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창 유어셀프"..에미넴, 하트 날린 힙합제왕 (종합)

[Dispatch=나지연기자] 비가와도 에미넴이었다.
'현존 최고의 랩퍼'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무대였다. 물흐르듯 유연한 플로우. 마디마다 딱 떨어지는 라임. 숨쉴 틈 없이 이어지는 현란한 랩핑. 화려한 조명도, 웅장한 세트도 필요 없었다. 오직 MIC 하나 뿐. 에미넴은 그렇게 랩으로, 서울의 밤을 뜨겁게 달궜다.
19일 오후 8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7 - 에미넴 리커버리 투어'가 열렸다. 이번 콘서트는 에미넴의 첫 내한공연. 지난 16~17일 일본 공연에 이은 것으로, 한국 팬들과 공식적으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첫 만남, 그 인상은 강렬했다. 에미넴이 설립한 레이블 '세이디 레코드(Shady Records)' 소속팀인 '슬러터하우스(Slaughterhouse)가 오프닝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띄운 것. 팬들은 몸을 흔들며 비트 위에 몸을 맡겼다. 곧이어 8시 25분, 에미넴이 무대에 올랐다.
에미넴은 열정 그 자체였다. 90분간 이어진 공연내내 무대 좌우를 쉴새없이 누비며 랩을 쏟아냈다. 중간중간 능숙하게 관객의 호응도 유도했다. 공연장을 메운 2만여 국내 팬들은 영어로 된 힙합곡을 '떼창'으로 화답하며 하나가 됐다.

◆ "원트 백 다운~루즈 유어셀프…히트곡 퍼레이드"
시작부터 강렬했다. 어두운 조명, 에미넴은 무대 아래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첫 곡은 영화 '미션 임파서블 4' OST '원트 백 다운'. 회색 후드집업에 칠부 트레이닝 팬츠를 입은 에미넴은 속사포처럼 랩을 쏟아내며 등장했다. 이어 '3AM', '스퀘어 댄스', 'W.T.P', '킬 유'까지 연이어 선보이며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명불허전 히트곡도 들을 수 있었다. '스탠', 신데렐라맨', '러브 더 웨이 유 라이', '아이 니드 어 닥터' 등 히트 넘버들이 울려퍼졌다. 에미넴은 라이브 밴드의 연주에 맞춰, 신들린 듯한 랩을 선사했다. 플로우, 라임, 바운스 모든 것이 딱 맞아 떨어졌다. 손을 흔들며, 무대를 뛰었고, 관객과 눈을 맞추며, 랩을 이어갔다.
후반부로 갈수록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점차 빗줄기가 굵어졌지만, 에미넴은 개의치 않았다. 마이크 하나에 의지해 '마이 네임 이즈', '클리닝 아웃 마이 클로젯'을 흔들림없는 라이브로 소화했다. 최신 히트곡 '낫 어프레이드' 전주가 흐르자 2만 관객은 환호성을 질렀다. 에미넴은 온 몸이 땀으로 젖었지만 열정적으로 랩했다.
에미넴은 '낫 어프레이드'를 끝으로 작별을 고했다. 무대 위 조명도 모두 꺼졌다. 하지만 팬들은 쉽사리 떠날 줄 몰랐다. '에미넴', '슬림세이디', '앵콜'을 연호했다. 5뷴여간의 정적 후, 에미넴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 히트한 영화 '8마일' 수록곡인 '루즈 유어셀프'를 열정적으로 불렀다. 그렇게 대미를 장식했다.
◆ "닥터드레 깜짝 등장, 신구 최고 랩퍼의 만남"
이날 공연은 국내 힙합 팬들에게는 더없이 즐거운 자리였다. 신구 힙합 전설의 모습을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 주인공은 닥터 드레였다. 에미넴을 발굴한 닥터 드레는 '아이 니드 어 닥터' 노래가 끝난 후, 무대에 깜짝 등장해 팬들을 열광케했다. 검정색 티셔츠와 청바지. 전매특허 패션 스타일도 그대로였다.
에미넴의 "닥터 드레 세즈"라는 소개에 이어 무대에 오른 닥터 드레는 녹슬지 않은 랩 실력을 과시했다. '넥스트 에피소드'와 '포갓 어바웃 드레' 두 곡을 차례로 선보였다. 닥터 드레는 라이브 반주에 맞춰, 다소 묵직한 목소리로 랩을 읖조렸다. 에미넴은 닥터드레의 랩을 뒤에서 받쳐 주면서 한 무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두 곡의 노래가 끝난 후. 한국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만족스러운 듯, 닥터드레는 환한 미소를 띈 채 무대에서 내려갔다. 바통을 이어 받은 건 에미넴. 에미넴은 데뷔 초창기 히트곡인 '더 리얼 슬림세이디'를 불렀다. 닥터 드레의 든든한 지원 사격 덕분인지, 무대 후반부임에도 불구 지치지 않는 체력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 "떼창, 라이터, 종이 비행기…국내 팬 호응최고"
에미넴의 열정적인 무대. 그만큼 한국 팬들의 반응도 열광적이었다. 떼창과 에미넴을 위한 퍼포먼스로 '넘버원' 관객임을 증명했다. 팬들은 '원트 백 다운'부터 '루즈 유어셀프'까지 거의 전곡을 떼창하는 모습이었다. 멜로디 라인은 물론 랩 부분까지 완벽히 따라불렀다. 이 모습에 흥겨운 에미넴이 직접 떼창을 유도하기도 했다.
노래에 맞춘 퍼포먼스도 인상적. 2만 관객들은 히트곡 '라이터'가 울려 퍼지자, 약속이나 한 듯 불을 켠 라이터를 한 손에 들고 높이 들었다. 라이터가 없는 관객들은 핸드폰 불빛과 형광봉 등으로 불을 밝혔다. 공연장 안이 순식간에 환한 불빛으로 뒤덮인 순간. 이에 에미넴은 더욱 열정적으로 랩을 하며, 팬들의 귀를 만족시켰다.
'에어 플레인 파트 투'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주가 흘러나오자 팬들은 흰색 종이 비행기를 무대 위로 던졌다. 몸을 흔드는 관객 속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종이 비행기는 마치 넘실대는 파도를 보는 듯 했다. 다소 조용한 분위기라고 알려진 일본 투어와는 달리, 한국 팬들의 철저한 준비성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엿다.
◆ "언빌리버블 팬서비스, 손하트로 땡큐 코리아"
팬들의 뜨거운 반응. 에미넴은 언빌리버블 팬서비스로 화답했다. '스탠'을 부르던 중간 에미넴은 입고있던 티셔츠를 위로 올리고, 무덤이 새겨진 문신을 보여주면서 여성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노래를 쉴 때에는 끊임없이 "코리아"를 외치기도 했다. 노래 가사 중간에 즉석으로'코리아'라는 단어를 넣어 랩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절정은 '스페이스 바운드'를 부를 때였다. 에미넴은 머리 위로 손을 올려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 그리고 관객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췄다.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리고, 관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공연 중간 에미넴은 "한국이 나를 떠나고 싶지 않게 만든다"라고 말하며 열광적인 팬들의 반응에 만족해했다.
이날 공연을 본 대학생 이선미(23) 씨는 "에미넴의 첫 내한공연을 꼭 보고싶어 왔다"면서 "기대한 그대로였다. 화려한 랩실력과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닥터 드레의 깜짝 등장도 놀라웠지만, 손하트를 그리는 에미넴의 예상치 못한(?) 팬서비스에 감동을 받았다. 관객과 가수가 하나 된 무대였다"는 소감을 전했다.
< 사진제공=현대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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