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려고 하질 않으니 무슨 미래가 있나요.." 마라톤 영웅 황영조의 탄식

김석현 선임기자 2012. 8. 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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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8월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새로운 올림픽 역사가 탄생했다. 그날 이후'몬주익의 영웅'이라 불린 황영조가 한국의 올림픽 사상 첫 마라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악마의 지점' 몬주익 언덕에서 경쟁자인 일본의 모리시타 고이치(森下廣一)를 극적으로 제치고 독주한 끝에 2시간13분23초를 기록하며 세계 정상에 우뚝 섰던 것이다.

그리고 20년. 런던올림픽에서 연일 승전보가 날아오는 있는 2012년 8월9일, 황영조(42ㆍ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감독)는 한국 마라톤의 앞날을 걱정스레 진단했다. 올림픽 마라톤 제패 20년을 기념해 소감을 듣겠다고 만난 자리에서 황 감독은 한국 마라톤의 현실을 개탄하며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제가 20년 전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서가 아니라 지금 후배들을 가르치는 보잘 것 없는 지도자의 입장에서 봐도 정말 걱정입니다. 요새 선수들은 도대체 노력하지 않아요. 적당히 훈련 시간을 때우고는 쉬려고만 하고요. 열심히 훈련을 해서 뭔가 이뤄보겠다는 자세는 조금도 보이질 않습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소속 선수뿐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 자기 성찰과 함께 냉정하게 비판했다.

" 제가 가르치고 있는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외람된 말인지는 모르지만 아마 지금 우리나라에서 마라톤을 한다는 선수들은 나이의 많고 적음을 따질 것 없이 똑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신 자세부터가 돼 있지를 않다는 말이지요."

2012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마라토너 가운데 가장 좋은 기록을 보유한 선수는 정진혁(22ㆍ건국대). 최고기록이 2시간9분28초다.

황영조 감독이 '몬주익의 영웅'으로 떠오르며 세운 기록보다 향상됐지만 여전히 케냐의 패트릭 마카우 무쇼키가 지난해 베를린 마라톤에서 세운 세계 최고기록 2시간3분38초와는 거리가 멀다. 황 감독의 둘도 없는 친구인 이봉주가 2000년 2월13일 도쿄 마라톤에서 세운 한국최고기록 2시간7분20초 보다도 뒤진다.

한국 마라톤이 답보 상태에도 못 미치고 퇴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황 감독의 비판적 이야기를 되새겨보면 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운동을 열심히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고,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관행이 되다시피 한 금전수수 풍조도 문제고요. 심지어 중학교를 졸업한 선수가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도 돈을 받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제 육상도 '돈의 논리'에 흔들리고 있으니 기록 향상이나 선수 발굴이 갈수록 힘들어진다는 분석이다. 황 감독은 이야기한다.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저 같은 지도자들도 부끄러움을 느끼고 크게 각성을 해야지요. 국민들의 마라톤을 보는 안목은 엄청나게 높아졌는데 경기나 기록, 환경은 오히려 뒤로 가고 있습니다."

이젠 올림픽 메달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한국 마라톤. 황영조 감독의 이야기를 꼭 되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스포츠 레전드-마라톤 세계제패 20주년 기념'란 기획에 따라 김석현 가 만난 황영조 감독의 인터뷰 전문은 스포츠한국 홈페이지( http://sports.hankooki.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석현 선임기자 kimmin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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