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때 잠 쫓는다며 벌컥벌컥.. '카페인 중독'

이관범기자 입력 2012. 6. 28. 14:31 수정 2012. 6. 2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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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 인기 에너지음료의 '불편한 진실'

'에너지 음료의 두 얼굴을 아시나요?'

정신 집중에 도움을 주고 심신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으로 알려진 에너지 음료가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에너지 음료가 커피만큼 카페인 함량이 높은 '고카페인 음료'인데도 이 같은 특성을 제대로 아는 학부모나 청소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에너지 음료는 시중 편의점이나 동네 상점에서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어 카페인 중독 문제에 취약한 청소년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중학생 아들을 둔 이상미(여·41·서울 송파구 가락동) 씨는 27일 기자와 만나 "아들이 기말고사를 앞두고 졸음을 쫓기 위해 에너지 음료를 먹고 싶다고 해서 사 줬는데 가슴이 뛰고 머리가 아프다고 말해 정말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영준(15) 군은 "시험 기간에 친구들 사이에서 에너지 음료를 마시는 게 유행"이라며 "에너지 음료를 먹으면 날개를 단 듯 기분이 좋아지고 정신이 맑아진다고 해서 어떤 맛인지 궁금해 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잠 깨는 음료'로 알려지면서 중3이나 고3 수험생들 가운데는 졸음을 쫓기 위해 에너지 음료를 하루에 2~3캔씩 마시는 경우도 적잖은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유명 학원가 상점의 에너지 음료 코너는 늘 물건을 찾기 힘들 만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호기심까지 자극하고 있는 에너지 음료는 이미 편의점 최대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에너지 음료의 올 1~5월 매출은 전년 대비 253.1%나 증가했다. 특히 핫식스와 레드불이 각각 음료 부문 1위와 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에너지 음료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 세븐일레븐 측 설명이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올 1~6월 현재 에너지 음료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000%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후속 제품도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제품에 '고카페인 음료'라고 적혀 있는 경우가 들쑥날쑥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한다는 점이다.

선발 제품인 핫식스, 번인텐스 등의 경우 제품 전면에, 레드불의 경우 후면에 각각 '식물 추출 천연 고카페인 함유'와 '고카페인 함유'라고 적시하고, 후면 하단에 '어린이, 임산부 및 카페인에 민감한 분은 음용에 주의하세요'라는 경고 문구를 적어 놨다.

하지만 후발 제품인 E파워9, 산수유 에너지파워 등의 경우에는 카페인과 주의 문구에 대한 언급 자체가 안 돼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은 1㎖당 0.15㎎ 이상의 카페인이 함유되면 고카페인 음료로 간주, 자율적으로 제품에 표시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아 오는 2013년 1월부턴 카페인 함유량과 주의 문구를 의무적으로 표기토록 할 방침이다. 그러나 여전히 의무화 전까지 6개월이 문제다.

번인텐스를 제외한 에너지 음료 대부분이 함유량까지는 적시하지 않아 캔을 마실 때마다 얼마나 카페인을 복용하는지 알 수 없다. 식약청은 카페인 일일 섭취량(권장)을 성인 400㎎, 청소년(체중 50㎏ 기준) 125㎎으로 제한하고 있다. 카페인 함유량은 핫식스 60㎎, 레드불 62.5㎎, 번인텐스 80㎎ 등이어서 2캔만 마셔도 청소년의 경우 하루 권장량을 훌쩍 넘기게 된다.

카페인은 중추 신경을 자극해 각성 효과를 내는 성분인 만큼, 과잉 섭취 시 청소년은 성인보다 그 영향이 크다. 특히 불면, 신경과민, 집중력 방해, 메스꺼움, 속 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서울 한 한의원이 지난 5월 미성년자 97명의 일일 카페인 섭취량을 조사한 결과 32%(31명)가 권장량 이상의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13세 이상 청소년 중 과다 카페인 섭취 경우는 무려 49%에 달했다.

미국에선 10대 청소년 중 30~50%가 에너지 음료를 마시고, 그중 62%는 하루에 1캔 이상 마시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송연화(약학) 강원대 교수는 이에 대해 "고카페인 성분이 함유된 에너지 음료의 확산으로 인해 청소년 카페인 중독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청소년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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