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김문수입니다, 안들려요?" "무슨 일인지 먼저 말씀하세요"

119에 전화해 여덟차례 신분 밝혀도 장난전화 취급

지난 19일 낮 12시 30분쯤 경기도 남양주의 한 노인 요양원을 찾은 김문수 <사진>경기지사가 휴대전화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 암환자 이송 체계 등을 묻기 위해서였다.

남양주소방서 119상황실 근무자가 전화를 받자 김 지사는 "나는 도지사 김문수입니다" 하고 신분을 밝혔다. "예. 소방서입니다. 말씀하십시오" 하는 응답이 돌아왔다. 김 지사가 다시 "경기도지사 김문수입니다"라고 말했지만 "예, 무슨 일 때문에 전화하셨습니까"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김 지사가 "도지사라는데 안 들려요?" 하자 근무자는 "무슨 일 때문에 전화했는지 먼저 말씀하십시오" 한 뒤 "긴급 전화로 하셨으면 무슨 일인지 말을 하셔야죠. 그렇게 말하려면 일반 전화로 하세요"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김 지사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다른 근무자가 전화를 받았다. 김 지사가 이름을 대자 근무자가 자기 이름을 밝혔다. 그러나 김 지사가 "방금 전화받은 분이 누구십니까" 하고 묻자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하는 답이 돌아왔고 이제는 김 지사가 전화를 끊었다. 김 지사는 두 차례 전화에서 여덟차례 신분을 밝혔지만 근무자는 모두 장난 전화로 생각했다고 했다.

김 지사는 결국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에게 겪은 일을 전하며 "내 이름을 듣고 장난 전화라고 생각하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인명 사고 등 긴급한 상황을 최일선에서 다루는 근무자가 한 장소에서 성인이 두 차례 전화했으면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는 게 순서"라며 "전화 응대 교육을 하라"고 말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지난 23일 해당 근무자 2명을 포천과 가평소방서로 인사 조치했다.

매뉴얼인 '표준작전절차' 따르면 상황실 근무자는 먼저 자기 이름을 밝혀야 하고, 임의로 장난 전화라 판단하는 것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소방관은 "김 지사가 용건을 바로 말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일인데 자꾸 '내가 누군데 넌 누구냐'고 물은 것도 문제 아니냐"고 말했다.김문수 지사와 119 소방교의 음성 통화 내용. /출처=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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