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항공사 값싼 티켓 샀다가 '낭패'

2012. 10. 31.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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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급증..불만 제기할 지사도 없어
소비자 보호 '구멍'..당국 규제도 안 통해

민원 급증..불만 제기할 지사도 없어

소비자 보호 '구멍'..당국 규제도 안 통해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최근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저가항공사들이 내놓은 `값싼 항공권'을 구매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부 외국계 저가항공사들은 국내에 판매대리점만 두고 있어 당국의 규제에서도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

◇일부 외국계 저가항공사 `소비자보호 구멍' = 31일 국토해양부와 한국소비자원 등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김준혁(37. 가명)씨는 지난 11일 외국계 저가항공사인 A사가 새로 취항하는 인천~나리타 노선의 편도 항공권이 3만원이라는 홍보 문구와 언론 기사 등을 보고 바로 구매를 결심했다.

그러나 광고에는 편도 가격이 항공세 등을 포함해 3만원이라고 돼 있었지만 실제 왕복항공권 2매의 결제 가격은 80만원이었다. 최종 승인이 날 때는 광고의 가격과 비슷하게 내려갈 것으로 생각해 결제를 마쳤지만 최종적으로 80만원을 지불했다.

김 씨는 속았다는 기분이 들어 바로 당일 취소를 요청했으나 "약관상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일정을 바꾸려면 24만원의 위약금까지 내야 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어이가 없는 김 씨는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냈지만 소비자원도 속수무책인 것은 마찬가지. 국내에 판매 대리점만 두고 있는 A사와 연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할 수 없이 신용카드회사에 결제 취소를 요청했다. A사에 대해서는 나중에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면 민원을 제기할 생각이다.

올해 8월까지 소비자원에 접수된 환불과 운송지연 등의 항공권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269건으로 작년 전체의 254건을 벌써 넘어섰다.

◇ "판매망만 둔 외국계, 규제도 안 통해" = 이처럼 소비자가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저가항공사의 항공권 구입 과정에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손을 쓸 방법이 없다. 대다수 업체는 항공기가 결항하거나 지연되더라도 국적 항공사와는 달리 배상도 해주지 않는다.

이들은 국내에서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채 항공권 총판대리점(GSA)만 두고 있어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환불이나 배상 등의 문제를 얘기할 곳조차 없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항공업계에 대해서는 업계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규제를 최소화했다"며 "당국이 항공권 가격이나 환불 등의 규정에 대해 간섭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환불 불가 약관 등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리더라도 이들 항공사에는 먹히지 않는다.

현재 국내에서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지만 지사가 없는 곳은 에어아시아재팬, 피치항공, 세부퍼시픽 등 주로 외국계 저가항공사들이다.

소비자원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 항공권 관련 민원은 외국계 저가항공사들로 인한 피해 사례들"이라며 "국내에 판매 대리점만 둔 외국계 항공사는 민원이 발생해도 연락이 닿지 않아 시정 권고 등을 할 수 없어 억울한 일은 겪은 소비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외국계 저가항공사들은 값싼 항공권을 내놓으면서 국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에어아시아재팬은 이달 17일까지 일본 나리타 편도노선을 운임 2천원, 공항세 포함해 3만원에 판매하고 28일부터 운항을 개시했다.

필리핀 저가항공사인 세부퍼시픽도 홈페이지를 통해 이날까지 인천~세부 등 4개 노선 편도 항공권을 1페소(27원)에 판매한다. 유류할증료와 공항세 등을 포함해 3만~4만원 수준에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다.

소비자원 측은 "항공권을 구입할 때 무조건 싸다고 해서 덜컥 구매했다가 환불이 되지 않거나 많은 수수료를 물 수도 있다"며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소비자보호가 가능한지를 먼저 살펴보고 구매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indi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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