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맛', '상의 맛'은 볼 것 같은데..(씨네리뷰)




[뉴스엔 홍정원 기자]
|홍정원의 영화가 즐거워|
칸영화제 경쟁진출작 '돈의 맛'이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 '돈의 맛'은 15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감독 임상수)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돈의 맛'은 돈의 맛에 지배된 최상류층 재벌가의 사생활을 다룬 작품으로 욕망과 기득권에 대한 이야기다.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돈과 섹스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표현한다. '돈의 맛'은 16일부터 27일(현지시간)까지 열리는 제6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만듦새와 완성도에 언론과 관객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돈의 맛'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노출 수위만 빼놓고 대단히 파격적인 작품'이다. 영화 속 주인공이 고(故) 장자연 사건에 대해 그대로 말하는가 하면 재벌가의 섹스와 살인, 마약 등 파격 소재를 가지고 최상류층의 폐부를 까발린다. 그러나 섹스와 살인, 마약 등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세련되게, 우회적으로 선보여 절제미도 담고 있다.
돈의 맛에 일희일비하며 서로의 숨통을 조이고 사는 인물들이 '돈의 맛' 주인공이다. 돈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백씨 집안의 안주인 백금옥(윤여정)과 모욕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돈의 맛에 중독돼 허우적거리는 윤회장(백윤식). 또 재벌가의 핏줄을 타고 났지만 돈에 죽고 못 사는 가족이 한심해 보이는 윤나미(김효진)와 그런 백씨 집안의 온갖 더러운 뒷일을 처리해주며 점점 돈의 맛을 알아가는 비서 주영작(김강우). 영화는 이들을 통해 '돈이란 어떤 의미인가?'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동안 공개된 적 없던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모습을 보여준다. '돈의 맛'에는 상류층을 다룬 여타의 작품들과 다른 점이 있다. 그간 드라마와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재벌들의 화려한 외면만이 아닌 썩은 모습에 초점을 맞춰 냉소적으로 이야기한다. 약간의 유머도 섞여있는 등 블랙코미디도 가미돼 있다.
'돈의 맛'은 돈의 맛이 얼마나 모욕적인지, 얼마나 더러운지 알려주는 작품이다. 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미국인, 필리핀인까지 돈 때문에 일희일비하는 다양한 군상들이 영화에 나온다. 그 군상을 통해 돈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다.
게다가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영화제용 영화'만이 아닌 상업적인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다. 최상류층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해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관객은 최상류층의 사생활을 엿보는 재미와 함께 월급쟁이를 대변하는 비서 주영작에 대한 동질감도 느끼게 된다. 주영작의 대사 중 "봉투를 거부할 자유도 없어"와 상사인 백금옥의 강간 같은 잠자리 유혹도 뿌리칠 수 없는 상황에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영작의 시선으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점도 인상적이다. 영화는 '갑'인 최상류층의 비리와 사생활을 다루지만 그들 시선이 아닌 '을'인 월급쟁이 주영작 시선에서 최상류층을 꼬집는다. 관객이 일반 직장에서 일하는 월급쟁이라면 그런 장면에서 쾌감 같은 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돈의 맛'은 '하녀'의 확장판인 만큼 영화 속 영화로 '하녀' 장면과 '하녀'에서 "아랫사람들에게 잘해주면 그 아랫사람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내가 올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던 꼬마 숙녀가 성인으로 자라 김효진이 연기한 윤나미로 등장해 '깨알 재미'를 더한다.
임상수 감독은 '하녀'가 1960년 제작된 김기영 감독의 원작을 리메이크 한 것이기 때문에 시나리오부터 틀 안에 갇혔던 것에 대한 한계를 벗고 '돈의 맛'에서 재벌 이야기를 자유롭게 늘어놓는다.
그동안 임상수 감독은 섹스, 정치, 돈 등 사회 전반에 걸친 파격 화두를 던지며 화제를 몰고 다녔다. '돈의 맛'은 그런 임상수 감독의 작품세계에 더욱 깊게 들어간 작품이다. '처녀들의 저녁식사' '바람난 가족' '하녀' 등을 통해 던져온 섹스, 돈, 정치에 대한 화두들을 '돈의 맛'에서 더욱 깊고 넓게 확장했다. 무엇이든 최고급으로 보여야 했던 최상류층 생활을 다뤄 미장센은 더없이 세련돼 보인다.
칸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는 최근 '돈의 맛'에 대해 "클래식한 미쟝센으로 의심의 여지없이 올해 칸영화제의 공식 선정 영화 중 가장 훌륭한 미쟝센으로 확신한다. 임상수의 카메라 작업은 전통 기법을 고수하며 이것이야말로 대단히 훌륭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극찬했다. 또 티에리 프레모는 "('돈의 맛'을 통해) 다시 한 번 임상수 감독이 갖고 있는 아주 놀라운 스타일과 촬영 방식을 보게 될 것이다"고 호평해 칸영화제 수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다소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노출은 소재나 내용만큼 파격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배우들의 노출만 기대하고 극장에 가면 절대 안 된다는 얘기다.
'돈의 맛'에서는 대한민국 최상류층 재벌가 인물들의 화려함에 숨겨져 있는 물욕과 성욕 등 욕망들이 임상수 감독 특유의 파격과 에로티시즘으로 묘사된다. 돈의 맛에 빠져 스스로 모욕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자책하던 윤회장(백윤식)은 마지막 사랑으로 필리핀 하녀를 택하며 불륜을 저지른다. 재벌가 안주인으로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백금옥(윤여정)은 자신의 비서 주영작(김강우)의 젊은 육체를 탐한다. 본인이 원하는 것은 뭐든 손에 넣고 자라온 재벌 2세 윤나미(김효진) 역시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비서 주영작을 갈망한다.
최상류층의 욕망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윤여정 백윤식 김강우 김효진의 정사신이 등장한다. 주인공들의 정사신은 3번 나온다. 백윤식-마우이 테일러(필리핀 하녀 에바 역), 윤여정-김강우, 김강우-김효진의 정사신이다. 하지만 '파격 노출'로 홍보된 것에 비해 수위는 높지 않다. 정사신이 단 2번 나왔던 '은교'에 비해 '돈의 맛'에는 정사 장면이 자주 나오지만 음모나 성기 노출은 없다. 수위는 남녀 상반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정도이며 전라를 연상시킬 정도의 노출이다. 임상수 감독의 전작 '바람난 가족' '하녀'를 뛰어넘는 파격 정사신은 아니다. 나이 차이 많은 여배우 윤여정과 젊은 남자배우 김강우가 정사신을 연출했다는 것 자체가 다소 파격적일 뿐이다.
정사신이나 노출신 수위가 높지 않은 대신 스토리가 매우 파격적이다. "걔(장자연)는 죽기보다 그게(성상납) 싫었다는 거 아니야" 등 고(故) 장자연 사건이 언급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다. 섹스, 살인에 마약까지 표현돼 파격적이다.
위험한 관계를 맺는 주인공들의 질투하고 분노하는 미묘한 감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그 위험한 관계 속에서 비롯되는 서스펜스도 후반부에 덤으로 선사한다. '돈의 맛'은 만듦새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네 배우 김강우 김효진 윤여정 백윤식의 연기도 괄목할 만하다.
러닝타임 115분. 청소년관람불가. 17일 개봉.
홍정원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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