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에 빛나는 탈모치료제는 언제쯤?

대구에 사는 30대 김원형씨는 일 년째 병원을 방문해 탈모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탈모 증상은 많이 호전됐지만 언제까지 약을 복용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탄했다. 한번에 탈모를 완치하는 노벨상 치료제는 언제 나오냐는 말을 할 정도다.
노벨상의 계절이 올해도 싱겁게 지나갔다. 해마다 이 시기면 한국인 과학자의 첫 노벨상 수상을 기대하는 각계의 염원을 담은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탈모를 치료하는 전문의 입장에서는 이 시기가 또 각별하다. 앞서 말한 사례와 같이 탈모환자들 역시 노벨상을 고대하기 때문이다. 대머리를 완벽하게 고치는 치료제가 나온다면 노벨상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위중한 질환도 아닌데, 탈모로 인한 고충이 얼마나 심각하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겠는가.
탈모는 다양한 원인과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다행히 대표적인 탈모증상인 남성형 탈모의 경우 이미 발생 메커니즘이 밝혀져 있다. 남성호르몬 변환 물질인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에 유전적으로 민감한 경우 이 변환 호르몬이 모근을 공격한다. 이는 모발의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해 탈모를 유발한다. 때문에 의학적인 치료 역시 가능하며 실제 치료제도 나와있다.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 제제와 먹는 약인 프로페시아는 대표적인 탈모치료제로 미국 식약청과 국내 식약청, 유럽 식약청 등에서 90% 이상의 탈모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 받았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 탈모치료제를 복용하거나 바르는 환자들 중에도 탈모를 한방에 치료하는 노벨상 탈모 치료제는 언제 나오냐는 볼멘소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6개월에서 1년 이상 꾸준히 치료를 해야 가시적인 발모효과를 볼 수 있는 까닭에 귀찮고 조급한 마음이 들어 좀 더 쉽고 빠른 새로운 치료법을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 이런 환자들 중에는 치료를 포기하고 탈모카페 등에서 얻은 정보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시도하다가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어 다시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많은 탈모인들의 바람과 달리 한방에 탈모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가 나오기는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다. 탈모치료의 특성 탓이다. 첫째는 모발이 자라고 빠지는 정상적인 성장주기 자체가 2~3년으로 길어, 빠른 시일 내 가시적 발모를 유발하기가 어렵다. 둘째는 남성형 탈모도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만성질환이라, 한번 증상이 시작되면 치료를 하지 않으면 증상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당뇨병, 고혈압 환자가 매일 약을 먹듯 증상개선을 위해서는 매일 약물복용을 할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안전성에 대한 문제이다. 탈모는 암이나 심장병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위중한 질환이 아니라 부작용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탈모를 치료할 필요는 없다. 탈모치료제 선택에 엄격한 안전성 기준이 요구되는 이유다. 때문에 한방에 탈모를 치료하는 기적의 약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전혀 없다. 탈모 초기에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고 앞서 말한 프로페시아나 미녹시딜로 의학적 치료를 시작한다면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먹는 약인 프로페시아의 경우 하루 한 알씩 꾸준히 복용하면 3개월 즈음에는 탈모 진행이 억제되고, 6개월 이후에는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인에게 많은 정수리 부위와 M자형 탈모에 특히 효과가 좋은 것이 이점이다.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은 하루 두 번 탈모 부위에 도포하는 치료제로 두피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발모를 돕는다. 이들 두 약물은 발매된 후 십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백 만 명의 탈모환자들이 사용하며 안전성을 검증 받은 치료제이기도 하다. 약물치료만으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운 중기 이상의 탈모 환자라면 반영구적인 탈모치료법인 모발이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다시 노벨상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많은 사람들이 노벨상 강국 한국의 첫째 조건으로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연구를 중시하는 문화에서 벗어날 것을 조언한다. 기초과학의 차근차근 저변을 확대하며, 과학기술의 저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탈모치료도 다르지 않다. 풍성한 머리를 부러워하며 한방에 탈모를 치료하는 허황된 치료제를 기대하고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탈모치료부터 먼저 해볼 것을 권한다. 의료진의 상담 하에 꾸준히 치료를 계속하고 건강한 두피와 모발관리를 위한 생활수칙을 지켜나가다 보면, 탈모의 정복도 머지 않은 일일 것이다.
[도움말=리더스피부과 박형석 원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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