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수의 링사이드 X파일] 수분 다이어트의 허와 실 - 최종 2부
격투기 계체 실패 사례들
최근 격투기에선 수분 다이어트를 하다가 엄청난 계체 실패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UFC 142회 대회에선 앤소니 존슨이 비토 벨포트를 상대로 브라질에 왔지만 197파운드(89.3킬로)가 나오면서 185파운드(83.9kg)를 12파운드(5.4kg)나 넘어버렸습니다. 그의 평소 체중은 220파운드(99kg)이고, 여기서부터 감량을 시작 한다 하네요. 어떻게 보면 15kg을 줄이는 자체가 무리이고 체급을 올려도 되지 않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결국 대전료의 20%도 상대에게 줬고, 1라운드부터 체력 저하가 보이더니 막판에 초크로 패하고 말았지요. UFC 내 11전 중 세 차례나 계체 실패를 했기에 프로모터의 분노를 샀고, 결국 퇴출되고 말았습니다.
또 다른 위험사례들

(11회 계체 중 3회나 실패했던 앤소니 존슨 - 출처 UFC)
스트라이크 포스 토너먼트 결승에 진출한 데니얼 코르미어는 미국 아마추어 레슬링 올림픽팀 주장을 맡았고 메달 획득이 유력해 보였습니다. 아마추어 레슬링도 마찬가지로 계체량이 있지만 그는 급성신부전을 갑작스럽게 겪었고 병원에 실려 갔지요.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헤비급에선 키가 작지만 과도한 감량을 겁내는 선수 중 하나입니다.
(출처 : 스트라이크 포스 - 미국 아마추어 레슬링 올림픽팀 주장출신 데니얼 코르미어)
T.J. 쿡은 리노엘 라함을 꺾은 뒤 바로 전신부전에 빠져 숨도 쉴 수 없고 앞이 캄캄해지는 상황을 맞이했다고 하네요. 맷 리들 역시 체중 감량 중 생명의 위협을 느낀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모 선수가 사우나에서 쓰러졌던 일이 있었지요.
아메리칸 탑팀의 변신
극단적으로 수분을 줄이다가 전신부전, 급성신부전까지는 아니더라도 경기에서 급격한 체력저하가 올 수도 있기에 아메리칸 탑팀의 경우엔 15파운드(7kg) 정도 내외에서 체중을 감량한다 합니다. 어떻게 보면 하나의 실험이라 할 수 있고 결과에 따라서 팀의 운영방식이 정해질 듯 하지만 상대적으로 생명에는 위협을 덜 받지요.
현재 하고 있는 기간 별 수분 다이어트
1. 계체 5일에서 3일 전 사이, 그리고 이틀 전과 하루 전
이 시기엔 오히려 물을 많이 먹습니다. 음식 이외에도 물을 8리터 정도를 마시는데요, 이렇게 하면 소변이 증가하도록 유도되며 계체 전에 수분 다이어트를 하는데 있어서 효과적이라 하네요.
이틀 전엔 4리터 정도를 먹어 절반으로 줄이고 염분을 극도로 제한합니다. 마지막 24시간 전에 물을 전혀 먹지 않지요.
2. 땀을 낸다
운동을 하거나 사우나에서 땀을 빼면 가능합니다. 타격운동을 하거나 뛸 수도 있고 조깅도 하지만 일단은 더운 환경에서 땀을 내는 게 중요합니다. 너무 더우면 사망의 우려도 있기에 과도한 감량은 무리이지만 땀복을 입고 운동하다가 사고가 많이 납니다.
3. 배뇨
배뇨 혹은 장을 비움으로서 2kg 이상을 줄일 수도 있지요. 이를 위해서 이틀 전부터 음식을 줄이고 24시간 전부터는 음식을 안 먹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뇨제나 설사약을 쓸 수도 있지만 도핑에서 걸릴 확률이 높기에 안 쓰는 것이 좋지요.
