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최고]가을을 부르는 향기 가평 축령산 잣나무숲
경기도 가평은 전국에서 잣나무가 가장 많이 자라는 곳이다. 특히 축령산 일대는 빽빽하게 들어선 키다리 잣나무들이 그득하다. 그래서 이름도 '축령백림'이다. 그 옛날 하늘의 신선들만 먹었다고 전해지는 잣의 향긋한 내음이 9월이면 온 마을을 진동하고, 잣나무의 푸른 기운이 그대로 몸으로 전해질 듯하다. 덕을 지녀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 안다는 나무. 물과 흙과 태양이 주는 그대로를 받고 부족함을 말하지 않는다는 나무. 축령산 잣나무 숲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삶의 이유와 그 신성함을 알게 된다.

모든 숲은 힐링의 천국이다

산악인의 시산제 명소인 축령산은 이미 축령산 자연휴양림과 아침고요수목원으로 이름이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주말이면 교통 체증이 일어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인데, 아침고요수목원 입구를 지나 한산해진 길을 좀 더 들어가면 이곳이 바로 가평군 상면 행현리다. 여기서 다시 30분 정도를 가면 축령산 산길. 근처 수목원과 휴양림과는 달리 이 숲길은 많이 붐비지 않는다. 대신 멀리서부터 퍼져 나오는 은은한 잣 향기가 걷는 이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게 한다.
가평 축령산 일대에는 30년 이상 된 잣나무 수십만 그루가 하늘을 찌를 듯 들어차 있다. 해방 전후 산기슭에 심은 잣나무 묘목들이 6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아름드리 잣나무 숲으로 변해 삼림욕장과 자연휴양림으로 우리의 편안한 쉼터가 되고 있다. 포근한 잣나무 숲길을 걷고 있자면 온몸으로 퍼지는 송진 내음에 황홀함마저 느끼게 된다. 천국이 따로 없다. 세상 시름 다 잊고 잣 향기에 취해 그저 천천히 걷고 또 걷고 싶다. 아무리 걸어도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 그 까닭은 잣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 효과 덕분이다. 피톤치드는 나무와 식물이 해충이나 곰팡이에 저항하려고 스스로 만들어내는 휘발성 물질이다. 잣나무의 피톤치드는 다른 나무에 비해 월등한 효과가 있어 각종 감염 질환이나 아토피 질환 등은 물론 면역력을 좋게 해줄 뿐 아니라 우울증 같은 마음의 병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잣나무가 자연의 명의인 셈이다.
숲에 몸을 맡기면 머리로 알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 맑은 공기 덕분에 깨어난 온몸의 감각들이 이제 축령산 잣나무 숲을 자세히 더듬어 느끼기 시작한다. 하늘을 가릴 듯 쭉쭉 뻗어난 숲길을 따라가면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도 만나고 뾰족뾰족 기암괴석도 만나게 된다.
푸른 잣나무야 사시사철 같은 느낌이 아닐까 하는 이들도 있지만, 조금만 세심하게 들여다봐도 사계절 변화가 각각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잣나무다운 늠름함을 지닌 것이 바로 가을 잣나무. 봄과 여름을 견뎌내고 그 푸르름이 절정에 달하는 것은 물론 실한 잣송이들이 열리기 시작한다. 잣나무는 2년에 한 번 열매가 열리는 기다림의 나무다. 사람이건 다람쥐건 급하게 서두른다고 잣을 얻을 수는 없다. 귀한 잣을 얻기 위해서는 꽃이 피고도 꼬박 1년을 넘겨 다음 해 가을이 되어야 잣을 수확할 수 있다.
숲길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잣송이는 마치 숲의 전령들이 길을 찾느라 떨어뜨려 놓은 조약돌 같다. 그 잣송이들을 따라 걸어보는 것도 남다른 재미. 아이들과 잣송이 찾기 놀이를 즐기는 가족들도 눈에 띈다. 이런 편안함을 더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잣향기 푸른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숲과 함께 명상하며 마음을 치유하는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그저 편안하게 걸으며 잣나무 숲과 하나가 되는 여정. 푸른 숲에만 시선을 고정하다 잠시 잠깐 하늘 한번 올려다보니 강렬한 햇살이 눈부시다. 고개를 돌려 또다시 잣나무 숲의 너그러운 품으로 돌아오니 이제야 좀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그렇게 숲의 넉넉하고 푸근한 기운을 온몸으로 받다 보면 하산 시간마저 깜빡 잊기 일쑤다.
가평 전체가 치유의 공간


