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무줄 만리장성' 주장에 맞설 자료가..

2012. 6. 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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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중국의 '고무줄 만리장성' 맞설 고구려 성곽 연구 시급"

학계 "중국의 아전인수식 일방 주장"

한편선 마땅한 대응 자료 없어 곤혹

"건립 주체 등 현지조사 필요" 목소리

'제 논에 물대기식이지만, 마냥 무시할 수도 없고….'

'고무줄' 만리장성 앞에서 국내 역사학자들은 냉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6일 중국 국가문물국은 최근 5년간의 재조사 결과 장성이 동북 만주와 서북 신장까지 뻗어나갔으며, 길이도 기존의 두 배인 2만1196.18km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고구려·발해 등의 주요 성들을 장성 범위에 모두 포함시킨 것이다. 국내 역사학계 대부분은 학술적 의미가 희박한 일방적 주장으로 폄하하지만, 대응할 만한 현지 사료가 거의 없는 현실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중국의 이번 발표는 만리장성의 기존 개념을 완전히 뒤엎었다. 지금까지 만리장성에 대한 일반적 개념은 기원전 전국시대 북방 유목민을 막으려고 쌓기 시작해 진의 시황제가 본격적으로 구축했으며, 15세기 명대에 이를 온전히 연결시킨, 서쪽 간쑤성 가욕관부터 동쪽의 허베이성 산해관까지의 6000여km구간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2009년 장성 동쪽 끝을 압록강변 단둥의 고구려 호산장성으로 연장해 총길이를 8000km로 발표했고, 이번에는 북만주 성터 전역을 사실상 장성 구간에 흡수시켰다.

일부 소장학자들은 '고무줄 만리장성'을 최근 중국 동북공정의 논리로만 바라보면 안 된다고 주문한다. 중국 곳곳의 고대 장성 분포에 대한 발굴·연구는 20세기초부터 시작돼 1980년대 이후 장성 범위 자체를 국경선과 동일시하는 인식이 확산되는데, 이번 발표 또한 이런 장기간 축적된 연구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동북아역사논총> 35집에 중국의 장성연구 현황을 소개한 홍승현 박사(숙명여대 연구원)는 "흔히 알려진 장벽 이미지의 장성은 15세기 명대 이후 나타나며, 그 이전에는 변방의 장성을 봉수대 초소 등 드문드문 설치된 거점을 가상 선으로 잇는 방어선 개념으로 보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전통적 시각에 국경선 개념을 연결시키면, 방어시설 터 등에서 중국산 동전 토기 따위만 나와도, 이 유적들을 만리장성의 일부로 확대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박사는 "실제 중국의 장성 재조사 공정에서 각 성 박물관 등이 사소한 유적들까지 모두 장성의 자취로 간주해 경쟁적으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만리장성 공정이 어떤 논의와 조사 과정을 거쳤는지 세부 정보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고구려·발해 등과 요·금 등의 유목민 왕조가 쌓은 중국 동북 변방 성곽들이 만리장성과 실제로 어떻게 다른지 축조 과정을 짚는 현지조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성을 건립한 주체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여호규 한국외대 교수) "고구려의 천리장성, 고려·고구려 축조설이 엇갈리는 연변장성 등의 실체에 대한 연구자료 축적이 필요하다"(윤용구 한국고대사학회 이사) 등의 지적이 그렇다. 그러나, 한·중 역사 분쟁이 첨예한 현 시점에서 중국 당국이 현장 조사를 얼마나 허용할지 미지수라는 점이 학계의 고민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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