4. 이뇨제와 천연 이뇨제?
이뇨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사이보그 산토스는 스테로이드가 적발되었지만 이뇨제인 줄 알았다고 변명을 했었는데요, 이뇨제 역시 불법입니다.
도핑에서 걸리지 않는 한약재들도 있지만 이뇨 과정에서 전해질 문제가 생겨서 경기력에 지장이 있고 체질별로 다를 수도 있기에 전문가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외국 선수들도 노하우를 갖고 있지만 잘 공개하지 않는 편인데요, 약물에 대한 지식은 얕은 편이라 사실 별게 아닙니다.
안전한 이뇨를 통해 4kg 정도는 감량할 수도 있지만 정 안 될 때 택할 선택이라 봅니다. 전해질 대사 문제로 경기력에 지장이 있을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우니까요.
5. 금식
혈당은 유지하면서 금식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이 경우엔 단순당을 섭취해 저혈당증으로 생기는 문제를 줄이면서 체중은 늘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지요.
계체 후 회복과정
계체를 통과하면 혈장의 부피가 줄고 혈류에 문제가 생기니 심장이 더욱 빨리 뜁니다. 이 경우 피로가 증가하거나 심리적인 초조함이 생길 수도 있기에 가급적 빠르게 회복을 도모해야 합니다.
물과 음식을 먹으면서 회복해야 하지만 과식보다는 30분 단위로 소량을 먹으면서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서서히 에너지를 소모하도록 해야 합니다. 절식한 상태에서 갑자기 많이 먹으면 몸이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너무 낯선 음식보단 익숙한 것이 좋습니다.
체중 감량 중 나올 수 있는 일
혹자는 48시간 내 2%의 체중을 줄이면 운동 능력의 감소가 올 수도 있다 합니다. 72시간 내 5%의 체중이 줄어드는 경우엔 근지구력, 근력, 집중력에 문제가 올 수도 있으며 장기간에 걸쳐 수분 다이어트로 체중을 줄이더라도 탈수에 준하는 증상들이 올 수 있지요. 잦은 수분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 갈수록 감량이 어려운 기전으로 빠지기도 합니다.
결론
1997년 세 명의 대학 선수 사망 후 미국 아마추어 레슬링 협회는 체중 조절에 대한 규정을 세웠습니다. 일단 시즌 초에 감량에 대한 교육을 받고, 한증막을 비롯한 온열이 잘 되는 곳에서의 땀내는 것이나 설사약를 통한 감량 및 탈수를 금지시켰습니다. 현재 격투기의 수분 다이어트는 1997년의 미국 아마추어 레슬링 상태와 비슷합니다. 지금이라면 사고가 날 우려는 항상 도사리고 있지요. 미국의 UFC가 크다고 하지만 대책은 부실합니다.
이상적인 방법이라면 평소 체중을 측정한 뒤, 계체 전에 일정 비율 이상 줄이지 못하게 하면 됩니다. 하지만 해외 선수들이 특성 상 오랫동안 잡아둘 수는 없으므로 현실적으론 어렵지요. 이런 상황에서는 아마추어 레슬링에서 1997년 나온 사고가 다시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만큼 수분 다이어트는 위험하고 치명적이지만 큰 체격의 유리함을 포기하기 어렵기에 선수들 사이에 계속될 겁니다.
본인의 안전이라도 확보하려면 선수 본인의 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감량 중 힘든 일이 있었고 경기 중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면 체중 감소를 덜 하는 방향으로 잡아야 하고, 타격으로 풀어가는 법을 찾아야겠지요.
사고가 없는 한 현재 규정이 바뀔 가능성이 적습니다. 지금으로선 본인의 몸 상태를 알거나 아메리칸 탑팀처럼 적당한 감량을 추구하는 게 위험에서 벗어나는 길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계체 실패를 프로답지 못하다고 말하기엔 수분다이어트가 갖는 위험성이 크다는 걸 모두 인식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