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 - 서강학파 누가있나] 남덕우·이승윤·김만제, 수출강국 기반 다진 '1세대 트로이카'

서강학파는 한국 경제계에서 가장 먼저 '학파'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한 엘리트집단이다. 이들은 1960년대 미국에서 신고전학파 경제학을 배운 후 귀국한 미국유학 1세대를 뿌리로, 정부정책에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한국 근현대사에 명맥을 유지해왔다. 한국경제 성장에 기여했다는 찬사만큼이나 따가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서강학파의 출발점은 서강학파 1세대인 남덕우 전 총리로 거슬러올라간다. 남 전 총리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69년 재무장관으로 입각한 후 서구식 경제근대화 모델을 토대로 압축성장을 추진했다. 남 전 총리와 함께 1세대로 꼽히는 이승윤ㆍ김만제 전 부총리 등 3인방은 '서강학파 트로이카'로 불리며 철저한 성장론자로 자리매김 한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입안ㆍ추진한 것도, 정부주도ㆍ수출 중심의 경제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것도 이들이다.
남 전 총리는 최장수 재무장관(4년 11개월), 최장수 부총리(4년 3개월)의 대기록을 세울 정도로 박 전 대통령 경제정책의 핵심 역할을 했다. 박 당선인 역시 남 전 총리에게 경제정책에 대한 조언을 구할 만큼 그의 영향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전 부총리의 경우 금융통화운영위원, 김 부총리의 경우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대원장으로 박 전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전두환ㆍ노태우 대통령도 서강학파 인맥을 그대로 썼다. 전 전 대통령은 서강학파인 신병현 전 부총리, 김재익 전 경제수석을 기용했고, 노 대통령은 이승윤 전 부총리, 김종인 전 경제수석 등을 경제리더로 뽑아 성장우선 정책을 밀어붙였다.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던 김종인 위원장은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김덕중 전 교육부장관 등과 함께 2세대 서강학파로 분류된다. 김병주 교수는 한국 금융정책의 이론과 실제에 정통한 경제학계 원로로 금융통화운영위원, 금융개혁부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해엔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동생으로 잘 알려진 김덕중 전 교육부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생 시절) 박 당선인은 답안지만 봐도 글씨를 얼마나 정성 들여 쓰는지 감탄할 정도였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문민정부까지 명맥을 이어오던 서강학파는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사실상 정책 일선에서 사실상 퇴장한다. 그 해 출범한 금융개혁위원회에는 서강학파로 분류되는 박성용 위원장과 김병주 부위원장이 발탁됐지만, 거기까지였다. 성장중심의 경제정책은 맹비난을 받았고, 서강학파는 사실상 몰락했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돌았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들어 서강학파와 각을 세우던 학현학파가 득세하자 서강학파의 입지는 더더욱 좁아졌다. 지난 2006년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서강학파는 압축성장이라는 시대적 역할을 마치고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른바 '서강학파의 종언'이다. 당시 서강학파는 "논평할 가치도 없는 유치한 주장"이라고 반박했지만,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15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박근혜 당선인과 함께 서강학파는 다시 전면 등장했다.
이른바 3세대다. 김광두 힘찬경제단장을 비롯해 김인기 중앙대 명예교수, 홍기택 중앙대교수, 전준수 서강대교수 등이 합류했고, 1세대(남덕우 전 총리)와 2세대(김종인 위원장)도 힘을 보탰다.
이들에 대한 경제계의 평가는 기대반 우려반이다. 일단 IMF 이후 진보 경제학자들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안팎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시대가 저물고, 다시 개발시대 학자들이 전면에 나서게 됐다는 평가는 대체로 비슷하다. 과거 관 주도의 개발시대와 달리 현재 서강학파는 민간주도의 시장경제를 중시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학파가 배타적인 의미의 집단으로 굳어지면서 새 정부에서 일종의 '줄타기'나 '편가르기'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선 직후 정책과 인수위원회를 놓고도 벌써부터 서강학파 내에서 이론이 표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선공약을 추려내는 과정에서 오락가락 했던 순환출자 문제나 내년예산에 반영해야 하는 단기재정지출 확대규모를 놓고도 일부 마찰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책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전문가로서의 소신이나 신념보다는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으로 비춰질 경우 해당집단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거부감으로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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