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특허소송] 美 일반인 배심원들 "디자인 특허 침해".. 英법정과 정반대 평결

이번 평결에선 애플의 주장은 거의 100% 받아들인 반면 삼성전자의 주장은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방적 결론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 디자인 특허를 침해한 만큼 10억4934만달러(약 1조191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같은 영미계 법원이라도 지난 7월 영국 법원에서는 삼성 제품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정한 것과는 정반대 판결이 나온 것이다. 영국 고등법원은 지난 9일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영국 법원은 선행 제품 50여개를 참작할 때 애플 디자인에는 독창성이 부족하고 삼성 제품은 애플 제품과 차별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①"직사각형에 둥근 모서리도 특허다"
이번 소송은 애플과 삼성전자가 다른 8개 나라에서 벌이고 있는 소송과 마찬가지로 '디자인' 대 '통신' 특허 대결이었다. 애플은 미국 소송에서도 디자인과 사용법(User Interface) 분야에서 삼성을 상대로 소송 7개를 제기했다〈그래픽 참조〉. 그중 가장 논쟁이 됐던 것은 스마트폰 외관에 관해 특허를 주장한 3개였다. 첫째는 스마트폰 모양을 직사각형으로 만들고 네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한 것. 둘째는 스마트폰 앞면 아래쪽에 홈버튼(초기 화면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기능 버튼) 하나를 배치하고, 옆면에 볼륨키 등 기능키를 배치한 것이 애플의 외관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이었다. 애플은 이 두 가지가 애플의 고유 디자인 특허라고 주장해 왔는데, 배심원들은 모두 애플 손을 들어줬다. 삼성은 법정에서 "애플도 소니 디자인을 참고해 아이폰을 만들었다"고 공세를 폈으나 배심원들은 인정하지 않았다.
셋째 주장, 즉 스마트폰 초기 화면에서 아이콘들을 마치 바둑판 모양으로 배치해둔 것도 특허라는 애플 주장에 대해서도 배심원들은 애플 손을 들어줬다.
이런 일방적 판결은 손해배상액 규모를 당초 예상보다 많은 10억4934만달러까지 불어나게 만들었다. 애플은 디자인과 관련된 배상액을 삼성 제품 대당 24달러로 책정한 반면 다른 분야 특허는 대당 2~3달러 수준으로 요구했었다.
②"바운스백 등 휴대폰 사용법도 특허다"
요즘 스마트폰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이용법 가운데 애플이 자사 특허라고 주장했던 3건도 모두 배심원 평결에서 인정됐다. 애플이 자사 특허라고 주장한 바운스백(스마트폰으로 자료를 볼 때 마지막 자료에선 끝임을 알리기 위해 화면이 용수철처럼 튀는 듯한 시각 효과를 주는 기술), 핑거 투 줌(엄지와 검지로 화면의 특정 부분을 확대해 볼 수 있는 기술), 화면을 두 번 두드리면 화면 안의 문서가 확대되는 기술 등 세 가지가 모두 애플의 특허라고 배심원들은 평결했다.
반면 삼성이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통신 등 5건은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분할 전송되는 데이터 구분 기술, 중요도별 데이터 송신 전력 감소 기술 등 휴대폰에서 인터넷을 하거나 데이터 통신을 하는 데 필요한 기술들이다.
③미국인 배심원 9명의 일방적 평결
미국인 9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평결 협의 시작 22시간 만에 애플의 완승 결론을 내렸다. 배심원들은 사회복지사, 가정주부, 시청 직원, 오토바이숍 매니저, 무직자 등 거의 대부분 IT 비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배심원단의 대표 벨빈 호건(67)은 25일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가 의도적이었음을 절대적으로 확신했다"며 "우리(배심원단)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히 가볍게 꾸짖는 수준이 아니라 충분히 고통스러운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특허 전문 업체 제너럴 페이턴트 CEO 알렉스 폴노랙은 "배심원 재판의 속성상 이번 재판은 배심원들이 (자기들 입장에서) '좋은 편(good guy)'과 '나쁜 편(bad guy)'을 가려내는 것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배심원(陪審員)
'배심원'이란 배심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나 사실관계 인정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일반시민을 뜻한다. 미국 재판에서는 법률 전문가를 대신해 배심원들이 소송을 지켜본 후 합의를 통해 평결을 내리며, 이는 대개 판사의 판결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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