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언어 바로잡아 한글창제 정신 되찾을 것"

정민승기자 2012. 12. 3.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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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문화연대·태광그룹 공공언어 총서 발간 협약부처·기관 오용 사례 분석.. 외래어·난해한 말 순화

"잘못된 말이 생길 때마다 일일이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죠. 그런 말과 글의 출현을 선제적으로 막아야합니다. 이번 사업이 큰 힘이 될 겁니다."

한글문화연대가 태광그룹과 손잡고 법조용어, 외래어 등 어려운 공공 언어를 쉬운 우리말로 풀어 쓰는 공공언어 순화 연구 성과를 담은 총서를 만든다. 한글문화연대는 외래어에 스러져 가는 우리 말과 글을 가꾸기 위해 2000년 결성된 시민단체. 학술, 방송, 언론, 출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45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글문화연대는 3일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빌딩에서 이를 구체화 하기 위해 '세종정신 담은 공공언어 연구총서'발간 사업 협약식을 맺었다.

이건범(48)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화, 예술,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들이 있었지만 우리말, 한글에 대한 공헌사업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이번 사업을 통해 정부부처, 언론 등 기관들이 잘못 쓰는 말과 글을 바로 잡는 것은 물론, 반복되는 오류를 보여줌으로써 우리 말글에 대한 해당 기관의 인식 수준과 철학을 국민들에게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단순히 잘못 사용되고 있는 말글을 정리한 자료집 수준이 아니라, 해당 말글이 나온 배경에 대한 정책 입안ㆍ집행자들의 이해 수준을 바탕으로 대체말도 제안한다는 구상이다.

총서 발간 사업은 한글문화연대가 공모를 통해 연구과제와 연구자를 정하고 태광그룹의 선화예술문화재단이 연구집필비와 출판지원비 등을 후원해 매년 1권씩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매년 2, 3월 공모하고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15일에 맞춰 결과를 발표한다. 1년 뒤인 이듬해 같은 날에는 연구결과가 책으로 공개된다.

공공언어 순화 작업은 사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국어원의 공공언어지원단의 기능과도 여러모로 겹친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국가기관이 국가기관을 상대로 '이거 고쳐라, 이건 이렇게 쓰라'고 이야기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국어원은 지금처럼 공공언어를 감시하고 고쳐 잡는 역할은 계속하고, 시민단체인 한글문화연대가 여기에 힘을 보탠다고 보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순위를 매기는 게 능사는 아니겠지만 각 기관들의 이행 여부나 그 수준을 평가해 공개하면 '고민 없이' 외래어를 갖다 쓰는 일은 그만큼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갖고 있다고 했다. 치열한 고민 없이 정부부처에서 사용해 억지스럽게 일반화 한 대표적인 말이 '바우처'와 '포괄수가제'. 이 대표는 "바우처는 이용권이나 교환권으로, 포괄수가제는 진료비정찰제 같은 말로도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폼 나게 하려다 보니 실제 이용자들인 국민들은 도무지 알아먹을 수 없는 말들이 나왔다"고 꼬집었다. 이 모두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 사고의 산물이라는 판단이다. "백성들을 생각해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에 비추면 정말 부끄러운 결과물들이죠."

내년부터 법정공휴일 재지정이 예고된 한글날에서 이 대표는 희망도 읽고 있다. "사람들이 한글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이지, 노는 날 하루 더 늘리려고 국회의원들이 공휴일로 지정하진 않았을 겁니다. 종교가 다르고, 사는 지역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사람도 '한글' 안에서는 모두 하나가 될 수 있거든요."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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