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집 맛난 얘기] 효소 양념으로 재고 참숯에 구운 '뼈삼겹 돼지갈비'

2012. 11. 1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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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서울 여의나루에서 바라다보이는 마포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당시에는 회식이 잦았다. 회식 장소는 늘 길 건너 돼지갈비 집이었다. 이 인근에서 근무했던 사람이라면 마포의 돼지갈비 골목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부장님을 상석에 모시고 모든 부서원들이 빙 둘러앉았다. 부장님의 기나긴 '한 말씀'을 듣는 동안에도 불 판 위의 돼지갈비는 익어갔고, 빈 뱃속에선 고기 굽는 냄새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드디어 소주잔이 차고 부장님의 건배사와 함께 소주가 식도를 적셨다. 그 다음엔 너나 할 것 없이 돼지갈비 사냥에 여념이 없었다. 일에 지친 월급쟁이의 사기를 높여주고 부서원의 단합에 접착제 구실을 해주었던 것이 다름 아닌 돼지갈비였다. 돼지갈비는 지금도 여전히 월급쟁이들의 크고 작은 화기애애한 자리의 감초다.

갈비 전성시대 이후 '나도갈비'로 태어난 돼지갈비

전통사회에서 출세는 곧 호의호식과 통했다. 지위가 높다는 것은 좋은 비단 옷에 맛난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거꾸로, 귀한 옷을 입거나 고기를 먹는 것은 곧 자신이 예사 신분이 아님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좋은 방법이기도 했다.

불과 몇 십 년 전, 우리나라도 그랬다. 경제성장과 함께 갑자기 출세한 사람이나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들은 한결같이 갈비를 즐겨 찾았다. 갈비는 아주 비싸고 맛있는 고기여서 아무나 쉽게 입에 넣을 수 없었다. 그들은 갈비를 먹으면서 자신의 높아진 신분을 재확인하고 만끽했다.

남이 하는데 나라고 못할 것 없다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잘 나가는 사람들이 갈비를 먹으면 그 비슷한 거라도 먹어야 했다. 비싼 소갈비는 못 먹어도 그 비슷한 것 좀 먹고 싶었던 사람은 많았다. 소갈비만 갈비인가, 그래서 돼지갈비가 나왔고 이내 중산층 서민들의 애용 음식이 되었다. 일종의 '키치현상'이었다. 꿩 대신 닭이 있고 밤나무가 있으면 너도밤나무도 있듯이 소갈비가 판을 치자 '나도갈비'라며 돼지갈비가 나왔다. 욕망을 조금만 줄이면 돼지갈비를 먹으면서 갈비 먹는 기분을 낼 수 있었다. 어쨌든 갈비는 갈비니까.

덧살 붙이지 않고 뼈삼겹으로만 만들어

소가 웃을지 모르지만 돼지에게도 분명 갈비는 있다. 하지만 그 양이 너무 작다. 그러다 보니 갈비와 인접한 다른 살들까지 갈비가 되었다. 목살이나 앞다릿살(전지) 등이 주로 갈비와 함께 덧살로 들어갔다. 순수한 돼지갈비만 쓰면 식당 주인 입장에서는 갈비 구하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손님에게 제공하는 양을 줄여야 한다. 손님 입장에서는 훨씬 비싼 가격으로 먹어야 한다. 결국 이름은 돼지갈비지만 전국에서 파는 돼지갈비는 대부분이 돼지갈비와 덧살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보면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암암리에 합의가 된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더러 돼지갈비의 부위에 대한 논란은 그치질 않았다.

<가산통통>의 돼지왕갈비(250g 1만2000원)는 뼈삼겹살을 쓴다. 뼈를 제거하면 삼겹살이다. 갈비뼈에 붙어있는 삼겹살 부위를 그대로 펴서 써, 덧살을 넣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일일이 수작업으로 갈빗살에 포를 떴다. 일종의 수제갈비인 셈이다. 소스 양념이 살 속으로 충분하게 골고루 스밀 것 같았다.

포를 뜬 갈비는 미리 양념소스에 잰다. 겨울철에는 24시간, 여름에는 12시간 동안 재어둔다. 이 양념은 간장을 기본으로 한 소스다. 양념에는 매실과 야생 산복숭아로 만든 효소가 들어있다. 이 효소들은 맨 설탕의 단맛보다 한결 맛이 풍부하다. 효소는 돼지고기의 잡내를 잡아주고 육질을 부드럽게 해주면서 먹는 사람 건강도 한몫 거든다.

각종 채소와 장아찌 등 맛난 찬류 푸짐

예전 직장에서 회식할 때는 대개 가스 불에 갈비를 구웠다. 이 집은 짱짱한 참숯에 굽는다. 화력 좋은 숯불에 석쇠를 올리고 갈비를 얹었다. 고기 익는 냄새가 좋으면 대부분 맛도 좋다. 익을 때 풍기는 냄새로 맛을 예감한다. 익는 냄새가 꽤 괜찮다.

에피타이저로 미리 먹는 잔치국수가 입 안을 개운하게 헹궈준다. 국물 맛도 좋다. 다 익은 갈비를 입에 넣었다. 달착지근하고 부드러웠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삼겹살 부위여서 부드럽고 연하다. 가끔 이름만 유명한 돼지갈비집의 퍽퍽한 식감이 없다. 양념도 지나치게 달지 않고 적당히 은은한 것이 아이들은 물론 중장년층 입맛에도 잘 맞는다.

숯불에 직접 고기를 구워 고소한 불맛도 살아 있다. 이 맛과 식감은 전통 구이 방식인 직화에서만 나온다. 식당 입구에 직화진미 풍미작렬(直火眞味 風味炸裂)이라는 재미있는 캐치프레이즈가 있다. 요즘 맛있는 고깃집에서는 확실히 참숯직화가 대세인 것 같다. 네가지 채소가 들어간 '4색채소'에 갈비를 싸먹으면 느끼하지 않고 영양 균형도 잡아준다.

4색채소는 주로 콩나물, 상추, 깻잎, 파채가 들어간다. 계절에 따라 부추나 다른 채소로 바뀐다. 이밖에 마늘쫑, 명이, 무, 장아찌, 양파절임, 방풍나물, 시금치나물 숙주나물 등의 찬류가 푸짐하게 나와 고기 먹은 입맛을 가볍게 해준다. 순백의 백김치에 갈비를 싸먹는 맛도 추천할 만 하다.

주말에는 가족손님이 많지만 평일에는 여직원들끼리 돼지갈비를 주문하고 회식하는 팀이 많다고 한다. 젊은 여성들의 실속구매는 돼지갈비 집이라고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고기가 푸짐하게 들어간 김치찌개를 서비스로 준다.

<가산통통> 서울 금천구 가산동, 02-2026-5666기고= 글 이정훈, 사진 변귀섭(※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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