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구려가 쌓은 성까지 만리장성 포함

김기철 기자 2012. 6. 7.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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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쪽으로 두배 이상 늘려 "총 길이 2만1196.8km" 발표

중국 당국이 세계적 문화유산인 만리장성의 길이가 2만㎞를 넘는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2009년 중국 당국이 발표한 8851.8㎞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학자들은 "중국이 현재의 국경을 기준으로 자국 영토 내에 있는 성(城)은 모두 만리장성이라는 억지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퉁밍캉(童明康) 중국 국가문물국 부국장은 지난 5일 베이징 쥐용관(居庸關)장성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2007년부터 5년간 만리장성에 대한 정밀 조사와 측량 작업을 진행한 결과 장성의 총 길이가 2만1196.8㎞에 이르며 총 4만3721곳의 유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6일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각 성시(省市·성 및 직할시)가 관할 지역 내 장성 유적을 신고하면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팀이 파견돼 현지 조사를 벌인 뒤 장성 구간임을 인증하는 형태로 진행됐다고 인민일보는 전했다.

만리장성의 길이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6000㎞를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중국 국가문물국은 2009년 만리장성의 동쪽 끝을 기존의 허베이(河北)성 산하이관(山海關)에서 압록강 하구의 후산(虎山)산성으로 수정하면서 총 길이가 8851.8㎞라고 했고, 이번에는 2만1196.8㎞라고 발표했다.

2009년 당시 국내 학계에서는 중국이 압록강 하구 단둥(丹東)의 고구려성 박작성(泊灼城) 유적을 명나라 때 쌓은 후산산성으로 추정하고 치밀한 고증 없이 장성을 복원했다고 항의했다. 1998년 이곳을 방문한 서길수 전 서경대 교수는 "깊이 11m가 넘는 대형우물이 있었는데, 전형적인 고구려 양식이었다"고 밝힌 적 있다. 중국 당국이 고구려 산성까지 멋대로 만리장성에 포함시켰다고 비판한 것이다.

중국은 이번엔 동쪽 끝과 서쪽 끝을 모두 연장했다. 동쪽의 경우 국가문물국은 후산의 동북쪽인 헤이룽장(黑龍江)성과 지린(吉林)성에서도 대규모 장성 유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서쪽도 기존에는 간쑤(甘肅)성 자위관(嘉?l關)을 만리장성의 기점으로 삼았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더 서쪽인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서도 장성 유적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통일 왕조 초기인 진한(秦漢)시대에 축조한 성벽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노기식 동북아역사재단 역사연구실장은 "장성은 기본적으로 한족과 비(非)한족, 즉 북방민족과 경계를 구분 짓기 위해 쌓은 것인데 지린성이나 헤이룽장성까지 장성을 쌓았다면 그건 누구를 막기 위한 성인가"라며 "고구려와 발해, 거란과 여진이 쌓은 성까지 모두 만리장성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만리장성 확대는 현재 중국 영토 안에 사는 소수 민족들은 모두 중국인이며, 그들의 역사도 모두 중화민족사에 귀속시키는 '통일적다민족국가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고대사 연구자 김한규 서강대 교수는 "중국의 역사학이 사실을 확인하는 학문이 아니라 현재의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한 이런 주장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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