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배틀] 정은지vs송선미, 부산출신 사투리 왜 다를까?

[TV리포트=신나라 기자] 최근 드라마계에는 '부산스타일'이 대세다.
최근 종영한 tvN '응답하라 1997'은 출연자 전원이 부산사투리를 구사했다. 현재 방영중인 월화드라마 MBC '골든타임'과 KBS2 '해운대 연인들'에서도 맛깔나는 부산사투리를 들을 수 있다.
수많은 배우들이 그동안 작품에서 부산사투리를 구사해왔다. 서울말만 써왔던 사람이 사투리를 제대로 구사하기란 쉽지 않을 터. 배우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사투리 학습에 고생한다. 호평을 받는 것은 몇몇 배우뿐, 사실 지역민이 듣기엔 억양, 발음 등이 어색한 경우가 다반사다. 게다가 과장된 경우도 적지 않다.
부산사람도 너나 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사투리의 달인이 있다. '응답하라 1997'의 정은지와 '골든타임'의 송선미. 대체 얼마나 맛깔스러웠을까.

◆ 같은 부산사투리, 달라도 너~무 달라
'응답하라 1997'의 인기비결 누가 뭐래도 부산사투리. 주인공 성시원 역을 맡은 정은지는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실제 정은지의 고향은 부산.
정은지의 첫 연기 도전은 화려한 성공으로 마무리됐다. 연기력 논란은 커녕 실감나는 사투리를 구사하며 절정의 인기를 맛봤다.
정은지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사투리 하나로 (드라마에) 캐스팅됐다"고 할 만큼 부산사람의 특징을 잘 살려냈다. 억양이 세고, 아줌마투의 구수한 사투리로 흡입력있게 시청자를 끌어당겼다.
드라마 제작진은 "정은지가 부산 살 때 연세 많은 어르신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서 그런지 걸쭉한 사투리를 쓰는 편이다. 이런 경험이 드라마에서 더욱 구수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은지가 호평일색이었던 반면, 송선미의 사투리는 극과 극의 반응을 낳았다. 혹자는 송선미의 사투리 연기가 어색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송선미 또한 부산 출신이다.
드라마를 보면 공감하듯 송선미는 사투리 연기를 한 것이 아니다. 실제 부산의 2,30대 여성이 사용하는 사투리를 제대로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부산사투리임에도 왜 어색하게 들리는 것일까.
송선미의 사투리는 비교적 나긋나긋하다. 그동안 TV에서 접했던 다소 과장된 부산 말의 억양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때문에 일반 시청자는 송선미의 부산말이 낯설 수도 있다. 반면 부산 시청자의 반응은 이랬다. '부산 사투리가 아니라 실제 부산말을 듣는 듯 했다' '회사나 직장에서는 송선미처럼 말한다' '드라마를 보다가 정말 똑같아서 깜짝 깜짝 놀란다'

◆ 그래, 이맛이야...사투리가 살린 장면
'응답하라 1997'의 명장면 중 하나는 서인국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만나지 마까'라는 대목이다.
윤제(서인국)는 시원(정은지)의 절친 유정(신소율)에게 고백을 받고 시원의 집 앞으로 찾아온다. 집에 들어가려는 시원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만나지 마까(말까)"라고 묻는 윤제.
윤제를 소꿉친구로만 여겼던 시원은 "그걸 와(왜) 나한테 묻는데"라고 반문한다. 윤제는 시원을 쳐다보며 다시 '만나지 마까'를 반복한다.
이 장면은 윤제가 18년간 친구로 지내온 시원에게 차마 고백은 하지 못한 채 돌려서 표현하는 대목.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의 서툰 감정표현이 다섯글자만으로도 다 표현된 것은 특유의 부산사투리 억양 때문이다. 여기에 무미건조하게 툭 내뱉은 시원의 말도 사투리였기 때문에 더 임팩트 있게 다가왔다.

'골든타임'에서는 송선미가 '총명탕' 때문에 이성민에 대한 질투심을 드러내며 러브라인을 본격화 시켰다. 캐나다로 떠나는 은아(송선미)의 후임으로 세중병원에 새 간호사가 왔다. 은아는 보통 때처럼 아침 회의에서 만난 인혁(이성민)에게 커피를 건넨다.
새로 온 간호사는 "커피는 몸에 안 좋다"며 은혁에게 총명탕을 전해준다. 은아는 자신이 준비한 커피를 슬쩍 치운다. 인혁은 "그거(커피) 나 마시라고 준거 아니냐"며 은아를 쳐다본다. 은아는 "아니에요. 총명해지게 총명탕이나 드세요"라고 뾰로통하게 대꾸한다.
인혁은 "커피와 총명탕 둘 다 마시면 된다"고 말했지만, 은아는 "앞으로 커피는 준비 안하면 된다. 뚜껑도 안 닫고 얘가 덜렁된다"고 괜한 신경질을 부려 인혁의 웃음을 자아냈다.
은아의 사투리는 인혁의 투박한 표현을 받아주기에 안성맞춤이다. 은아가 서울말을 썼다면 자칫 까칠한 여성으로 보여질 우려가 있다. 인혁 또한 은아 앞에서 한없이 촌스러워졌을 것이다. 인아의 나긋나긋한 사투리가 중간 지점에서 밀고 당기기를 조율한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두 사람의 러브라인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은지 송선미, 두 사람의 사투리가 다른 것은 스타일의 차이다. 정은지는 비교적 억센 사투리고 송선미는 부드러울 뿐이다. 어느 한 쪽이 교과서 적인 정답이될 수는 없다. 부산사투리 역시 환경에 따라 각각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 중요한 것은 두 배우가 제대로 된 부산사투리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점이다.
사진=TV리포트 DB, tvN, MBC
신나라 기자 norah@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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