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의 UFC 익스프레스] 정찬성 다스 초크의 성공 비밀은?

조회 02012. 5. 20. 수정

(지난 글에서 이어집니다.)

이런 트라이앵글 초크를 다리가 아닌 팔로 거는 게 바로 암트라이앵글 초크다.

(암트라이앵글 초크의 모습. 상위 포지션의 선수가 왼팔로 상대 목을 깊숙이 감아 오른쪽 경동맥을 누르고, 머리로 상대 왼팔을 밀어 목에 붙여 왼쪽 경동맥까지 조이고 있다. 밑에 누운 선수가 위쪽 상대에게 거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대부분 상위 포지션을 잡은 선수들이 많이 쓴다. 팔로 거는 암트라이앵글 초크는 위에 있는 사람이, 다리로 거는 트라이앵글은 밑에 있는 사람이 더 강한 압박을 걸 수 있다.)

이번에 정찬성이 쓴 다스 초크는 이 암트라이앵글 계열의 초크로, 흔히 아나콘다 초크와 많이 혼동되곤 한다. 다스나 아나콘다나 원리는 같지만, 차이점이라면 아나콘다 초크는 걸 때 팔로 일단 상대 목부터 감은 후 반대편 상대 팔 옆쪽에 그립을 잡는 반면, 다스 초크는 걸 때 팔로 상대 목을 감지 않고, 아예 팔을 상대방 겨드랑이 밑으로 깊숙이 넣어 상대편 목 옆 쪽에 그립을 잡는다는 것이다. 팔이 목을 감으면 아나콘다, 겨드랑이 밑으로 쑥 들어가면 다스라 보면 된다.

(아나콘다 초크. 왼팔로 상대 목을 감아 넣은 후 왼손으로 자신의 오른쪽 이두를 잡아 그립을 만들었다. 프라이드 시절,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가 사용해 화제가 되었던 기술이다.)

(이번에 정찬성이 쓴 다스 초크. 왼팔을 상대 겨드랑이 밑으로 쑥 집어넣은 후 오른쪽 이두를 잡아 그립을 만든 걸 볼 수 있다.)

다스 초크의 가장 기본적인 공격 패턴은 이렇다.

1.상대 겨드랑이 밑으로 오른팔을 깊숙이 넣는다. 이 첫 동작에서 팔을 굉장히 깊숙이 넣는 게 아주 중요하다. 사진을 보면 공격자가 수비자의 옆쪽에 가 있는데, 그래야 팔을 더 깊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이 엎드려 있는 상태에서 정면으로 팔을 넣어 조르려 하면 각도가 나오지 않는다. 왼손으로 상대 머리를 당겨주면 오른팔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더 확보된다.2~3.양손을 맞잡은 후 몸으로는 밀어주고 팔로는 눌러 돌려 상대 몸을 돌린다. 레슬링 동작과 유사하다.4.양손을 맞잡았던 걸 풀고 오른손으로 왼팔 이두를 잡아주고 왼팔은 상대 등에 붙인다. 초크의 원리는 트라이앵글과 똑같다. 깊숙이 들어간 오른팔로 상대의 오른쪽 경동맥을 조여 주고, 위로부터 가슴으로 상대 어깨를 찍어 눌러 왼쪽 경동맥을 누르는 것이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가슴 압박이다. 만일 가슴 압박을 제대로 하지 않아 공간이 생기면, 상대가 팔을 움직일 수 있는 데 더해 몸을 움직여 거북이 자세로 엎드리거나 뒤로 벌렁 누울 수 있게 되어 초크가 풀리게 된다.간단히 말해 상대의 한쪽 경동맥을 자신의 팔로, 반대쪽 경동맥은 몸으로 상대의 어깨 쪽을 눌러 잡아 놓는 기술이기 때문에, 위에서 얘기한 대로 가슴 압박 그리고 처음에 팔을 깊숙이 넣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당연히 동체급에서 팔이 긴 편인 정찬성이나 김동현 등이 구사하기 유리한 기술이다. 난이도로 따지면 꽤 어려운 편에 속한다. 길로틴처럼 상대 목을 팔로 직접 감는 게 아니라 팔을 깊이 넣어 먼 쪽 경동맥을 제압하는 동시에 각도를 잘 맞춰 압박도 해 줘야 탭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스 초크는 이처럼 상대 겨드랑이 밑으로 팔을 넣는 초크기 때문에, 종합격투기에서 아주 폭넓은 활용이 가능하다. 하프가드나 사이드 포지션에서 밑에 있는 사람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무조건 위쪽 선수의 겨드랑이를 파고 일어나야 하는데 그 순간 카운터로 쓸 수도 있고, 상대방이 다리를 잡고 태클을 하기 위해 팔을 뻗어 드러난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넣어서 구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스 초크는 일반인들에게는 좀 생소할지 몰라도 선수들에게는 굉장히 많이 알려진 기술인지라 방어법도 널리 퍼져 있다. 필자의 기억에 국내 선수들이 이 초크를 유행처럼 연습하던 게 무려 7~8년 전이다. 그만큼 많이 알려진 기술이므로 사실 '걸기만 하면 탭을 받을 수 있는' 마법과는 거리가 멀다. 또, 이는 포이리에가 잘 쓰는 기술인만큼 당연히 그 또한 다스 초크에 대한 방어법을 완벽하게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찬성은 과연 어떻게 그런 포이리에를 다스 초크로 끝낼 수 있었을까? 간단하다. 레너드 가르시아에게 트위스터를 걸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정찬성의 서브미션 성공 비결은 '상대를 무시무시할 정도로 압박하며 두들겨 정신을 쏙 빼놓는다.'였다.

