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누리틀·똑똑전화' 한글 순화어 '사장 위기'

2012. 10. 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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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선정어 외면 받아

[세계일보]"나 이번에 손누리틀 새로 샀어."

"지난번에 똑똑전화도 사더니 역시 넌 앞선사용자구나."

언뜻 보면 북한 사람들이 주고받는 것 같은 이 대화에는 '손누리틀(넷북)', '똑똑전화(스마트폰)', '앞선사용자(얼리어답터)' 등 국립국어원이 선정한 순화어 3개가 포함돼 있다. 손누리틀을 순화어로 선정했을 당시 누리꾼들은 '손누리틀에는 넷북뿐 아니라 노트북도 포함되지 않나', '저런 말도 안 되는 황당한 낱말은 없는 것이 낫다'며 쓴웃음을 보냈었다.

566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한 가족이 한글 자모를 새긴 조형탑이 세워져 있는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글이 나날이 오염돼 가는 현실에 대해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은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진다.김범준 기자

국립국어원이 누리꾼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선정하고 있는 순화어가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300개가 넘는 순화어가 만들어졌지만 널리 쓰이는 단어는 일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순화 대상어 선정기준을 명확히 하고 홍보수단도 다양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8일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2004년 7월부터 최근까지 웹 사이트 '우리말 다듬기(www.malteo.net)'를 통해 만들어진 순화어는 342개에 달한다.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말다듬기위원회'가 웹 사이트에서 누리꾼의 추천을 받아 순화 대상어(외래어·외국어)와 순화어를 정해 발표하고 있다. 기존에는 순화 대상어와 순화어 모두 누리꾼의 투표로 정했지만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순화어 사용에는 대체로 긍정적인 여론이 많다. 2010년 '국민 언어 의식'조사에서는 순화어 사용에 대해 조사대상의 83.1%가 찬성했다. '외래어·외국어는 적극적으로 우리말로 순화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51.2%가 '대체로 그렇다'는 의견을 냈다.

그럼에도 실생활에서 순화어의 쓰임은 많지 않다. 순화어를 만들기 시작한 2004년 선정된 댓글(리플), 누리꾼(네티즌), 참살이(웰빙) 등의 단어가 그나마 널리 알려져 순화어의 체면을 세워줬다. 비슷한 시기에 생겨난 꾸림정보(콘텐츠), 그림말(이모티콘), 피부교감(스킨십) 등은 인터넷 어휘사전이나 몇몇 기사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순화대상어 선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립국어원이 '권장 순화어'로 꼽은 61개 단어 중 11개의 외래어 표현이 '표준국어대사전'(웹버전 포함)에 포함돼 있다. 사전에 실릴 정도로 사회에서 통용되는 말을 굳이 우리말로 바꾼 셈이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순화어를 만들었으니 순화어가 아닌 말은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며 "우리말을 더 아름답게 가꾸고 지키려는 노력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애써 발굴한 순화어가 사장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순화할 것인지' '이를 어떻게 알릴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고려대학교 심지연 박사(국어학)는 "외래어가 쏟아져 들어오는 만큼 그냥 사용할 말과 순화할 말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 먼저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면서 "순화어를 언론 매체 등에서만 홍보할 것이 아니라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소개하는 방법도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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