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이스]STX의 신예, 변현제의 '천재급 센스'를 기대하라
"저는 '택뱅리쌍'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수가 될 겁니다"
STX의 새로운 얼굴, 프로토스 변현제지난 달 29일, STX와 공군의 프로리그 4세트 경기에서 상당히 독특한 양상의 승부가 펼쳐졌다. 소위 말하는 '날빌'이 시도된 이 경기에서는 매우 긴박한 상황이 연출됐고, 현장을 찾은 관객들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흥미진진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이 경기로 e스포츠 팬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심어준 선수가 바로 STX의 신예 프로토스 변현제다. 공군의 임진묵을 상대로 '센터 게이트웨이'라는 강 수를 들고 나왔지만, 변현제는 이것을 초반에 대번 들켜버리고 말았다. 보통의 신인이었다면 준비해 온 회심의 전략을 들킨 순간 당황해 어쩔 줄을 몰라 했을 텐데, 변현제는 자신의 컨트롤을 믿고 과감하게 상대 진영으로 돌진했다.
변현제는 매너 파일런을 성공시키며 쉴드 배터리까지 완성했고, 질럿과 프로브를 동원해 '컨트롤' 하나로 승리를 따냈다. 신인의 올인이 멋지게 성공한 순간이었다. 경기를 중계하던 중계진이 '사랑의 배터리'라고 표현한 것이 퍼져나가 이제는 포탈사이트에서도 변현제의 이름을 검색하면 '변현제 사랑의 배터리'가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다.
STX 김은동 감독은 "드래프트 당시 사전 정보 없이 직감적으로 변현제를 데려왔다. 못 견디고 팀을 나간 선수들도 많으나 (변)현제는 살아남았고, 요즘 박종수 코치가 정말 잘한다고 칭찬을 많이 한다"고 변현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인상적인 경기로 눈도장을 찍은 변현제는 상큼하고 귀여운 외모에 실력까지 겸비했다. 워낙 게임적 센스와 컨트롤이 탁월해 STX 팀 내에서 '게임 천재'로 통하는 변현제. '천재급 센스'를 발휘할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STX 변현제를 만나보자.
- 우선 자기 소개와 인사를 부탁한다.▶ 인사말이야 뻔하지 않아요? 안녕하세요, STX 프로토스 변현제입니다.

STX 변현제, '날빌'과 '올인전략'은 내 친구- 가장 먼저 지난 달 29일, 공군 임진묵과의 경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의 배터리'가 나왔던 과정을 설명한다면▶ 출전하기 전에 세 종족에 맞는 전략을 각각 준비했다. 테란이 나오면 이 전략을 사용하기로 했고, 박종수 코치님을 비롯해 프로토스 선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었다. 사실 초반에 그렇게 쉽게 정찰을 당할 줄 몰랐다. 연습 때 테란들이 이 전략을 당하면 거의 버티지를 못했기 때문에 준비해온 대로 강행했다.경기를 시작할 때는 마음이 편했다가 들키면서 당황해 전략을 수정할 여유가 없었다. 배터리는 매너 파일런이 두 개 다 지어진 뒤 건설했다. 매너 파일런이 하나만 성공할 경우는 배터리를 지어도 손쉽게 언파워드 돼 사용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파일런이 두 개면 깨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그 동안 배터리를 활용해 유리한 싸움을 할 수 있게 된다.
- 팀 내 테란 선수들을 상대로 전략을 연습할 때도 비슷한 양상의 경기가 펼쳐졌나▶ 한 두 번 정찰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연습할 때보다도 임진묵 선수의 SCV가 훨씬 빠른 타이밍에 나오긴 했다. 본진 프로브가 SCV에게 잡힌 줄 모르고 있어서 상대방의 일꾼을 많이 잡고 '이겼다'고 생각하는 찰나, 내 프로브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보고 지는 줄 알았다. 질럿의 체력이 워낙 좋아 그 덕을 본 것 같다(웃음).