다스 초크를 작렬시키기 직전, 정찬성은 강력한 라이트 어퍼컷을 터뜨려 포이리에를 뒤로 물러나게 만든 후, 따라가서 플라잉 니까지 터뜨렸다. 어퍼컷을 맞은 직후인 두 번째 사진을 보면 포이리에가 고개를 돌려 뒤편을 보는 게 나오는데, 이는 본능적으로 기댈 곳이 있나 체크하는 것으로 중심을 그만큼 잔뜩 잃었다는 걸 의미한다.

이 정도로 밸런스가 무너진 순간에는 추격해 들어오는 상대에게 카운터 펀치(에밀리아넨코 효도르가 안드레이 알롭스키에게 날렸던 식의)를 날리는 게 불가능하다. 방어 본능으로 몸을 잔뜩 낮춰 웅크리는 게 이 순간 포이리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동작이었고, 정찬성은 웅크린 상대에게 쓰기 적합한 '밑에서 위로 올려치는 기술' 중 가장 강력한 플라잉 니로 추격해 들어갔다. 물론 만화책 마냥 필자가 쓴 내용을 정찬성이 모두 다 0.1초마다 하나씩 계산하고 분석하며 손발을 뻗는 건 아니다. 이런 동작들은 결국 타고난 타격 본능과 오랜 세월 동안의 꾸준한 연습이 합쳐져 완전히 체화된 후, 그 짧은 순간의 빠른 판단과 남다른 담력을 통해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정찬성의 강력한 타격을 연속으로 얻어맞은 포이리에는 본능적으로 몸을 낮추며 태클을 시도해 다리를 잡으려 했지만 정찬성은 재빨리 스프럴 동작으로 이를 방어했고, 그 다음 순간 승부는 갈렸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사진이지만 여기서 정찬성의 다스 초크는 반 이상이 완성되었다고 봐야 한다. 사진에서 보이는 대로 정찬성은 몸을 옆으로 이동하며 본인의 오른손을 포이리에의 왼쪽 겨드랑이 밑으로 찔러 넣었다. 위에서 설명한 다스 초크의 기본 그대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마지막 사진에서 포이리에의 동작이다. 포이리에는 겨드랑이 밑으로 정찬성의 팔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정찬성의 몸이 옆으로 이동하자 본인의 왼팔을 쭉 뻗어 정찬성의 다리를 잡았다. 팔을 쭉 뻗으니 그의 왼쪽 겨드랑이는 자연히 더 훤히 드러나고 말았다.

원칙대로라면 포이리에는 정찬성의 팔이 겨드랑이 밑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이 사진에서의 수비자처럼 팔을 당겨 그 공간을 최대한 없애 팔이 깊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어야 한다. 하지만 포이리에는 반대로 팔을 쭉 뻗어 정찬성의 다스 초크가 들어오는 걸 도와주다시피 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굉장히 이상한 일이다.

