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굵고 낮은 목소리로 20분간 첫 공개연설 '실황중계'

전병역 기자 2012. 4. 1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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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보다 민족 존엄·나라 자주권이 더 중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15일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태양절) 기념식에서 첫 공개연설을 통해 "강성국가는 불패의 군력에 새 산업혁명을 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인민군 열병식에서 김 제1비서는 처음 육성을 공개하며 경제강국 건설과 군사력 강화에 힘을 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인 '선군정치'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

조선중앙TV 등이 생중계한 행사에서 약 20분간 이어진 김 제1비서의 연설 목소리는 낮고 굵게 깔렸지만, 30대 초반에 맞게 다소 앳된 면도 있었다. 연설 내내 원고를 보느라 단상 아래는 크게 신경쓰지 못해 청중 흡입력은 떨어지는 편이었다. 몸을 자주 흔들고 목소리 힘도 약한 데다, 문구를 보고 정확한 내용 전달에 주력하면서 권위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앳된 목소리에 원고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하나하나 읽어간 연설은 김일성이 1945년 10월14일 평양공설운동장에서 해방 후 귀국해서 처음 한 연설을 떠올리게 한다"고 밝혔다.

김 제1비서는 "일심단결과 불패의 군력에 새 세기 산업혁명을 더하면 그것은 곧 사회주의 강성국가"라며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 함남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올려 경제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길에 들어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군사강국에 이어 강성국가의 남은 과제인 경제발전을 목표로 제시했다. 아직 강성국가에 진입하지 못했음을 시인한 것으로도 받아들여진다.

무엇보다 "강성국가 건설 위업을 총대로 굳건히 담보해 나가야겠다"며 선군정치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김 제1비서는 "강성국가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총적 목표로 내세우는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에 있어서 평화는 더없이 귀중하다"면서도 "그러나 민족의 존엄과 나라의 자주권이 더 귀중하다"고 못박았다. 또 "군사 기술적 우세는 더는 제국주의자들의 독점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설 말미에는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언급도 보탰다. 김 제1비서는 "진정으로 통일을 원하고 평화번영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손잡고 나갈 것이며,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실현하기 위하여 책임적이고도 인내성 있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남관계에서 부드러워진 측면이 있지만 당장 관계개선이나 대화 의지보다는 '민족 지도자' 이미지를 내세운 측면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제1비서가 "최후의 승리를 향하여 앞으로!"라는 구호로 연설을 마치자 청중은 "만세" 구호로 화답했다. 이어 김일성 주석·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필두로 인민군인 행렬과 탱크·미사일·미그기 비행 등 열병식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청중이 '김정은'을 연호하자, 김 제1비서는 주석단 난간에서 손을 흔들어 답례하며 자신의 시대 개막을 자축했다.

<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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