오렌지 에이드처럼 신선한 전략?- 패하기는 했지만 삼성전자 신노열과의 경기에서도 전략적인 빌드를 사용했던 것이 기억난다.▶ 코칭스태프와 상의해서 빌드를 준비했다. 허술하게 보여서 상대가 공격을 오게 한 다음 막고 유리해지는 것이 포인트였다. 그런데 긴장을 많이 해서 캐논 건설이 늦은 탓에 그냥 쓸렸다. 연습 때 승률이 좋았던 것과 달리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져서 안타까웠다.
- 원래 '전략가'의 기질이 있는 편인가▶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 이유는 내가 무엇을 할 지 상대방이 예측할 수 없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간파 당하지 않도록 탄탄한 운영을 하고, 그와 동시에 전략도 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팀 내에서 전략적인 플레이를 잘 한다고 알려진 (김)윤환이 형은 전략의 비중이 더 크지만, 나는 전략만큼 운영도 잘 한다. 방송 경기에서의 긴장감을 줄이기 위해 전략을 사용한 것뿐이다.
- 그러고 보면 여태까지 치른 프로리그 세 경기가 모두 일반적이지는 않았다. 작년 12월, 데뷔전에서 웅진의 윤용태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뒀는데▶ 스스로 많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전투만 잘 하면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날 따라 리버 컨트롤이 잘 돼 이길 수 있었다. 특히 프로토스와 대결할 때는 똑같은 유닛으로 싸우는 것이라 전투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변현제는 동족인 프로토스를 잡는 데 일가견이 있다고- 팀에 합류한 뒤 데뷔전을 치르기까지 일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첫 출전을 기다리는 동안은 어땠나▶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 '나는 언제쯤 프로리그 경기에 출전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지난 시즌에 꼭 한 번은 출전하고 싶었는데, 팀이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를 때까지도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 짓지 못해 기회가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 가장 자신 있는 종족전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같은 유닛을 뽑는 프로토스전이 더 쉽다. 저그전은 손이 많이 가서 아직은 경기 때 실력 발휘가 안 된다. 나는 오프라인 예선 때도 손이 잘 안 움직일 정도로 긴장을 한다. 그래서 프로리그 경기에 나갈 때는 청심환을 먹는다(웃음).
- 첫 방송경기 승리는 2011 STX컵 대회에서 장윤철을 상대로 이긴 경기다▶ 방송경기에 나간다는 것이 마냥 좋았다. 경기에 나가기 전날에는 설레서 잠도 안 왔다. 그런데 그 때 (이)신형이 형이 3킬이나 해 슬펐다. 공식전은 아니지만 방송경기니까 이기고 인터뷰를 해 주목을 받고 싶었던 내 바람과 달리 신형이 형이 혼자 인터뷰를 하더라. 인터뷰 운이 참 따라주지 않는다(웃음). 프로리그에서도 내가 이겼을 때마다 팀이 져서 아직 한 번도 승자 인터뷰를 못했다. 이번에는 팀이 무조건 이길 줄 알고 좋아했다가 김이 샜다. (김)현우 형이 저저전에서 질 줄은 몰랐다. 그래도 현우 형이 경기에 지고 힘들어할까 봐 차마 원망은 할 수 없었다.

친형 덕분에 프로게이머의 길을 걷게 된 변현제- 프로게이머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친형이 게임을 좋아해서 나도 따라 했다. 대회가 자주 열린다는 것을 알고 조금 더 흥미가 생겨서 본격적으로 열심히 했다. 형이 저그였고, 나는 유닛 하나하나가 센 프로토스를 선택했다. 프로게이머가 된 결정적인 계기는 '경상북도 지사배 안동하회탈 e스포츠 한마당'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었다. 당시 대회에 같이 나갔던 친형은 8강에서 나를 만나 승리를 양보해줬다(웃음).
- 프로게이머가 된다고 했을 때 집안의 반대는 없었는지▶ 아마 내가 혼자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했으면 반대가 있었을지도 모르나 형도 프로게이머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쉽게 허락이 떨어졌다. 준프로게이머 자격을 획득한 뒤 프로게이머가 되는 과정에서 함께 부모님을 설득해준 형에게 고맙다.
- STX 팀에는 어떻게 들어오게 됐나▶ 7번 정도 커리지 매치에 나가 마침내 준프로게이머가 되니 곧바로 드래프트가 열렸다. 준프로게이머 평가전에서 7등인가 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나름 괜찮은 성적이라 무난하게 뽑힐 것 같았는데, 점점 지명 차수가 늘어나면서 안 뽑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차 지명에서 나를 STX 선수로 뽑아주신 김은동 감독님께 정말 감사했다.
-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설명해 본다면▶ 게임 센스가 뛰어난 스타일이다. 팀에서 '게임 천재'라고 불러준다. 나름대로 남들보다는 순간적인 판단이나 대처가 좋다고 생각한다. 경기 내적으로는 견제를 하는 동시에 센터 싸움을 거는 식으로 난전을 유도해 멀티태스킹을 극대화 한다. 그래서 멀티태스킹이 뛰어난 김택용 선수와 그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셔틀을 좋아한다. 셔틀에는 주로 공격력이 세서 컨트롤만 잘 하면 이득을 많이 볼 수 있는 리버를 태우고 다닌다. 팀 선배였던 '곡예사' 김구현(공군) 선수에게 많이 배우려고 했더니 갑자기 입대하셔서 서운하기도 했다. 앞으로 좀 더 잘 하게 되면 김택용 선수와 친해지고 싶다.

