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종]STX 김윤중, "이 세계를 지킬 마법 능력을 주세요"

2011. 11. 2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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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수 누나가 친하다고 해주니 영광이에요

STX 프로토스 김윤중입니다.'띵-동!'

근황이 궁금한 선수들을 포모스가 대신 찾아가 드리는 서비스 '초인종'. 이번 초인종 인터뷰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눈치 채셨나요? 이번 초인종의 주인공은 '제왕' 김윤중 선수입니다.

박카스 스타리그 2009 예선을 통과한 뒤, 눈물을 펑펑 쏟아내 화제가 됐던 김윤중 선수는'제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팬들은 김윤중 선수의 기사에 '제왕'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때마다 '왜 제왕이냐, 눈물 '제'자 인 것이 맞냐'고 의견이 분분하기도 하죠.

초인종 인터뷰가 올라올 때마다 빠짐없이 확인하며 '혹시 다음은 내 차례가 아닐까' 기다렸다는 김윤중 선수. 지금부터 STX의 막내에서 어느덧 고참이 된 김윤중 선수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 안녕하세요. 포모스에서 가정 방문 나왔습니다. 팬들께 간단한 인사부터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지난 시즌 이후 이렇게 인사 드리는 게 정말 오랜만이군요. 인터뷰로 인사드릴 수 있어서 좋고, 또 팬 분들께 제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

- 초인종 인터뷰 하게 된 소감이 어때요? 한 번쯤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는지요.▶ 매번 다른 선수들 인터뷰를 볼 때 지목 선수를 유심하게 봤죠. 혹시나 나를 찍으려나 하는 생각에 본 적도 많이 있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엇! 이 사람이 나를?'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임정현 선수가 너무 뜬금없이 지목을 하셔서 정말 놀랐네요. 물론 기분은 좋았어요. 이름이 계속 안 나왔다면 저는 정말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죽어있는' 선수가 됐을 텐데 이렇게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게 돼 좋아요.

김윤중은 팀 내 가장 재미있고 활발한 선수로 꼽힌다.- 본인을 지목한 임정현 선수의 질문을 전달할게요. "중학교 때 청소년 사이버 대회에서 저와 결승을 치렀는데 제가 져서 준우승을 했어요. 아직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더불어 그 때 친구들과 같이 갔는데 김윤중 선수가 되게 어리게 생겨서 친구가 "넌 왜 초등학생한테 졌냐?"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려 보였던' 외모 때문에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지도 알려주세요."▶ 아주 생생하게 잘 기억하고 있어요. 기억력이 정말 안 좋은 편이지만 그건 좋은 추억이라 잘 간직하고 있었거든요. 게이머를 하면서 진심으로 즐기고 순수한 열정이 있었던 때였어요. 중학생 때 친구들 꼬드겨서 데리고 서울까지 왔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진짜 기뻐했었죠. 그 때 친구들에게 고기 부페도 쏘고 너무 좋아했던 걸 잊을 수가 없어요.

잠시 잊고 지냈던 이야기를 임정현 선수가 말해주셔서 새록새록 기억이 되살아나고 좋군요. 그런데 상대가 임정현 선수인지는 전혀 몰랐어요. 그냥 게임하다가 그만 둔 분인 줄 알았는데 아직도 프로게이머 하시는 분인지 미처 못 알아봤네요(웃음).

저도 제가 어리게 생겼다고 생각하는데 팀 내에서나 주변 사람들이 다 삭았다고 해요. 나름 마음도 어리고 얼굴도 어리다고 생각합니다. 민증은 항상 요구 받는 것에는 작은 키도 한 몫 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제 키에 만족해요.

- 중학생 시절을 한참 지나 이제는 팀의 고참이 됐어요.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에도 주장을 하게 돼 책임감이 막중할 것 같아요.▶ 제가 17살에 입단해 (김)구현이와 같이 진짜 순수 막내였어요. 구현이는 뭔가 엘리트 코스를 밟았죠. 애가 워낙 잘 빠져나가서 잡일도 안 하고 주전들 사이에 껴서 게임을 했어요. 저는 실력도 부족했고 팀에서 막내 이미지가 너무 강해 형들이 말만 하면 다 했어요. 형들이 잘 한다고 부추겨서 밤마다 라면을 8~9개씩 끓이던 시절이 있었어요.막상 서열로 '넘버 2'가 돼보니 막내에서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통 모르겠어요. 세월이 보통 빠른 게 아닌 것 같아요. 이러다가 금방 서른 살 되고 정말 어른이 될 것만 같아요.

- 프로토스 중 맏형이면서 유일한 베테랑 선수에요. 다른 선수들은 전부 공식전 경험이 거의 없는 신인이라 이끌어주기도 해야 할 것 같군요.▶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제 코가 석자인데 주장에다 프로토스 라인의 맏형이라서요. 밖에서 볼 땐 제가 팀의 프로토스를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내부적으로는 다른 동생들과 똑 같은 위치에서 경쟁하고 있어요. 애들이 경험이 없어 그렇지 실력은 굉장히 좋거든요.(변)현제와 (조)성호는 물론 새로 들어온 동준이도 잘해서 내부 성적으로는 제가 프로토스 중 막내에요(웃음). 팬분들이 이번 시즌에 저희 팀 프로토스 새 얼굴을 자주 볼 수 있으실 거에요. 사실 제가 책임이 막중해야 맞는 거지만 실제로는 저 살기에 급급하답니다.

