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맨 현재윤' "송구홍 코치는 내게 야구 산타"

1989년 어느 가을날 오후, 경기도 안양시 비산동의 한 공터. 동네야구에 열중하는 한 꼬마에게 당시 대학야구 스타이던 송구홍이 다가섰다.
"너, 야구 하는구나. 학교에서 야구 하니?"
송구홍은 가장 폼나게 야구를 하는 꼬마가 귀여워 먼저 말을 걸었다. 그 꼬마는 야무지게 "야구 합니다"라고 답했다.
지난 14일 삼성에서 LG로 이적한 포수 현재윤(33)은 트레이드 성사 소식에 송구홍 LG 코치와의 일화부터 떠올렸다. "어렸을 때부터 형님, 아니 코치님 하고 한 팀에서 야구를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했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며 가슴 벅찬 목소리를 냈다.
▲ 야무진 꿈나무 귀엽다며 방망이·미트 건네주던'삼촌같은 야구 선배' 한솥밥 꿈만 같아…코치님 닮은 허슬플레이로 가을야구 힘 보탤게요
초등학교 4학년이던 그 시절, 현재윤이 그때 만난 송구홍은 '야구 산타'와 다름없었다. 그때를 인연으로 같은 아파트에 살던 송구홍의 집을 들락거리기를 수십 차례. 현재윤은 송구홍 집을 찾을 때마다 선물 보따리를 한아름 안고 나왔다. 그 덕분에 야구부가 있는 서울 인헌초등학교로 1시간 넘게 차를 타고 통학하는 것도 힘든 줄 몰랐다.
야구 방망이를 비롯해 각종 장비를 선물받았다. 포수에게는 애인 같은 미트도 얻었다. 송구홍은 한양대를 거쳐 1990년 LG에 입단해 신인왕이 된 김동수가 쓰던 포수 미트를 건네는 등 현재윤을 친조카처럼 아꼈다.
"김동수 코치(넥센)님이 한양대 시절 쓰던 미트를 구해 주셨어요. 너무 좋아서 그 미트를 한달 넘게 끌어안고 잤어요. 그땐 정말 친형님처럼, 또 삼촌처럼 생각하고 찾아갔는데 갈 때마다 선물 받고 스윙도 배우면서 어린 마음에도 정말 행복했어요."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것은 송구홍의 일기장을 받아 본 것이었다. 송 코치가 선린상고를 거쳐 건국대에서 야구를 하면서 작성한 야구 일기장이었다.
"일기장을 주시면서 한번 읽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며칠을 읽어보고 돌려드렸는데 그것을 보면서 많은 걸 새겼어요. 야구선수가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개인연습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지 알게 됐죠."
현재윤은 송 코치와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뛴다는 자체로 설렌다. 더구나 LG는 송 코치를 바라보며 어린 시절부터 마음에 뒀던 팀이다.
현재윤은 신일고를 졸업한 1998년 LG 고졸 우선지명으로 선택된 박용택·안치용·정현택에게 간발의 차로 밀려 2차지명 전체 4번으로 삼성에 지목됐다. 이후 성균관대를 거쳐 대구를 안방으로 야구를 해왔다.
프로 입단 11년 만에 처음 입는 LG 유니폼. 현재윤은 송 코치가 현역 시절 그랬던 것처럼 근성 있는 플레이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1990년대 초·중반 LG 간판선수이던 송 코치는 '로보캅'이란 애칭을 얻을 만큼 허슬플레이로 유명했다. 현재윤도 그 길을 따르겠다고 했다.
"프로에 와서 다른 팀에서 뛴 11년 동안 인사 한번 제대로 못 드렸지만 코치님을 향한 감사하는 마음은 늘 같았어요. 은혜를 갚는 길이 따로 있지 않을 거예요. LG가 '가을야구'를 하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는 게 보은이라고 생각해요. LG 선수로 느꼈던 희열을 지도자로서도 느끼신다면 얼마나 좋으실까, 감히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날은 형님하고 멋있게 하이파이브를 하고 싶어요.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그 옛날 그랬던 것처럼…."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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