가평은 지역 전체가 하나의 자연 생태공원이라 할 만큼 산과 호수, 나무와 꽃들로 가득한 곳이다. 그 대부분이 태고의 역사를 간직한 순수 자연이지만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조성된 아름다운 자연들도 가득하다. 어느새 가평의 또 다른 이름처럼 되어 있는 아침고요수목원과 새롭게 조성된 이화원을 돌아보면 사람에 의해 조성된 자연이 태고의 자연과 얼마나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지 놀랄 수밖에 없다. 가평의 대표적 명소가 된 아침고요수목원은 명성처럼 사계절 내내 여행객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유행가 가사의 그것처럼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꽃과 나무가 만발한 곳이다. 한국적 정서를 담은 정원답게 다양한 콘셉트의 정원들이 마련되어 있고 체험학습장, 전시실 등 다양한 부대시설과 학습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9월의 들국화 전시회를 비롯하여 매월 다양한 테마로 축제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 2009년 10월에 일반에 개방되어 오감생태문화 테마파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화원은 자연 생태공원으로는 특이하게도, '다른 것'은 결코 '틀린 것'이 아니라는 화두를 테마로 공간을 구성한 이색적인 곳이다.
그런 만큼 이곳에서는 동서양의 화합, 우리 민족과 세계와의 화합을 의미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녹차나무, 유자나무 등 우리나라의 고유 식물과 커피나무, 감람나무 등 지구 반대편의 이국적인 세계 식물이 한 공간에서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아침고요수목원에 비해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보고 느낄 것이 알차게 마련되어 있는 흔치 않은 자연공간이다.
가평에는 이국적인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곳도 있다. 푸르른 청평호반을 눈앞에 둔 언덕에 귀여우리만치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지중해풍 작은 마을 쁘띠프랑스가 그것이다. 특유의 이국적인 풍경으로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뭇 나그네들을 들뜨게 하는 이곳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 어린왕자 > 를 테마로 한 작은 프랑스마을이다. 이곳에는 프랑스의 전통 주거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전통주택관과 생텍쥐페리기념관, 오르골하우스 등이 있어 수많은 여행객들을 불러 모은다. 드라마 < 베토벤 바이러스 > 의 메인 촬영지로 유명하다.
찾아가는 길
기차 상봉역·망우역→가평 버스 동서울터미널→가평, 잠실역·청량리역→가평 승용차 경춘국도(46번 국도)→청평검문소→현리/일동 방면(37번 국도)→가평 축령산잣영농조합→축령산 잣나무숲 가평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가평 맛잣 요리

조선시대부터 가평을 대표하는 특산물이었던 잣은 전국 생산량의 32%를 차지할 정도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것은 가평이 잣나무가 자라는데 적합한 기후 조건과 토질을 지녀 잣알이 굵고 윤기가 돌며 맛이 담백하고 고소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가평의 잣이 음식으로 처음 진화한 것은 막걸리이다. 가평의 맑은 물과 고소한 잣이 만나 탄생한 잣막걸리는 특유의 고소함과 감칠맛으로 가평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인정받았다. 잣막걸리는 멸균처리되는 보통 막걸리들과는 달리 전통 제조방식을 따라 만든 생막걸리로 효모가 그대로 살아 천연탄산을 함유하고 있다. 따라서 시원한 맛과 함께 곡주 특유의 두통과 숙취가 없다. 또한 자양강장의 효능을 비롯해 빈혈과 장 기능에도 도움을 주는 약주로서의 기능까지 갖고 있다.
잣막걸리와 함께 최근 슬로푸드로 각광받고 있는 잣 요리가 잣국수와 잣죽이다. 얼핏 보면 콩국수와 비슷해 보이는 잣국수는 국물에서 또 면발에서 잣 특유의 향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다. 잣국수의 특이한 점은 국물뿐만이 아니라 면을 반죽할 때도 잣을 갈아 넣는다는 점이다. 날이 따뜻할 때는 시원한 국물로, 추울 때는 따뜻한 국물로 요리해서 먹는데 그 면 또한 국물의 온도에 따라 두께와 모양이 다르다. 시원한 국물에는 중면과 같이 얇은 면발을, 따뜻한 국물에는 칼국수처럼 넓적한 면발을 말아 먹는다.
잣죽은 잣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잣 요리이다. 최근 슬로푸드가 각광받으면서 현대인의 건강식으로 다시 조명받고 있는 잣죽은 죽 요리 체인점이 늘어나고 그 메뉴가 보편화되면서 쉽게 맛볼 수 있게 되었지만 예로부터 한국의 죽 요리 중 고급 요리에 속하는 음식이다. 고소하고 풍부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특징인 잣죽은 특히 영양가가 높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으로 환자나 노인을 위한 보양식으로 제공되고 있는데 가평의 잣 요리 전문점에서 맛보는 잣죽은 특히 귀한 잣을 듬뿍 넣고 만들어 최고의 웰빙요리로 꼽힌다.
잣 요리 맛집
명지쉼터가든

