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 면상에 주먹 꽂아라" 맞짱카페 뭐야?

박용하 기자 2012. 3. 24.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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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너를 괴롭히는 놈의 면상에 주먹을 꽂아라. 이기든 지든 일단 주먹을 꽂았다면 넌 다시 태어나는거고,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8월 한 인터넷 포털에는 이같은 글과 함께 '찐따빵셔틀탈출구'란 카페가 만들어졌다. 학교폭력 피해 경험을 지녔다는 ㄱ씨가 만든 이 모임은 말그대로 '찐따'(덜떨어진 아이)라 놀림을 당하거나, '빵셔틀'(힘센 학생들의 강요로 빵을 대신 사다주는 행위) 피해를 입는 학생들을 위한 '멘토'를 자처했다. 당시 카페의 홍보글에는 "여러분과 같은 경험자로서 저의 경험담을 토대로 필살 싸움 교본을 만들었다"며 "싸움을 못하시는 분들이나 싸움을 배우려는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카페에는 여러 목적을 지닌 네티즌들이 모여들었다. 평소 격투기 등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검색을 통해 가입했고, 싸움을 잘하고 싶은 학생들이 호기심에 찾아오기도 했다. 학교폭력 피해자들도 상당수 가입했다. 카페 게시판에는 "애들에게 맞고 다니기 싫다", "빵셔틀이다. 강해지고 싶다"는 인사말이 눈에 띄었다. ㄱ씨와 함께 카페 운영진으로 참여한 ㄴ군(17·고등학생)은 "(찾아온 피해자들은) 내가 본 분들만 30~40명쯤 된다. 활동은 많지 않았지만 고민 상담도 종종 하는 편이었다"고 전했다.

폐쇄 전 '찐따빵셔틀탈출구' 카페의 모습 / 인터넷 캡처

카페 운영진들은 모여든 이들과 싸움 경험담, 격투기 영상 등을 공유했다. 이 중 많이 알려진 것은 ㄱ씨의 경험담을 기초로 만들어진 일종의 '이론서'다. 싸우기전 마음가짐부터 싸움의 법칙·기술·변수·대처법 등으로 분류돼 있는 자료다. '싸우기전 마음가짐'에는 "한대 맞더라도 쫄지말고, 오히려 맞은 것에 대해 분노하라"며 "다만 이성을 잃을 만큼 흥분하면 안된다. 흥분을 하면 아드레날린이 형성되는데, 심성이 착한 사람의 경우 긴장이 극에 달해 근육의 긴장 수축으로 이어진다"고 써 있었다.

카페에는 '상담 게시판'도 있었다. 학교 폭력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이 주로 이용했다. 체구는 좋은데 성격이 유약해 괴롭힘을 당했다는 한 네티즌은 "일진이 칼로 내 팔을 그었다. 참고 참았지만 안될거 같다"고 토로했다. 카페의 다른 회원이 그에게 몇 가지 기술을 알려주자, 며칠뒤 그는 게시판에 "기술을 써먹어서 이겼다. 이제 당하고만 살진 않을 것"이라고 남기기도 했다.

카페에 올라왔던 싸움 관련 자료. 분류별로 정리돼 있다.카페는 한때 회원이 2000여명을 넘으며 활발히 운영됐다. 하지만 카페의 성장과 함께 문제점도 불거졌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현피'(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끼리 실제 싸움을 벌이는 것)였다. 카페 부매니저 백모군(18·고교중퇴)을 비롯한 일부 회원들은 돈을 벌 생각으로 '돈 걸고 싸워도 된다. 파이터들 신청 바람'이라는 글을 게시한 뒤, 이를 보고 연락해온 회원들에게 원정싸움을 교사했다. 백모씨 등은 이들 결투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게시판에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카페의 다른 운영진들은 이들의 행각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ㄴ군은 "(백군 등은) 자신들을 반대하는 회원들에게 폭언을 하며 나가라고도 했다"며 "한 분이 '왜 나가야하나, 이런 싸움은 싫다'고 했더니 탈퇴시키더라. 이런 일들이 벌어지자 카페에 찾아왔던 빵셔틀 피해자들도 거의 탈퇴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카페 개설자 ㄱ씨는 개인적인 일로 카페에 신경쓰지 못하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했다. 그는 카페에 현피 금지 공고를 올리는 등 대책을 찾았으나, 이미 경찰 수사로 번져 있었다. 결국 이들의 카페는 '맞짱카페'로 규정돼 올 3월 폐쇄됐고, 현피에 연루된 회원 8명은 선도 처분됐다. 인터넷에는 이들의 철없는 행각을 질타하는 목소리로 넘쳐났다.

경찰 수사결과 발표 일주일이 지난 21일, 이제는 없어진 '찐따빵셔틀탈출구' 회원 몇 명은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조용한 회합을 가졌다. 이들 중 한명은 "인터넷에 맞짱카페라며 우리 카페 이름이 떴고, 사람들은 XX들이라고 하더라"라며 "원래 우리 취지를 댓글로 설명했는데 몇분들은 계속 욕을 하셨다. 속이 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은 카페의 원래 취지에는 여전히 공감했다. 한 회원은 "학교폭력 피해자에 도움을 줘 빵셔틀을 탈출시키는게 우리의 바람이었다"며 "잘 돌아가고 있었는데 몇몇 사람 때문에 없어진 것은 속상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전에 있던 카페는 현피도 그렇고, 싸움의 실제 기술을 가르쳐주는 것들이 있어 문제가 됐다"며 "이번 경험을 토대로 이런 것은 다 없애고 순수하게 학교 폭력 예방에 관한 카페를 만들까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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