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옵티머스G, '회장님폰'에 걸맞은 자격 있나

리뷰조선 2012. 10. 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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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폰이라면 만사 OK?스마트폰 시장에서 과거의 명성을 잃어가던 LG가 칼을 빼들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지휘로 LG그룹 계열사의 기술력을 총동원한 스마트폰을 내놓은 것이다. 이름은 '옵티머스G' 하지만 남다른 출생 과정 덕에 '회장님폰'이란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사실 원조 회장님폰은 따로 있다. 10여 년 전,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만들어진 폴더형 휴대폰이다. 콘셉트도 다르다. 옵티머스G가 LG그룹의 기술력을 집약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건희폰은 이 회장의 지시 아래 조약돌 형 디자인, 내장형 안테나 등 구체적인 그림에 주력했다.

기업의 자존심이 걸린 제품답게, 옵티머스G는 꽤 높은 스펙으로 무장했다. 쿼드(4)코어 프로세서에 2GB 램(RAM) 메모리, 4.7인치 액정 화면, 1천300만 화소급 카메라, 내장형 배터리 등을 탑재했다. 특히 화면과 카메라, 배터리는 각각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LG화학의 것을 채택하는 등, 별명 그대로 LG그룹의 기술력이 한데 뭉쳤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만약 소비자가 LG전자의 임원에게 "회장님폰이 기존의 LG 스마트폰과 뭐가 다른가?" 혹은 "회장님폰을 쓰면 기존 스마트폰보다 어떤 점이 더 낫나?" 하고 묻는다면 과연 어떤 답변이 돌아올까? 옵티머스G 출시 이전, 약 한 달여간의 티저 이벤트와 쇼케이스에서도 이 같은 질문의 답은 나오지 않았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의 강력한 성능못지 않게 기대했던 것은 그런 점이었을 텐데 말이다.

평범해 보이지만 섬세하고 매력적인 디자인

회장님폰은 LG전자의 관계자나 언론에나 통하는 마케팅이지, 사용자의 손에 쥐는 순간부터는 있으나 마나 한 개념이다. 사용자가 굳이 회장님폰이라고 특별하게 여기고 사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이런 점에서 옵티머스G는 이건희폰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출시된 지 10년이 지나 피처폰이 사장되다시피 한 현재까지도, 이 회장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디자인은 사용자 친화적인 요소로 호평받고 있다. 옵티머스G가 진정한 회장님폰으로 호평받으려면 이런 요소가 필요하다.

사실 옵티머스G에도 이러한 요소가 숨어 있다. 단지 기술적인 면이나 외양에 가려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을 뿐이다. LG전자가 스펙 외에 그토록 자랑했던 UX(User Expierence: 사용자 경험)만 해도, 타사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꽤 완성도가 높다.

옵티머스G의 외형은 단순해 보이면서도 빈틈없이 채워졌다. 배터리 일체형답게 후면부의 짜임새가 수준급이다. 특히 전면 유리를 두른 금속 베젤은 정면에서 봤을 때 무척 얇아 섬세함을 강조한다. 마치 LG전자의 고급 TV 디자인을 보는 듯하다. 반면, 후면부의 이통사 로고는 마치 이 디자인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려고 일부러 붙여 놓은 것 같다. 특히 SK텔레콤의 '4G LTE' 로고는 너무 크고 제품 디자인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 디자인의 진가는 바로 그립감에 있다. 기존 스마트폰보다 화면이 커졌지만, 두께가 얇아져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을 느낄 수 있다. 테두리 베젤도 얇아 4.3인치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크기 차이가 거의 없다. 최근 스마트폰의 평균 크기가 커지면서 제품 휴대 때문에 고민하는 사용자라면 희소식이다.

잘 다듬어진 UX(사용자 경험)

옵티머스G의 내부 UI(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담백하다.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 UI보다 튀는 느낌은 덜 하지만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다. 아이콘 배열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도 타사 제품에서 보기 어려운 점이다. 또한,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디자인과 컬러 톤을 다른 테마로 바꿀 수도 있다. 총 4가지 테마가 기본 내장됐는데, 이왕이면 프라다폰의 모노 테마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터치 반응도 빠르고 쾌적하다. 손을 갖다 대는 대로 반응하고, 화면이 헐떡임 없이 매끄럽고 빠르게 넘어간다.

