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배우] 김연수, '메이퀸' 김유정 체벌교사 "감정 격해져 NG위기"

손효정 2012. 8. 3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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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 손효정 기자] MBC TV '메이퀸' 1회가 방송된 후 가장 욕을 많이 먹은 캐릭터는? '악의 축' 이덕화(장도현 역)가 아니다. 극 중 김유정(천해주 역)과 현승민(장인화 역)의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부잣집 딸 인화에겐 눈치를 보며 모든 비위를 맞춰준다. 가난한 해주에게는 '사과를 하라'며 회초리까지 휘둘렀다. 과거에는 이런 선생님이 많았다고? 요즘 보기엔 충격이었다.

강한 역할 때문에 그 배우 얼굴 기억에 박혔다. 며칠 뒤, MBC TV '골든타임' 13회에서도 그를 포착했다. 전 남자친구에 의해 총상을 입었다며 응급실로 온 여성이었다. 그의 이름은 김연수.

◆ "김유정 체벌장면 감정 격해져 NG위기"

김연수는 '메이퀸'에서 역할을 '강한 자에게는 강하고, 약한 자에게는 약한 자'라고 표현했다.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백호민 감독의 섬세한 디렉션에 대해 찬사를 멈추지 않았다.

"(김)유정 체벌신을 찍기 전에 리허설을 많이 했다. 감독이 부드러우면서도 강압적인 톤으로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습을 할 때 나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졌다. 회초리를 휘둘렀는데 감정 조절이 안돼서 옆에 화단 같은 것을 칠 뻔했다. 다들 화들짝 놀랐다. 그래서 스냅 조절을 많이 연습했다. 촬영 때는 NG가 나지 않았다."

지인들은 그의 연기를 어떻게 봤을까. 김연수는 "방송이 나간 뒤 많은 분들이 '예쁘게 잘 나왔다'며 좋은 평을 해줬다. 나도 평소처럼 한 신이 아니라 세 신이나 나와서 뜻깊었다. 그동안 배우 김연수를 드러내기가 참 힘들었다"고 말했다.

단역 배우에게는 조명도 잘 쏘아주지 않는 것이 현실. '메이퀸' 제작진은 그런 차별이 없었다. 김연수는 "한사람 한사람을 주인공과 똑같이 대해줬다. 못된 역할이지만 예쁘게 나온 것도 그 때문 아닐까"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알고보니 김연수는 김유정과 구면. 영화 '마을금고 연쇄 습격 사건'으로 인연을 맺었다. 어머니와도 아는 사이. 김연수는 "유정이도 '당연히 알죠'라며 나를 기억했다. 어렸을 때 봐서 그런지 부쩍 큰 느낌이었다. 연기에 내공이 있는 것 같다. 밝은 느낌 안에 복합적인 감정들을 갖고 있다"고 칭찬했다.

◆ 신문광고 모델에서 연극배우까지

김연수는 늦은 나이에 서일대학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로 편입했다. 마지막 학기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 김연수는 작년에 극단 활동과 공부를 병행해 정말 힘들었다고 눈물을 훔쳤다.

"밤 10시까지 연극 연습하고 하루에 2~3시간씩 자면서 공부했다. 공연을 천안에서 했다. 차 안에서 일주일 내내 공부했다. 함께 수업 듣는 분들이 도움을 많이 줬다. 지금은 '그때 어떻게 버텼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어릴 때 공부하고 무대에 설 수 있어 감사하다."

고등학교 때 연극반을 하면서 끼를 자각한 김연수. 그는 신문 광고 모델로 연예계와 인연을 맺었다. 연기학원을 다닐 때 만난 지인이 TV출연을 추천해줬다. 이후 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출연했다.

"배우를 시작했는데 '에너지가 없다'고 느껴졌다. 연극을 시작한 이유다. 극단 '창'으로 활동한 지 3년 된다. 정극만 하다가 '바쁘다 바뻐'라는 블랙코미디를 했다. 그때 무대에서 목소리가 안 나온 적이 있다. 악을 쓰면서 버텼다. 커튼콜 때 관객인사를 하는데 눈물이 났다. 관객들이 괜찮다며 기립 박수를 쳐줬다. 많은 배우들의 길이 순탄하거나 정당하지 않을 것이다. 잘 극복하고 좌절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독립영화 '패밀리마트'의 당당한 주인공

'단역 배우'라는 꼬리표 때문에 고충도 많았다. 지난 날 기억은 눈물이다.

"실수를 하면 많이 혼난다. 생각해 보면 이해도 된다. 다들 배역이 있고 그동안 호흡을 이어왔다. 그런데 나는 촬영 이틀 전에 캐스팅 돼서 전날 대본을 받고 연습 한다. 배우들과 호흡 맞추기가 쉽지 않다."

분명히 출연했는데 TV나 영화에서 찾을 수 없을 때도 있다. 어떤 때는 얼굴 없이 목소리만 나왔다. 배우끼리 시기와 질투도 있다. 캐스팅이 되면 '감독과 친해서 된 것 아니냐'는 불편한 시건을 보낸다. 한 때는 친했는데 스타가 된 뒤 모른척 하는 이들도 있다. 매니저를 해준다던 사람은 어느 날 '인지도가 낮다'며 등을 돌리기도 한다.

상처를 많이 받은 김연수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고 말했다. 그가 단역만 한것은 아니다. 2010년 독립 영화 '패밀리 마트(김건 감독)'에서는 당당히 주인공이었다. 김연수가 꼽은 최고의 출연작이다.

"내가 만약에 지금 죽으면 나를 어디 어디 나왔던 단역 배우라고 말 할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패밀리마트'의 주인공으로도 기억해주지 않을까. 타이틀이 부족한 나를 믿어준 감독에게 너무 고맙다."

◆ 강우석 감독 '전설의 주먹' 캐스팅 영광

김연수는 올해 KBS 2TV '드라마 스페셜 연작시리즈-소녀탐정 박해솔', tvN '노란복수초'에 이어 MBC TV '메이퀸' '골든타임' 등에 출연했다. 그녀의 행운은 멈추지 않고 계속 됐다. 강우석 감독의 19 번째 영화 '전설의 주먹'에 캐스팅 된 것.정말 하고 싶던 역할이었다.

"오디션? 단편 영화 포함 100번도 넘게 떨어진 것 같다. 그렇게 이쁘지도 않고 섹시하지도 않고 애매하다. 그런데 '전설의 주먹'에 캐스팅 됐다. 주인공 처제 역이다. 감독이 이미지가 맞아 뽑았다고 했다. 캐스팅 전화를 받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앞으로 자신에게 맡는 역을 찾고 싶다는 김연수. 각오가 남다르다. 그는 연기자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나를 'TV에 나오는 사람' 정도로 알아본다. 모르는 사람 만났을 때 배우라고 하면 '어디 나왔냐?'고 묻는다. 출연작을 말하면 '거기서 뭐로 나왔어요?'라고 되묻는다. 나를 움츠러 들게 하고 말을 못 잇게 한다. '아, 어디 나왔구나' '연기자구나' 정도만 알아봐도 좋겠다. 배우로서 부족한 것이 많다. 그래도 열심히 하면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MBC TV '메이퀸' '골든타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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