금발은 아니지만 밝은 갈색 스타일도 소화했던 적이 있다- 신인 시절 금발로 염색하기도 했다. 다시 한 번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에 도전할 생각은 없는지▶ 염색한 것은 나쁘지 않았는데 문제는 눈썹이었다. 미용실에서 눈썹까지 염색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고, 함께 있던 코치님께서도 당연히 해야 된다고 하셨다. 하고 난 뒤 눈썹 색이 옅어지니 다들 할아버지 같다고 한 마디씩 하더라. 형들이 사진을 보고 많이 놀렸다. 자연적으로 검은색이 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 얼마 전 경기 하루 전날 생일을 맞이했다▶ 케이크만 먹고 연습을 했다. 그 날 생일인 임진묵 선수를 이겨서 많이 미안했고, 경기가 끝난 뒤 생일을 챙겨주신 팬 분들께 고맙다. 예전보다는 팬이 많이 생긴 편이다. (김)성현이 형은 워낙 잘 하고 있어서 팬 분들도 모두 사인을 받고 싶어하실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별로 못 해서 사인도 없다. 어려워서 못 만들겠더라.
- 휴일에는 주로 무엇을 하면서 여가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하다▶ 잠을 많이 자고 드라마를 본다. 최근 '빠담빠담', '브레인', '샐러리맨 초한지', '드림하이 시즌2'를 모두 섭렵하고 있다. 이제 드라마는 그만 보고 연습을 더 해야 될 것 같다.

'게임천재'로 불린다는 변현제- 팀 내에서 친하게 지내는 선수는 누구인가▶ (김)윤중이 형이랑 많이 친하다. 윤중이 형은 장난이 심해서 평소 내가 말을 잘 듣는데도 다른 사람들에게 '변현제가 말을 잘 안 듣는다'는 소문을 내고 다닌다. 동갑인 프로토스 친구들과 같은 방을 쓰는데, 최근에 (백)동준이가 프로리그 3연승을 할 때 정말 부러웠다. 나는 1승 1패를 하고 경기에 못 나가고 있을 때라 더욱 그랬다. 열심히 해서 따라잡고 싶었다.
- 팀 내 천적이 존재하는지▶ 프로토스전을 잘 하는 편임에도 몇 달 전까지 박종수 코치님을 이길 수가 없었다. 하도 자주 져서 내부평가전을 할 때 코치님께서 안 끼시길 바랐다. 하지만 내 실력이 늘어난 뒤로는 두렵지 않다(웃음).
- 신인왕 타이틀이 욕심날 텐데▶ 무조건 받아야 된다. 신인왕 수상 자격에 부합한 선수가 많지 않아서 무조건 받고 싶다. 2011 e스포츠대상 시삭식장에 다녀온 뒤로는 더욱 상을 받고 싶어졌다. 사람들 앞에서 주목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이번 시즌에 최소한 5승은 해야 된다. 출전 기회를 잡기 위해 그 좋아하는 드라마도 안 보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으니 코칭스태프께서 자주 경기에 내보내주시면 좋겠다.

제 실력, 프로리그 경기로 보여드릴게요!-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 '택뱅리쌍'급 선수가 될 때까지 열심히 할 테니 많이 응원해주시기 바란다.
◆ 선수 프로필이름 : 변현제아이디 : Mini생년월일 : 1994년 1월 28일키/몸무게 : 174cm/55kg혈액형 : AB형취미 : 드라마 시청좌우명 : 내가 최고다
◆ 팀원 코멘트▶ 주장 김윤중=변현제 선수는 STX 프로토스 94라인 중에서 특이한 스타일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재능이 있고, 지금도 잘 하고 있지만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STX 프로토스 중에서도 미래가 제일 기대되는 선수다.
◆ 코치 코멘트▶ 박종수 코치=참 잘 한다. 변현제 선수는 기존의 프로토스와 약간 스타일이 달라 무난한 경기 양상보다 변칙적인 움직임을 좋아한다. 재능을 타고났으며 센스로 승부하는 타입이다. 특히 컨트롤은 모든 게이머들 중 가장 잘할 것이라고 생각될 만큼 뛰어나다. 소수 유닛 컨트롤을 굉장히 잘 하며 차별화된 새로운 스타일의 프로토스라 기대가 많이 된다. 경력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다른 선수들과 대등할 정도로 실력이 좋아져 팀 선배들이 '게임 천재'라고 부를 정도다.
최민숙 기자 minimaxi@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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