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 "이번엔 같은 무대" ..모녀 피아니스트 이경숙·김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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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피아노계 대모로 불리는 이경숙 연세대 명예교수(오른쪽)와 피아니스트인 딸 김규연씨. |
엄마가 사는 곳은 서울, 딸이 사는 곳은 뉴욕 맨해튼. 그렇지만 두 사람은 하루종일 서로를 챙긴다. "깼어?" "응" "어디니?" "학교" "엄마, 안자?" "이제 자". 이런 문자들이 서울과 뉴욕의 스마트폰 사이로 하루종일 오간다. "그래서 남자친구가 없나봐요. 그래도 상관없어요."(딸), "젊은 남자만 보면 넋을 빼고 봅니다. 짝인가 해서요"(엄마). 따스한 햇살을 받고 선 두 모녀가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엄마는 '한국 피아노계 대모'로 불리는 이경숙 연세대 명예교수(68), 딸은 지난해 클리블랜드 콩쿠르 입상(4위) 이후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신예 피아니스트 김규연씨(27)다.
이들은 시시콜콜한 일상을 공유하면서도 음악 인생은 각자 색깔을 달리하는 프로 연주자다. 이 모녀 피아니스트가 처음으로 듀오 리사이틀 무대를 꾸민다. 내달 1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기획공연 '토크 & 콘서트' 를 통해서다.
이 무대는 연주와 이야기가 섞인 캐주얼한 스타일이다. 연주하다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연주하고 그런 식이다. '편안한 소통을 위해' 규연씨는 쇼팽의 '녹턴'과 '스케르초 3번'을 골랐다고 했다. 이 교수는 리스트의 '사랑의 꿈'과 '헝가리안 랩소디 6번'을 선택했다. 듀오곡은 모차르트 '4개의 손을 위한 소나타 D장조'와 라흐마니노프 '4개의 손을 위한 6개의 소품', 라벨 '4개의 손을 위한 어미 거위 조곡' 세 곡이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전문 연주자 시대'를 연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한국전쟁 중 부산 피난 시절, 선교사로부터 얻은 빨간색 깨진 스타인웨이 피아노 한 대가 그의 피아노 인생을 열었다. 당시 나이 여섯. 전쟁 중 아버지는 납북됐고 이화여전 성악과 출신의 어머니는 초등학교 3학년이던 딸을 두고 홀연히 미국 유학을 떠났다. 어머니를 쫓아 미국으로 떠난 게 서울예고 학생 때다. 미국에선 가난, 외로움과 싸웠다. 명문 커티스 음악원을 졸업하고 전문 연주자의 길을 걷다 1980년대 초반 고국으로 돌아왔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친 것을 비롯, 그의 전곡 연주 프로그램은 숱하다. 한동일, 신수정 등과 함께 국내 피아니스트 1세대로 꼽힌다. 이런 역사성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주 레퍼토리에서 사각지대로 존재했던 작곡가가 리스트였다. "리스트곡이 힘들었어요. 제 손가락이 리스트 곡을 소화하기엔 짧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게 콤플렉스였습니다."
리스트 '사랑의 꿈'은 그래서 이번이 초연 무대다. 딸과 함께 처음 갖는 리사이틀 무대에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싶어 그는 고심 끝에 이 곡을 골랐다. "가족적인 분위기에 따뜻한 느낌을 주는 곡입니다. 어떻게 제대로 소화해야 하나 지금 열심히 연구 중이에요. 이 아름다운 곡을 언젠간 치겠지 생각했는데, 그날이 이제 오네요." 리스트 '헝가리안 랩소디'는 딸 규연씨를 낳던 해 독주회에서 처음 쳤던 곡이다. 그 후 지금껏 쳐본 적이 없으니 27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곡인 셈이다.
연주자, 대학교수, 그리고 아이의 엄마. 세 가지 역할 중 이 교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엄마 역할이다. "엄마는 저를 한번도 그냥 방치해 둔 적이 없었어요. 시간을 완벽하게 배분한 분이셨어요." 규연씨의 증언이다. 이 교수는 피아노 연습도 딸이 잠든 후 밤, 아니면 새벽녘에 주로 했다. 규연씨의 유년시절 기억엔 어머니의 모차르트, 베토벤 소나타로 눈을 뜨는 장면이 포개져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이 교수의 자녀 훈육법은 어땠을까. 엄격한 도제식 교육과 정반대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규연씨는 "피아노는 장난감 같은 것이었다"고 회상한다. "단 한 번도 연습하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피아노는 레고 같은 거였어요. 레고 하다 피아노 치고 다시 레고 하고 그렇게요. 엄마는 제게 상상의 문을 열어줬습니다." 이 교수는 이 말에 빙긋 웃는다. "규연이는 속을 썩인 적이 없어요. 뭐든 자유롭게 놔두면 알아서 척척 다 했어요." 규연씨는 초등학교 3학년 무렵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시작해 예원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커티스 음악원, 뉴잉글랜드 음악원 등에서 공부한 재원이다.
이 교수는 규연씨의 음악세계를 "세밀하고 진지하다"고 평한다. "제가 경험하지 못했던 걸 규연이는 하고 있잖아요. 제가 못 가진 음악성을 규연이는 가지고 있어요. 가끔 규연이가 치는 걸 보면서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저렇게도 해석을 하는구나 싶죠." 규연씨는 "엄마의 음악엔 수만 가지 결이 있다"고 말한다. "세월을 통해 단련된 소리예요. 저희같이 원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흉내낼 수 없는 그런 종류예요."
이 교수는 연말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슈베르트 소나타 독주회를 갖는다. 규연씨는 이달 말 금호아트홀의 '드뷔시 스페셜' 시리즈 무대에 선다. 6월엔 세르게이 바바얀이 지휘하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협연에 나선다. 이 공연은 지난해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러시아 출신 다니일 트리포노프와 함께하는 무대다. 서로의 스케줄을 대신 읊어주는 두 피아니스트가 다시 한바탕 웃었다. "우리 같은 모녀 못봤다고들 해요. 하하."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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