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문 닫아 밤새 끙끙..이젠 편의점으로

2012. 11. 23.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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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얼마 전 유학을 가는 친구 송별회 때문에 밤늦게까지 음식을 먹고 들어갔는데 갑자기 가슴이 아프고 배가 심하게 아팠다. 자취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라 집에 소화제조차도 없고 자정이 넘어서 문을 연 약국도 없고 혼자 병원 갈 용기도 없어 밤새 끙끙대며 참았던 아픈 기억이 있다." -대학생 송경현 씨

"38개월 아이가 갑자기 새벽에 열이 있어 집에 있는 해열제를 찾아보니 유효기간이 지난 것 밖에 없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주부 김미화 씨

서울 강동구의 한 편의점. 계산을 하기 위해 대기를 하던 송경현 씨와 주부 김미화 씨는 계산대 옆에 마련된 안전상비의약품 코너를 보고 반가움을 표시했다. 보건복지부는 야간이나 휴일에 겪어야했던 의약품 구입 불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5일부터 24시간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하기로 했다.

한 편의점 계산대 옆에 마련돼 있는 '안전상비의약품' 코너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은 총13개로, 해열진통제 5품목, 소화제 4품목, 감기약 2품목, 파스 2품목이다. 이 중 훼스탈골드정과 타이레놀 160mg 등 2개 품목은 포장공정·생산라인 정비 등으로 인해 12월에 시판된다.

판매 가격은 일반 약국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남용 방지를 위해 소량으로 포장되며, 24시간 운영에 따른 인건비 부담 등으로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의 가격이 다소 높아진다고 했다.

직장인 정미 씨는 "평소 두통이 잦은 편이라 타* 제품을 구매한다."며 "가격 차이가 약 1알당 100원 이상 나지만 갑자기 아파서 고통받는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이어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요즘, 필요한 만큼 소량으로 구입하니 낭비도 막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오남용 방지를 위한 소량포장과 인건비 등의 문제로 일반 약국보다 가격이 높은 편이다.

한 편의점 주인도 "약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할 수 없다."며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하고 긴급상황 발생 시 시민들이 어디를 가도 보이는 편의점에서 약을 살 수 있는 편의를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했다.

다만, 약에 대한 안전의식이 약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부평구의 한 약사는 "편의성이 목적이기는 하지만 특정한 장소인 약국이 아닌 쉽게 살 수 있는 편의점에서 약을 구매해 복용하는 건 위험하다."며 "1일 한정, 연령제한 등 판매차단장치가 마련돼 있다지만 약에 대한 인식이 가벼워지는 게 아닌가" 우려했다.

복지부는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1회 1일분만 판매하며, 만12세 미만 또는 초등학생은 구입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제품 포장에 소비자의 안전한 선택을 위해 용법·용량, 효능·효과, 사용상 주의사항 등 허가사항을 요약해 기재하도록 했다.

한 편의점에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한다는 표시로 문 입구에 분홍색 스티커가 부착돼있다.

기자가 직접 매장 안에 들어가 진열돼 있는 진통제 '타*'을 구입하려고 계산대에 올렸다. 편의점 점원이 제품을 바코드로 찍자 계산대에서는 "의약품 사용설명서와 외부 포장을 꼭 읽어보세요."라며 해당 상품의 효능, 복용방법 등의 주의사항이 음성으로 흘러나왔다. 곧이어 계산대 화면에는 '12세 미만 어린이에게는 판매하실 수 없습니다.'라는 결제창이 뜨고 점원은 이를 확인하라고 안내했다.

편의점 한편에는 안전상비약을 구입해 복용한 뒤 부작용이 발생하면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1644-6223)에서 상담을 하도록 안내하는 문구와 함께 부작용을 보고할 수 있는 부작용 보고 카드가 비치돼 있었다. 부작용 보고 카드는 각 편의점에 약 10매씩 비치돼 있으며 카드에 내용을 적고 발송하면 된다.

의약품안전관리원은 "생활에 의약품이 근접해짐에 따라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큰 만큼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편리하게 안전상비약을 이용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를 통해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하는 편의점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의약품을 판매하는 편의점은 전국2만3,000여 개 중 절반 수준인 1만5,776곳이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를 통해 집 근처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하는 편의점 목록을 확인할 수 있고, 보건복지콜센터(국번없이 129)를 통해서도 안내받을 수 있다.

실제 기자가 인천 부평구 부평동의 편의점을 둘러본 결과, 편의점 열곳 중 단 두 곳에서만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표시가 있는 스티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직장인 박 모 씨는 "일요일에 소화제를 사려고 집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들르니 판매하지 않는다고 해서 황당했다."며 "유명 편의점 외에 개인 편의점에서도 판매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보건복지부는 "지금까지 1만5776곳이 약 판매 등록을 마쳤다. 등록 편의점의 약 판매는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며 "편의점이 없는 농어촌 등 취약지역의 의약품 구입 불편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정책기자 김수희(프리랜서) 5p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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