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연가시' 영화 속 일 실제 가능할까
고요한 새벽녘 한강에 뼈와 살가죽만 남은 참혹한 몰골의 시체가 떠오른다. 전국 하천에서 변사체들이 발견된다. 곧 인간의 뇌를 조종해 물속에 뛰어들도록 유도해 익사시키는 '변종 연가시'가 원인으로 밝혀진다.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정부가 감염자 전원을 격리 수용한다. 그러나 감염자들은 연가시의 조종 때문에 수시로 물을 들이켜고, 결국 물에 빠져죽기 위해 몸부림친다….
최근 기생충인 '변종 연가시'가 사람에게 기생하면서 물에 빠져 죽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의 영화 < 연가시 > 가 흥행몰이 중이다.
연가시(학명 Gordius aquaticus)는 곤충의 몸에 기생하는 가느다란 철사 모양의 유선형 동물이다. 그래서 별명이 '철사 벌레'다. 물을 통해 메뚜기나 사마귀 같은 곤충의 몸에 침투했다가 산란기가 시작되면 곤충의 뇌를 조종해 물속에 뛰어들어 자살하게 만든다. 연가시가 태어나 곤충을 자살시키고 물로 되돌아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몇 개월에 불과하다.

영화 < 연가시 > 에서 변종 연가시에 감염돼 강물로 뛰어든 사람들의 사체를 경찰이 치우고 있다. |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가시는 어떻게 숙주의 뇌를 조종할까.
현재 자세한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아직 이름이 붙여진 적이 없는 이 신경전달 물질은 메뚜기나 사마귀의 신경전달 물질과 구조가 아주 비슷하다. 서울대 수의대 윤희정 교수는 "연가시는 곤충을 물가로 유인하는 신경조절 물질을 분비해 자살을 유도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가시가 곤충 고유의 신경전달 물질과 비슷한 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에 곤충은 마치 자신이 의도해서 물가로 이동한다고 착각한다"고 설명했다.
연가시는 곤충의 몸 안에서 길이가 2~3배 길어진다. 곤충을 죽이고 빠져나올 때 그 길이가 20㎝ 이상이다. 성체는 약 70㎝까지 자라기도 한다.

기생충 연가시.사람이 연가시에 감염됐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다만 사람이 먹었다가 뱉어냈다는 보고는 있다. 기생충 전문가들은 사람이 연가시에 감염되거나 연가시가 사람을 숙주 삼아 기생할 확률은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영월곤충박물관 차동준 연구원은 "연가시는 곤충에 기생하는 생물이라 온도와 성분까지 다른 인간의 몸속에서는 기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차 연구원은 "냇물에 사는 민물고기도 바닷물에서는 미네랄인 염소이온(Cl-) 농도 차이 때문에 생존할 수 없듯 연가시도 사람 몸에서는 못 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희정 교수는 "만약 체내에 연가시가 계속 들어오다보면 우연한 기회에 적응을 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수천년간 메뚜기를 산 채로 먹지 않는 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생충이 한번 몸에 들어왔다고 기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몸에 들어와야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메뚜기를 튀겨 먹더라도 요리하는 과정에서 연가시가 대부분 죽기 때문에 인체에 옮을 가능성은 아주 낮다.
연가시가 실제 사람의 몸에 감염되더라도 사람을 죽이는 방향으로 진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추론도 나온다.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과 서민 교수는 "기생충의 최대 목표는 자손번식이기 때문에 숙주를 죽이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한편 연가시 외에도 동물들을 조종하는 기생충이 있다. 톡소포자충은 고양이의 몸에서 번식하는 기생충이다. 톡소포자충은 고양이의 몸속에 들어가기 위해 일단 쥐의 몸에 숨어들어간다. 특수물질을 분비해 쥐의 신경을 조절하고, 쥐의 공포심을 누그러뜨린다. 쥐는 고양이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아 고양이에게 잡아먹힌다.
촌충은 새에서 번식하는 기생충이다. 촌충은 물속에 사는 가시고기의 몸에 들어가 물 깊은 곳에 살던 가시고기를 물 표면으로 이동시킨다. 가시고기는 새에게 쉽게 포착되고, 결국 촌충은 새로 이동하게 된다. 창형흡충이라는 기생충은 개미의 몸에 기생하면서 개미의 뇌를 조종한다. 개미가 풀 끝으로 이동하게 만들어 소나 양이 풀을 뜯어먹을 때 이동하게 된다.
영화 < 연가시 > 의 박정우 감독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다보니 영화의 내용이 우리의 현실과 닮아있었다"면서 "부귀영화를 갈구하며 달려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마치 연가시에 감염된 사람들의 모습과 같았다"고 소회를 적었다. 비록 변종 연가시로 인한 대규모 피해는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들지만, 감독은 연가시에 감염된 사람들이 물을 갈구하다 결국 죽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탐욕을 비판하고 싶었던 것이다.
< 목정민 기자 mo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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