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중형차.. 화려한 '스펙'싸움

김은정 기자 2012. 9. 14.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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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 '자동차 모델비교' 코너에 준중형차 넉 대를 띄워놓고 이리저리 뜯어보며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권정인(32·서울 방배동)씨. 그녀는 자동차 회사들이 가장 골치 아파하는 고객군(群)에 속한다. 어머니께 물려받은 중고 쏘나타를 처분하고 처음으로 자기 차를 구매하려고 마음먹은 뒤, 시장에 나와 있는 준중형차에 대한 완벽 비교 분석에 돌입했다. '곧 결혼해서 아이도 낳을 텐데, 실내 공간은 넓을수록 좋겠다' '그래도 한 번 사면 5년은 탈 텐데 디자인은 최신 유행에 맞아야지' '중형차보단 싸지만 그렇다고 너무 저렴해 보이면 곤란해' '연비는 물론 좋아야지' '요즘 스마트폰으로 집에서 에어컨을 미리 켤 수 있는 기능도 있다던데…'. 이런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차를 찾으려니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통상 배기량 1500~1800㏄급의 준중형차는 중형차보다는 실용성을, 경차보다는 공간과 스타일, 첨단 기능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다. 생애 첫차로 선택하거나, 중형차를 사기 전 예산의 압박 때문에 일단 한 단계 낮춰 구매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들어선 중형차 못지않은 화려한 첨단 기능으로 무장해 중형차를 구매할 이유마저 잃게 만들기도 한다.

◇아직도 내가 準중형으로 보이니

현대차는 최근 2013년형 아반떼를 내놓으면서 '세상에 없던 클래스'라는 슬로건을 붙였다. 배기량은 준중형급인데, 중형급 이상에서나 볼 수 있었던 옵션으로 무장했기에 '준중형이면서도, 준중형이 아닌 차'라는 뜻에서 스스로를 이렇게 포지셔닝한 것이다.

2013년형 아반떼는 차체자세제어장치(VDC)를 동급 최초로 전 모델에 기본으로 적용했다. 주행 중 급선회나 급가속, 급제동을 할 때 브레이크와 엔진 출력을 능동 제어해 주행 안전성을 확보하는 장치다. 신형 그랜저부터 장착되기 시작한 후방충격저감시트도 아반떼에 적용됐다. 추돌 상황에서 탑승자가 받는 충격을 빠르게 흡수해 상해를 최소화하는 시트다.

아반떼는 200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13년 연속 준중형차 중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베스트셀러로, 소비자들이 쇼핑리스트 가장 상위에 올려놓고 생각하는 모델이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전 차종 판매 1위도 유력하다. 많은 선택을 받은 만큼 검증된 차이지만, 그만큼 흔하다는 게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기아차의 K3는 아반떼의 강력한 적수가 될 전망이다. 이달 17일 출시되는 K3는 K5·K7·K9에 이어 'K시리즈'를 완성하는 신차다. 포르테 후속이지만 과거 포르테의 냄새를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변했다. 기아차 패밀리룩으로 굳어진 헤드램프~라디에이터 그릴이 연결되는 전면부 디자인에 발광다이오드(LED) 주간주행등이 화려함을 더했다. 차체가 아반떼보다 30㎜ 길고, 폭은 5㎜ 늘어났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700㎜로 아반떼와 같다.

사실 K3는 현대·기아차가 준중형 최초로 적용한 텔레매틱스 시스템이 차별화 포인트로 꼽힌다. 스마트폰으로 원격시동을 걸거나 에어컨·히터를 켜고 끌 수 있고, '유보(UVO)' 시스템 센터 직원과 연결해 경로나 날씨 안내를 받을 수도 있다.

◇디젤·해치백·박스카, 취향 따라 고르는 재미

르노삼성은 SM3의 전면부 디자인을 바꾸고 연비를 개선한 뉴SM3를 최근 출시, 뭔가 색다른 차를 찾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차에 올라타면 화려한 컬러의 디지털 클러스터가 운전대 뒤쪽에서 번쩍인다. 마치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탄 느낌을 준다. 젊은 세대의 디지털 감성에 맞춘 색다른 시도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나 최고 속도를 제한하는 스피드 리미터 등도 차별화를 위해 새로 적용한 기능이다.

르노닛산 그룹이 연비 향상에 중점을 두고 새로 개발한 엔진에 신형 무단변속기를 적용, 동급 최고 수준의 공인연비(17.5㎞/L)를 달성했다.

쉐보레 크루즈는 다른 준중형차보다 배기량이 높아 힘이 좋다. 가격도 그만큼 비싼 게 흠이다. 해치백이나 2000㏄급 디젤 모델도 구비돼 있다. GM이 젊은 운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개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마이링크'를 2013년형 크루즈에 처음 적용한 것도 특징. 마이링크는 스마트폰과 연결해 음악·사진·동영상 등을 차 안에서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7인치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조작도 쉬운 편이다. USB 저장장치, 아이팟, 아이패드, 휴대폰, AUX단자, 블루투스 등 고객이 원하는 연결장치를 마이링크 시스템에 연결할 수 있다. 블루투스로 마이링크 시스템에 연결하면 휴대폰 전화번호부를 7인치 쉐보레 마이링크 화면으로 옮겨와 원터치로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다.

뭔가 특별한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아반떼·K3와 같은 뼈대에 디자인을 바꾼 벨로스터와 쏘울, 유럽 해치백 감성을 살린 i30 등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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