난 야유가 쏟아졌다. 그렇다고 '수 선배'로 부르면 이상하지 않나? 평소에 '오빠'라는 호칭을 잘 못 써서 '선배'라 부르는데 유독 '수 오빠'에겐 '수 선배'라고 하니 어색하더라. 그냥 '수 오빠'라고 불러야 제맛이다"고 재치있게 답했다.

◆ 예능 2회 출연에 유행어 만든 여배우

과연 한효주는 통통 튀는 사람이었다. SBS '런닝맨' 출연 전과 후로 나뉠 정도로 예능프로그램에서 여배우로서 모든 걸 보여준 한효주. 어떤 여배우가 브라운관에서 "아름답다"며 버럭 하거나 꼬불꼬불 촌스런 파마를 자청하겠나? 새로운 획을 그은 셈이다. 물론 영화 홍보를 위한 출연이었지만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랬기 때문에 한효주가 더욱 사랑스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이래 봐도 예능 2회 출연에 유행어 만든 여배우다"며 한껏 거드름을 피웠다. 이제 팬들이 자신만 보면 "아름답다"며 외친다고 고민(?)을 늘어놓는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난다.

한효주는 "'반창꼬' 무대 인사를 가서 '안녕하세요. 한효주입니다'라고 인사를 하면 여기저기에서 "아름답다"라며 버럭 하신다. 또 한 번은 대구에 갔는데 사투리로 "아름답다"라고 불러주셨다. 어찌나 웃기던지 한참을 웃었다. 나는 이런 여배우다. 파급력이 엄청난 배우였다"고 농을 던졌다.

"'반창꼬'나 '런닝맨'을 통해 한효주의 봉인이 해제된 것이냐"고 우스갯소리를 던지자 "내가 봉인됐었나?"고 응수했다. 장난으로 답한 대답에 이어 '인정'하는 속내도 덧붙였다. 자신 스스로도 어딘가에 얽매이기보다는 훨씬 자유로워지고 풀어진 느낌이 좋단다.

"'반창꼬'를 찍고 나서 행동하는 부분이 이 전의 내 모습과 좀 달라졌어요. 그런 부분을 따지고 보니 봉인이 해제된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봉인해제 됐어요. 한효주, 봉인해제 완료! 하하."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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