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투신자살 막는다며 창문에 '못질'한 대구교육청

대구 | 박태우 기자 2012. 6. 2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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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cm만 열리게 고정 안전장치 설치하라 공문교육감 "사고예방용일 뿐"

대구시교육청이 안전사고 예방을 내세워 3층 이상 교실 창문의 개방을 제한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학생들의 투신자살 방지를 위해 학습권을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학교 창호 개방으로 인한 불안전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교 건물 3층 이상 교실에 대해 창호안전시설을 설치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11일 교육감 명의로 전체 430개 초·중·고교에 '외부 창호안전시설(스토퍼) 설치 신청서 제출' 공문을 일제히 발송해 원하는 학교의 신청을 받고 있다.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이 공문에는 3층 이상 교실과 복도 등 외부창문이 20~25㎝만 개방되도록 창짝을 고정하며 교육시설지원단에서 소요비용까지 부담해 설치해 준다고 명시돼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견본 시공사진 한 부도 공문에 첨부했다. 공문 발송의 근거로는 지난 5월30일 확대간부회의 결과에 따른 교육감 지시사항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시교육청이 견본용으로 공개한 외부창호 안전시설(스토퍼) 설치 창문. 이 경우 개방되는 교실 창문 면적이 80~90㎝에서 20~25㎝로 줄어든다.

대구시교육청의 주문대로 창호안전시설을 설치하면 교실 창문 한쪽이 80~90㎝에서 20~25㎝로 줄어든다. 교실 한 벽면에 설치된 창문 4개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복도의 창문도 이같이 줄이도록 해 학생들은 외부와 거의 차단된 채 수업을 받아야 한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창문 개방폭 제한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측은 "대구에서 지난해 말부터 중고생들이 잇달아 투신자살하자 대구시교육청이 사실상 학생들의 투신자살 방지를 위해 창문 개방을 제한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구지부 측은 "학급당 40~50명이 몰려 있는 교실의 창문 폭을 제한하면 환기가 제대로 안돼 수업의 집중도를 살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구지부 관계자는 "에어컨과 히터 등으로 찌든 실내공기를 제대로 순환시킬 수 없어 학생들의 건강을 해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ㄱ중학교 ㄴ교장은 "교육청이 안전사고 예방을 내세우고 있으나 시기가 시기인 만큼 학생들의 투신을 방지하려는 고육책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면서 "이렇게 해서라도 학생 자살을 방지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안전사고 예방일 뿐 자살방지용은 아니라고 밝혔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학생들이 고층 창문 난간에 걸터앉고 장난을 치는 경우가 있어 원하는 학교에 한해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설치하는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 대구 | 박태우 기자 taewoo@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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