가평잣을 이용한 음식을 만들어 김덕수잣국수라는 상표와 그 제조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명지쉼터가든은 잣 요리의 역사를 만들어온 집답게 고소하고 감칠맛 나는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가평잣을 이용한 정통 잣국수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곱게 간 잣가루와 밀가루, 쌀가루 등 5가지 재료를 더해 뽑은 면에 잣 국물을 붓고 얇게 썬 오이채를 고명으로 얹어 내는 것이 전부이지만 이 집 잣국수의 매력은 대단하다. 주문과 동시에 반죽을 해서 국수를 뽑아내는 까닭에 잣국수를 먹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리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면발이 쫄깃하고 국수에서 나는 잣향과 고소함이 온종일 입맛을 다시게 할 정도로 일품이다. 특히 면을 반죽할 때 넣은 잣 알갱이가 톡톡 씹히는 맛은 무척 인상적이다. 잣국수는 온면과 냉면 두 가지로 맛볼 수 있는데 함께 나오는 겉절이 김치에 감아 먹으면 시원한 김치의 맛과 잣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감돈다. 잣국수와 함께 잣 요리의 대명사가 되어 있는 잣죽 역시 특유의 감칠맛과 고소함으로 미식가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주 메뉴다.
위치 강원도 가평군 북면 이곡1리 207-2 문의 031-582-9462 가평 잣 손두부집

가평 잣과 두부를 이용한 요리로 여행객들의 발길을 끄는 맛집이다. 식당 옆에 두부 만드는 곳을 만들어놓고 손두부 만드는 것을 직접 보여주기도 하고, 두부를 만들고 남은 비지를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 집의 대표적인 메뉴는 가마솥에 직접 끓여 만든 잣손두부로 두부에 통 잣이 그대로 박혀 있어 잣의 고소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거기에 김치를 얹어 먹는 맛 또한 일품이다. 맑은 육수에 새우젓으로 간을 해 독특한 국물맛을 내는 잣두부전골 역시 이 집의 인기 메뉴다. 잣손두부와 버섯, 갖가지 야채를 넣고 끓여내는 전골은 간밤의 숙취를 풀어주는 해장 요리로 손색이 없다. 그 밖에도 잣두부보쌈, 생잣손두부, 잣칼국수와 같은 잣 요리들이 주 메뉴를 이룬다.
위치 경기도 가평군 상면 행현리 515 문의 031-584-5368, www.gpfriends.net가평 숲마을에서 자볼까?연인산다목적캠핑장

백둔리 연인산 등산로 입구에 위치한 연인산다목적캠핑장은 삼림욕, 레포츠, 공연 등 다양한 문화체험이 가능한 숲 속 휴양시설이다. 오토캠핑장과 통나무집 모빌홈은 물론 소규모 인원이 사용할 수 있는 캐빈하우스와 단체 수련시설인 클럽하우스를 갖추고 있다.
위치 경기도 가평군 북면 백둔리 357 문의 031-582-5701, www.gpyeonin.co.kr옐로우스톤펜션

아침고요수목원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펜션으로 전체가 핀란드산 홍송 원목으로 지어진 통나무 웰빙펜션이다. 펜션 앞에 연못, 수영장, 정자가 조성되어 있고 사계절 아름다운 꽃과 밤하늘의 별이 운치를 더하는 곳이다.
위치 경기도 가평군 상면 행현리 677-1 문의 031-584-2279, www.yellow-stone.co.kr한옥펜션 팜카티지

전통 한옥체험과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펜션. 깔끔한 펜션이라기보다는 민박에 가까운 이곳은 이색적인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한옥 두 채와 독일의 농갓집 같은 양옥 한 채가 은사시나무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은 한 마디로 그림이다. 안채, 사랑채, 보산방, 벽송산방 등 4가지 타입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위치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미사리 4-1 문의 031-584-7279, www.farmcottage.co.kr[글 이상호(여행작가) 사진 이책007, 가평군청]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36호(12.09.25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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