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양동여중 '틈새 체육'.. 왕따에게 친구 생겼다

"우승은 총점 96.3점을 받은 부산 양동여중입니다."
지난 4일 경기도 용인 용인대체육관에서 열린 '전국 학교 스포츠클럽 대회'. 국민건강체조(우리나라 전통가락에 태권도·탈춤의 주요 동작을 결합시킨 체조) 학교스포츠클럽 부문 우승자가 발표되자 한쪽 구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양동여중 선수 18명과 손석룡(47) 체육교사는 서로 얼싸안으면서 기뻐했다.
국민건강체조 클럽뿐 아니라 양동여중 스포츠클럽팀은 지난 3년간 각종 대회에 나가 31개 트로피를 받았다. 이런 스포츠클럽의 선전은 평상시 학교의 탄탄한 '스포츠 교육'의 힘이다. 양동여중에 2008년 부임한 손석룡 교사는 여학생들의 운동 부족이 심각하다고 느꼈다. 대부분 학생이 아침에 헐레벌떡 뛰어와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나면 곧장 학원으로 달려갔다.
손 교사는 여학생들에게 운동을 시키기 위해 파격적인 운동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우선 1교시가 시작하기 전 '0교시'(7시 30분~8시 30분)와 점심·저녁 시간, 토요일을 활용해 연간 20시간 운동을 하도록 하고 이를 수행평가에 반영하도록 했다. '틈새 시간 운동'이다.
양동여중은 또 육상, 넷볼, 스포츠피구, 음악 줄넘기, 창작체조, 국민건강체조, 배드민턴 등 10개 스포츠클럽을 만들어 학생 1명당 1개 이상 스포츠클럽에 가입하도록 했다. 학생 중에 잘하는 학생들은 선수로 선발해 각종 대회에도 내보냈다.
체육 수업도 확 달라졌다. 기존에 육상처럼 지루한 운동 대신, 넷볼(농구와 비슷한데, 드리블 없이 패스로만 진행되는 스포츠)·플라잉디스크(원반던지기)·응용 농구 등 재미 위주 스포츠를 수업 시간에 가르쳤다.
학부모들 중에는 "왜 강제로 운동을 시키느냐. 아이가 힘들어한다"고 항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학생들도 처음에는 수행평가 점수 따려고 어쩔 수 없이 참여했다. 그런데 학생들이 점차 운동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아침 운동을 하는 학생이 점차 늘어나 이제는 매일 아침 7시 30분이면 양동여중 운동장에 100명 가까운 학생이 몰린다.
운동이 활발해진 이후 학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우선 아이들끼리 관계가 좋아지면서 학교 폭력이 줄었다. 음악줄넘기 클럽에서 선수로 활동하는 3학년 A(16)양이 대표적이다. A양은 왕따를 심하게 당하고, 정서가 불안했다. 그런데 줄넘기 선수로 대회에 나가고 친구도 생기면서 자신감도 얻었다. 몸무게도 20㎏나 빠졌다. 이제는 클럽에서도 다른 친구들을 이끌며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양동여중으로 전학 온 3학년 이유정(16)양은 "체육이 제일 싫었는데, 이제는 체육 시간이 제일 좋다"고 했다. "운동을 하는 순간은 힘들어요. 숨도 가쁘고 하니까. 그런데 땀 흘리고 살짝 식을 때쯤 되면 몸이 정말 가벼워지는 것 같아요. 운동할 때는 안 좋은 일, 친구랑 싸운 것도 다 기억이 안 나고 그냥 다 좋아요."
이양뿐 아니라 국민건강체조팀 학생 18명은 운동을 하면서 체지방이 평균 3~4%씩 줄었다. 이양은 체육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사람들에게 운동을 가르치는 '운동 지도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왼쪽 사진)지난 5일 오후 부산 진구 양동여중 학생들이 학교체육관에서 음악줄넘기 연습을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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