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작가들의 섹스판타지 '이브들의 아찔한 수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여성작가 6명이 '섹스'를 주제로 삼아 써내려간 테마소설집 '이브들의 아찔한 수다'가 출간됐다.
지난해 여름 '섹스'를 주제로 남성작가들이 함께 펴내 문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남의 속도 모르면서'에 이은 두 번째 테마소설집이다.
이번 소설집에는 구경미·김이설·김이은·은미희·이평재·한유주 등 6명의 여성작가가 참여했다.
수록작 중 김이설의 '세트플레이'는 요즘 있을 법한 고교생들의 탈선 이야기다.
주인공이 채팅으로 만난 아줌마와 모텔에서 섹스를 나누면 그때 친구가 들이닥쳐 사진을 찍고 때리고 아줌마를 겁줘서 돈을 뜯어낸다. 그 돈으로 PC방에서 생활하고 유흥비 쓰고….
그런데 주인공의 가정형편이 너무나 불우하다. 술주정뱅이 아빠가 공구로 형의 머리를 내리찍은 바람에 형은 반신불수가 되고 둘이 눕기도 좁아터진 집구석에서 엄마는 형 간호하느라 주인공은 관심 밖이다. 욕설과 섹스 장면이 난무하지만 삶의 비루함과 쓸쓸함이 처절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두 번째 수록작은 이평재의 '크로이처 소나타'. 독신주의자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남자와 프리섹스주의자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여자가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를 공유하면서 육체적 사랑에 이르는 이야기이다. 음악과 섹스가 어우러지며 남자와 여자의 솔직한 육체적 사랑을 음악을 듣는 것처럼 펼쳐보인다.
한유주의 '제목 따위는 생각나지 않아'는 노래를 부르듯 음률에 맞춰 이야기가 술술 읽히는 작품이다. 하지만 형식 파괴 소설을 즐겨 쓰는 작가의 작품답게 뚜렷한 줄거리를 말하기 어렵다. 한 사람의 독백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이 이어지는데, 동거하는 여자의 집을 뛰쳐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동안 느꼈던 감정이 지루하지 않게 서술돼 있다.
김이은의 '어쩔까나'는 유일하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10년에 실려 있는 이야기를 소설화한 것으로 양반의 여식인 가이와 노비인 부금의 신분을 뛰어넘는 비극적 사랑 이야기이다. 노비와 양반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나지만 두 사람이 나누는 슬프디슬픈 섹스는 애절하기까지 하다.
구경미의 '팔월의 눈'은 공장에서 일하며 사법시험을 준비 중인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옆 공장의 한 남자가 그녀에게 관심을 둔다. 어느 날 같이 식사와 술을 함께한 둘은 섹스를 나눈다.
남자는 노동운동에 그녀를 끌어들이려고 접근한 것이 밝혀지고, 그녀는 공장지대의 흩날리는 회색빛 잿가루를 눈가루 같다고 생각하며 팔월의 눈을 맞는다.
은미희의 '통증'은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사진작가가 주인공이다.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지만 그 남자는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 그 여자를 질투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요리를 하다 그만 손가락을 베인 주인공은 사랑의 통증과 손가락의 통증을 대비시키며 자신의 심정을 서술한다.
문학평론가 권영민은 서문에서 "이 시대 삶의 표층에 섹스가 난무하고 모든 담론의 은밀한 구석에 섹스가 흉물스럽게 도사리고 있다"면서 "이 혼돈과 어둠의 골짜기에서 섹스의 판타지를 건강하게 끌어내는 일이야말로 이 책에 동참한 작가들과 독자 여러분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문학사상. 256쪽. 1만2천원.
ckch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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