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하의 유로풋볼]우승을 향한 첫 관문 '밀란 더비'

라이벌 승부는 그 결과를 떠나 대결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가 생산되고, 여기에 역사와 전통이라는 배경이 더해지면서 방대한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라이벌이 형성되는 과정은 단순하게 열거하기 어렵다. 인위적으로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그 어떤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보다 흥미로운 것이다. 우리는 그런 역사와 전통이 살아숨쉬는 맞대결을 '더비'라 일컫는다.

한국시각으로 1월 16일(4시 45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우승을 향한 첫 관문' 밀란 더비가 벌어진다. Derby della Madonnina라 불리는 이 맞대결은 밀라노 연고로 홈구장을 함께 쓰는 두 팀 AC 밀란과 인터밀란의 승부다. 두 클럽은 지난 1908년 10월 첫 대결을 시작으로 204번의 치열한 정식 경기가 있었다. 상대 전적은 72승 61무 71패로 AC 밀란이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고 모든 경기를 통틀어도 109승 72무 95패로 AC 밀란이 앞서는 성적이다.

이번 시즌 밀란 더비는 '우승을 향한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이탈리아 세리에A는 유벤투스와 AC 밀란이 승점 37점, 우디네세 35점, 라치오 30점, 인터밀란 29점 순으로 이어진다. 이번 맞대결에서 AC 밀란이 승리한다면 일단 인터밀란과의 격차가 11점으로 벌어지면서 라이벌 클럽의 꿈을 깨뜨림과 동시에 유벤투스와의 양강체제를 굳힐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인터밀란이 승점 3점을 획득하면 선두권과의 격차를 좁히며 스쿠데토에 대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밀란 더비는 시기별로 전력 차이가 크게 나타나며 라이벌답지 않게 한쪽으로 일방적인 쏠림 현상이 있었다. 인터밀란은 2006년 이후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하면서 스쿠데토와 밀란 더비를 쓸어 담았다. 그들은 2006/07시즌부터 2009/10시즌까지 벌어진 8번의 더비에서 무려 6번이나 승리했다. 특히 주제 무리뉴의 인터밀란은 호나우지뉴의 한방에 한 차례 무너지긴 했지만, 내용과 결과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인터밀란 시대에 정점을 찍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역사가 돌고 도는 것처럼, AC 밀란이 세리에A 타이틀을 가져오면서 밀란 더비 성적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때 파란-검정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이제는 빨강-검정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더비에서 골을 터트리는 등 AC 밀란은 최근 라이벌전 3연승을 달리고 있다. (2011년 8월 Tim Cup 제외)

하지만 이번 시즌 밀란 더비는 적어도 근래에 보였던 한쪽으로의 일방적인 쏠림 현상은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 클럽의 손을 들어주던 전력 차이가 줄어들면서 치열한 승부를 예고하는 까닭에서다. 밀란은 최근 리그 12경기 연속 무패를(10승 2무)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안토니오 카사노가 심장 질환으로 전력에서 제외되면서 창의력이 다소 감소했지만, 이브라히모비치의 득점력은 여전히 세리에A에서 엄청난 위용을 자랑한다. 여기에 케빈 프린스 보아텡, 알베르토 아퀼라니, 안토니오 노체리노, 판 봄멜 등이 허리에 버티고 알렉산드로 네스타, 티아구 실바가 지키는 수비도 상당한 안정감을 나타낸다.

인터밀란도 최근 리그 5연승을 기록하며 한때 17위까지 떨어졌던 순위를 확 끌어올렸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은 팀에 4-4-2 포메이션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마이콘, 루시우, 왈테르 사무엘 그리고 나가토모 유토로 구성된 포백이 수비력을 되찾았고 에스테반 캄비아소, 티아고 모타, 하비에르 사네티 등 미드필더의 활약도 좋은 상태다. 특히 지난 주말 파르마와의 홈경기에서는 최전방 공격수 디에고 밀리토가 2골을 터트리며 부활을 예고했다. 그가 제노아 시절부터 AC 밀란 킬러로 명성을 떨쳤다는 점에서 밀리토의 결정력에 거는 기대가 크다.

부상 선수들의 복귀 여부는 이번 더비에 큰 영향을 줄 변수다. AC 밀란은 오른쪽 수비수 이그나시오 아베테 그리고 인터밀란은 미드필더 웨슬리 스네이더가 더비를 기다리고 있다. 아바테는 유럽 정상급 오른쪽 수비로 발전해가는 자원으로 그가 오른쪽 수비로 나선다면 훨씬 더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일 수 있게 된다. 스네이더는 인터밀란의 창의력을 끌어올릴 중요한 자원이다. 11월 중순 이후 결장 기간이 길어 긴 시간을 소화하지 못하더라도 수세에 몰렸을 때 4-3-1-2로의 변형을 꾀하며 그의 발끝에서 터지는 한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안방에 중계되지 않으면서 (우리가 느끼는) 밀란 더비의 긴장감이 다소 감소했지만, 이번은 어떻게든 경기를 찾아볼 만큼 가치 있는 경기가 되리라 기대한다. 그리고 우승을 향한 선두권 경쟁이라는 점에서 지역 라이벌 밀라노 더비는 또다시 여러 이야깃거리를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