최근 스마트폰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제조사들은 자사의 스마트폰을 차별화하기 위한 부가 기능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옵티머스G도 마찬가지다. 동영상을 재생할 때, 원하는 부분에 두 손가락을 갖다 대고 늘리면 영상이 확대된다. 작게 보이는 피사체나 인물을 크게 봐야 할 때 유용하다. 또한, 동영상이나 DMB를 보다가 메시지가 왔을 때, 재생을 중단하지 않고 영상의 투명도를 조절해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영상도 계속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문제인 납치 같은 범죄 사고에 대비해, 신속하게 가족이나 친구에게 현재 위치와 상태를 알릴 수 있는 '안전지킴이' 기능을 적용했다. 외국어로 된 문서나 표지판에 카메라를 갖다 대면 자동으로 번역해 주는 'Q트랜스레이터'도 유용한 기능이다. 기존 제품에도 적용된 바 있는 'Q메모'와 음성인식 기능인 'Q보이스'도 있다. Q보이스는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음성 인식률은 뛰어나다.

옵티머스G는 LG이노텍이 만든 1천300만 화소급 카메라 모듈을 탑재해 출시 이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셔터 속도도 빠른 편으로, 셔터를 누르면 바로 찍힌다. 주간에는 AF(자동초점) 속도가 빠르고 화질도 좋지만, 야간에는 AF 속도와 화질이 떨어진다. 이는 다른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도 마찬가지다.

배터리 일체형보다 착탈식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특성상 배터리 일체형인 옵티머스G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옵티머스G의 배터리 용량은 2,100mAh로 큰 편이다. 또한, 최신 스마트폰은 전보다 에너지 효율이 늘어나 배터리 소모가 적다. 얼마 전 LG전자는 옵티머스G와 갤럭시S3의 배터리 성능 비교 테스트를 하는 등 옵티머스G의 배터리 성능을 홍보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게임이나 동영상을 많이 애용하는 사용자가 아니라면 사용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옵티머스G 일본판은 배터리 착탈식이며, 생활방수 기능까지 갖췄다.

회장님의 이름으로 담을 수 없었던 것들

옵티머스G는 LG 옵티머스 스마트폰 초창기의 어설픔을 겪어본 사용자라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세련되고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 성능과 디자인은 물론, UX도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사실 이 제품을 접하기 전에는 애매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옵티머스G가 내세우는 성능은 경쟁사 제품과 비교하면 다 고만고만했고, 화면이 더 큰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손에 쥐고 만져보니, 스펙상으로는 체감할 수 없는 높은 감성품질을 갖춘 제품임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스마트폰은 눈에 잘 띄는 성능이나 디자인뿐만 아니라 잘 띄지 않는 UX도 중요한데, 이러한 장점이 회장님폰 콘셉트에 묻힌 것은 아쉽다. 옵티머스G가 내세우던 스펙은 요즘 기준으로는 평범하기 그지없으며, 오히려 UX가 잘 다듬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LG전자는 배우 박해일의 포근한 나레이션을 동반한 TV 광고에서 UX의 장점을 알리는 등 신경을 썼다.

최신 스마트폰임에도 현시점에서 구형 운영체제가 된 안드로이드 4.0을 탑재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LG전자는 최근까지도 운영체제 업데이트에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해 사용자들의 원성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한때 옴니아2 때문에 사용자들의 신뢰를 잃었던 삼성전자가 이후 꾸준한 업데이트와 사후 관리로 잃었던 신뢰를 되찾았던 사례를 고려하면 이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최근 LG전자는 공식 발표를 통해 자사의 주요 스마트폰을 최신 버전인 안드로이드 4.1(젤리빈)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알렸다. 옵티머스G도 12월경 업그레이드가 진행될 예정이다.

같은 시기에 일본판 옵티머스G에 적용된 착탈식 배터리와 생활방수 기능이 없는 점도 아쉽다. 생활방수는 사용자 호응도가 높지 않으나, 확실한 메리트가 있고 마니아층도 뚜렷하다. 현재 국내시장에서 이 기능을 가진 제품이 없기 때문에 잘만 활용하면 옵티머스G만의 개성이자 경쟁력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스키철이 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 구매지수: 90/100-Good: 휴대성과 디자인, 세련된 UX가 잘 조합된 뛰어난 감성품질-Bad: 일본판과 달리 배터리 착탈 구조와 생활방수가 빠졌음

정택민PD xa112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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