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360) 목초액의 정체는

목초액으로 훈제를 하고 병을 고칠 수도 있다는 정보가 퍼지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백과사전에도 목초액을 이용한 훈제 방법이 소개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식품첨가물' 등록번호를 소개한 사이트도 있다. 목초액을 `식용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약청과 소비자원의 경고가 무색할 지경이다. 종편의 식품 관련 프로그램에서도 관심이 있다고 한다.
목초액(木醋液)은 숯가마의 굴뚝에서 얻어지는 액체 성분이다. 대부분은 목재가 건조되는 과정에서 증발된 수분이고, 목재를 구성하는 탄수화물이 분해되면서 만들어진 아세트산(木醋酸)과 메탄올 이외에 페놀을 비롯해 200여 종의 유기화합물이 포함되어 있다. 목초액의 화학적 조성은 사용하는 목재와 숯가마의 구조, 가열 방법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화학적으로 아무 매력이 없는 목초액을 오래 전부터 활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서양에서는 19세기에 들어서 목초산 성분으로 만든 아세트산 소듐을 염색용 매염제(媒染劑)로 사용한 적이 있다고 한다. 발효에서 얻은 식용 아세트산을 이용하는 것보다 싼 방법이었다.
고약한 냄새가 나고 독성이 강한 목초액을 토양 소독이나 해충 제거용 농약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사람에게도 치명적인 목초액이 박테리아, 잡초, 해충에게도 강한 독성을 나타내는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목초액을 식물 성장 촉진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그렇다고 목초액을 신비화할 이유는 없다. 목초액에 들어있는 화학적 성분은 정체와 성질이 모두 잘 알려져 있는 것이다. 고도로 발달한 화학 기술을 제쳐두고 목초액을 산업적으로 이용할 이유도 없다. 목초액을 생산하는 과정 자체가 화학이나 에너지 소비 측면에서 지극히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목초액을 `숙성'시킨다고 무엇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목초액을 숙성시켜 `독성 성분을 제거했다'는 주장은 어떤 근거도 찾을 수 없는 궤변일 뿐이다.
목초액이 살균이나 살충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목초액을 농약이나 소독약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실제로 가정에서 키우는 화초에 사용할 수도 있다. 농약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전에는 목초액을 그런 목적으로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목초액이 현대 농약보다 효과적인 것도 아니고, 더 안전한 것도 아니다.
목초액을 의약품으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물론 목초액을 피부병 치료에 쓰기도 했지만 목초액이 효능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제대로 된 피부병 치료제가 없었던 탓에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쓸 수밖에 없었을 뿐이다. 좋은 의약품이 넘쳐나는 오늘날 효과도 불확실하고, 안전성도 보장되지 않은 목초액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다.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목초액이 진정ㆍ소염 효과가 있다는 엉터리 주장에 속아넘어가서는 안 된다. 아이에게 목초액을 먹이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다. 상식을 가진 부모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끔찍한 일이다. 목초액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광고하는 찜질방도 있다고 한다. 만병통치약은 실제로 아무 병도 고치지 못하는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정말 눈뜨고 코를 베어 가는 황당한 세상이다.
목초액은 식용으로 쓸 수 없는 물질이다. 목초산 성분을 화학적으로 분리해서 식용으로 쓸 수는 있겠지만 경제적으로나 사회 통념상 그렇게 만든 식초를 먹어야 할 이유가 없다. 전통적인 아세트산 발효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더 익숙하고 경제적인 방법이다.
전통적인 훈제의 맛을 내기 위해 목초액을 사용한다는 주장도 엉터리다. 실제로 과거에 그런 방법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그런 방식에 매력을 느낄 이유는 없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전통은 과감하게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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