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영의 아줌마가 간다 아줌마, 꽃놀이 가다

2012. 3. 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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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가장 예쁜 게 '꽃'이잖아요. 꽃샘추위가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꽃이 만발하겠지만, 양재동 화훼공판장에 가보니 이미 봄이 성큼 와 있더라고요. 아줌마라고 봄 타지 말란 법 있나요. 꽃 속을 하릴없이 거닐기만 해도 기분이 한결 나아진답니다. 봄 처녀 제 오시니 봄 아줌마는 슬슬 마중이나 가볼까요?

봄 맞으러 양재동 화훼공판장에 가다

전 꽃시장에 나가는 걸 좋아해요. 꼭 봄이 아니더라도 문득 생각할 일이 있거나 반대로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을 때 즐겨 찾는 곳이죠. 바쁜 맞벌이다 보니 집 안 곳곳에 꽃을 꽂아두고 관리하는 건 꿈도 못 꿔요. '예쁘다~' 해놓고 어느새 보면 다 져버리기 일쑤니까요. 근데 꽃시장엔 왜 가냐고요? 드라이브 삼아, 꽃 화분 사러 가요. 화분에 심긴 꽃나무는 줄기 꽃보다 오래 볼 수 있어서 좋거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수국이에요. 물만 적당히 주면 두 달 정도 꽃을 볼 수 있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 꽃잎 색이 여러 번 변하거든요. 그 미묘한 차이가 은근히 집 안 분위기를 달리 만드는 효과가 있어요. 워낙 다년생인데, 전 한 철 실컷 보고 마당 있는 집에 사는 언니에게 보내곤 하죠. 꽃은 욕심내면 안 돼요. 덤으로 주는 꽃을 무턱대고 들고 와서 죽이면 안 되고, 예쁘다고 이 꽃 저 꽃 사와서 죽여도 안 되고, 꽃 졌다고 버리면 안 되잖아요. 그다음으로 봄에 주로 사는 건 '만천홍'이에요. 나이가 드니까 화끈한 색이 좋은 것 있죠. 무슨 일을 하다가도 만천홍을 쳐다보면 갑자기 정신이 바짝 난다니까요. 화원에서 담아놓은 플라스틱 화분 그대로 큰 머그컵에 쏙 끼워 장식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물만 주면 나른한 봄날 청량제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요. 봄날, 꽃시장에 가면 백화점에 가서 쇼핑하는 것만큼 재미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예요. 하릴없는 사람처럼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며 가격 조사를 좀 하고, 오랜 단골가게에 가서 손해 안 보는 만큼 돈을 주고 꽃 화분을 사는 거죠. 신기한 게 꽃시장에선 큰 소리 날 일이 별로 없어요. 꽃값 과하게 흥정하는 사람도 없고요.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꽃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새봄, 집 앞 꽃집에라도 꼭 한번 들러 활짝 웃으시길!

1 꽃마다 얼굴이 다 달라서 내 이상형에 맞춰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쁘다고 무턱대고 많이 사는 것은 금물. 귀하게 보고 즐길 수 있는 만큼만 산다. 만천홍 1줄기 1만2천원선 사철농원.

2 요즘은 꽃바구니 대신 꽃 화분을 여러 개 넣어 만든 바구니를 찾는 사람도 많다고. 바구니는 재활용할 수 있고, 화분은 원하는 곳에 놓고 오래 볼 수 있다.

3 수국은 보통 8~10대 정도 꽃이 달리는데 흔히 꽃집에서 꽃꽂이용으로 판매하는 줄기 수국보다 훨씬 오래 살아 있다. 두 달 정도 오묘한 빛깔로 변해가면서 꽃이 핀다. 3만원선 수목원.

+ 양재동 화훼공판장은 생화, 분화, 화환, 자재 등을 판매하는 건물이 다르며 영업일 역시 각각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동·서양란, 관엽식물, 선인장, 허브를 판매하는 분화동의 경우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주7일 운영된다. 단, 일요일은 가동과 나동이 격주 휴무. 문의 02-579-8100

기획: 정미경 기자 | 사진: 이호영 | 촬영협조: 수목원(02-571-5804), 사철농원(02-529-1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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