포이리에가 이런 실수를 한 이유는 뭘까? 정찬성의 타격을 맞고 '정신이 쏙 빠졌기' 때문이다. 어퍼컷와 니킥을 얻어맞은 직후 시도한 태클은 조르쥬 생 피에르가 흔히 구사하는 예술적인 타이밍 태클이 아닌, 후속 타격을 피하기 위한 '생존형 본능 태클'이었다. 그게 빗나간 포이리에는 똑같이 무릎을 꿇고 엎드린 상태로 정찬성에게 깔리게 되었다. UFC에서는 이 포지션에서 안면 무릎 공격이 허용되지 않으므로 포이리에 입장에서 이 순간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정찬성이 백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원래 백으로 돌아갈 때 정찬성의 오른손은 그렇게 겨드랑이 밑으로 들어가지 않고 스탭을 밟아 뒤로 돌아가며 포이리에의 허리를 감게 되어 있다. 이는 종합격투기 포지셔닝의 기본기로 포이리에가 결코 몰랐을 리 없다. 만일 타격을 맞지 않았다면 두뇌가 이성적으로 작동해 '앗, 정찬성의 오른손이 내 겨드랑이 밑으로 들어온다. 몸도 옆으로 이동하는구나. 이건 백으로 오는 게 아니라 다스 초크를 걸려 하는 거잖아.'라는 신호를 보내며 적합한 방어를 하도록 신체를 조종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퍼컷과 플라잉니에 맞아 패닉 상태가 되어버린 포이리에의 두뇌는 이미 정찬성의 손이 겨드랑이 밑으로 들어온 것은 인지하지 못하고 정찬성의 몸이 옆으로 돌자마자 '지금 백으로 돌아오게 만들면 맞아 죽을 수도 있어! 팔을 뻗어 막아!'란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만 것이다.

그 잘못된 판단으로 포이리에가 팔을 뻗고 어리버리대며 선물한 4~5초 간 정찬성은 그립을 깊숙이 잡은 후 포이리에를 옆으로 굴려 초크를 마무리했고, 경기는 여기서 끝이 났다.

그런데, 격투기를 많이 보신 팬들은 위에서 설명한 다스 초크의 기본 형태와 정찬성의 초크 형태가 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리셨을 것이다. 위의 기본 형태에서는 공격자의 배가 바닥 쪽을 향하며 수직방향으로 상대를 눌러 압박한 반면, 정찬성의 경우엔 왼쪽 몸이 바닥에 닿아 있다. 정찬성은 가슴을 수직으로 눌러 내린 게 아니라 그립을 타이트하게 잡은 동시에 약간 사이드 방향에서 상대방의 몸 쪽으로 가슴을 밀다시피 하며 눌러 들어가며 초크를 걸었는데, 이런 형태에서는 사진에서 보이듯 상대 목을 심하게 꺾는 넥크랭크 효과까지 같이 얻을 수 있다.

기술적인 설명을 하나 덧붙여본다면, 이번 정찬성의 초크는 애초에 그립이 너무 깊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탈출의 여지가 없었지만, 만일 포이리에가 정신이 있었다면 초크가 들어오는 순간 자신의 왼팔을 움직여 숨통을 최대한 확보하며 정찬성과 반대편으로 발을 움직였을 수도 있다. 이처럼 수비자가 본인의 몸이 공격자의 몸과 거의 일자가 되도록 도망간 후 돌면 초크가 풀릴 수도 있다. (위 사진은 아나콘다 초크에 대한 탈출 장면이지만, 몸을 움직이는 방향이 설명과 일치하므로 첨부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처럼 약간 옆으로 누워 꺾는 형태의 다스 초크를 걸 때는 사진에서 보이듯 아예 시작부터 본인 다리로 상대 다리를 묶어 도망가지 못하도록 잡아놓는 기술을 많이 쓴다. 물론 이번 정찬성의 초크처럼 애초에 완벽히 들어가면 이렇게 하지 않아도 상대를 확실히 제압할 수 있다.

정리해 본다면, 요즘 UFC의 상위급 선수들은 다들 주짓수 블랙벨트 레벨의 그라운드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력도 다들 종이 한 장 차이인데다 모든 기술을 거의 다 꿰고 있다. 그래서 순수 그래플링 패턴으로 하나하나 셋업을 만들어 나가면 대부분 관절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 사실 이는 레슬링도 마찬가지고 타격도 마찬가지다. 순수 레슬링 기술만으로 상대를 넘어뜨리는 것, 순수 타격 콤비네이션만으로 달려들어 상대를 맞추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실력이 비슷한 상대에게 관절기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스탠딩 펀치나 킥이든 파운딩이나 엘보우든, 타격으로 상대방을 패닉으로 몰아넣거나 데미지를 상당히 줘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요즘 종합격투기의 추세인데, 뛰어난 타격 실력과 남다른 담력, 그리고 정확한 서브미션 캐치 능력을 갖춘 정찬성은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종합격투기에 '딱 맞는' 멋진 그래플러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격투팬의 한 사람으로서 그의 감격적인 승리를 다시 한 번 축하하며, '조제 알도 VS 에릭 코크' 전의 승자와 싸우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일단 한국에 돌아와 본인이 원하는 만큼 그 기쁨을 마음껏 누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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