섬뜩한 성적, 섬뜩한 표정?- 공식전 총 전적이 132전인데 66승 66패로 정확히 5할이에요. 어쩐지 섬뜩한 성적입니다.▶ 제가 경기를 그렇게 많이 했나요? 말도 안돼, 많이 했구나. 오래 살았네. 저도 지금 놀랐어요. 솔직히 5할은 너무하네요(한숨). 제가 5할 밖에 안 되는 선수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가뜩이나 없는 자신감이 더 떨어져요. 어서 5할을 벗어나고 싶어요.

- 프로토스면서 테란전 성적이 가장 안 좋아요. 통산 승률이 41.4%라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상성 종족인 저그전 승률 52.9%보다도 한참 낮은 수치에요.▶ 팀에서 테란을 잡으라고 자꾸 내보내는데 못 잡아서 그렇게 됐어요. 프로토스니까 테란을 노리고 나가는데 만나도 지니 어쩌겠어요. 이겨야 하는 타이밍에 바보 같은 게임하고 말아서 아쉬웠던 경기가 굉장히 많아요. 이름있는 테란들은 오히려 종종 이기는 것과 달리 약간 네임밸류 떨어지는 선수들에게 휘둘리다 무기력하게 쓰러졌던 적이 많죠.

- 천적이나 라이벌로 생각하는 선수가 있는지요.▶ 승률만 봐도 아실 수 있듯 제가 프로토스전에 자신이 있어요. 그런데 항상 (이)경민이한테는 물량에 휩쓸렸던 것 같아요. 경민이의 물량이 더 많아 보이니까 게임을 하면서 위축이 되나 봐요. 정말 레벨 차이 나는 선수 간의 경기처럼 제가 쉽게 졌네요. 라이벌은 눈 앞에 있는 우리 팀 프로토스 선수들이에요. 애들과 똑같이 경쟁해서 이겨야 프로리그에 나가 활약할 수 있으니까요.

- 테란전 성적은 안 좋지만 이영호와는 호각세죠. 이영호의 대항마로 꼽히는 프로토스 중 한 명이잖아요. 올해 이영호전 2승 1패를 기록하기도 했고요.▶ 제 입장에서는 (이)영호와 이름을 섞을 수 있다는 자체가 영광이에요. 제 기억에 남은 것은 처참한 패배뿐입니다. 10-11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 제가 지는 바람에 팀이 실신 당했어요. 저는 영호랑 할 때 팬분들에게 멋있는 장면을 보여 드리려고 연습을 많이 했어요.완전히 새로운 경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방송에서 실수를 하고 제대로 못 보여드려서 정말 아쉬웠지요. 쓰라린 패배의 기억 때문에 영호를 한 두 판 이겼다고 감히 대항마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팀이 플레이오프만 가면 바로 탈락하는 징크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진짜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뭔가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런지 왜 똑같은 방향으로 팀이 이렇게 되고 있을까요? 떨어지려면 진작에 떨어지든가 올라가긴 해놓고 떨어지니까 정말 미스테리에요. 팀에서도 문제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딱히 찾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아쉬운 결과만을 남겼어요.

허영무의 천지 스톰-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 무엇일지 궁금해요.▶ 수 많은 경기가 기억나지만 가장 안타까운 건 2008년 프로리그에서 임요환 선수와 콜로세움에서 장기전 끝에 진 경기에요. 그 땐 진짜 제가 미쳤죠. 제가 유리한 입장이어서 감히 멋있는 장면을 연출하겠다고 아비터 리콜을 했다가 화를 불렀거든요. 테란 유닛 위에 병력을 소환하려고 했는데 리콜이 안 됐어요. 당황해서 어택 땅 찍고 망했어요.

그런 경기가 한 둘이 아니라 아직까지 월급 받으면서 버티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랄까요. 공군 선수에게는 지면 안 된다는 압박감 때문에 오히려 패배가 늘었어요. 서지훈, 변형태 선수 등 공군 테란에게 돌아가면서 지고 말았답니다.

- 세 종족 중 왜 프로토스를 선택했어요? 가장 약체 종족으로 평가 받고 있어서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아요.▶ 판타지를 굉장히 좋아해서 영화를 볼 때 마법이나 신기한 장면이 나오면 굉장히 재미있게 봐요. 내용 따윈 필요 없고 오로지 마법이 재미의 평가 기준이에요. 어릴 때 마법을 쓰면 나갈 것 같아 운동장에 혼자 서서 하려고 시도한 적도 있어요(웃음). '하나님, 제가 이 세계를 반드시 지킬 테니 마법을 쓸 수 있게 해주세요'하고 기도한 적도 여러 번이죠. 사실 지금도 그런 상상을 많이 해요. 그래서 프로토스를 골랐고, 사실 별명도 마법과 관련된 것으로 바뀌면 좋겠어요.막상 제 게임 스타일은 마법 유닛을 잘 안 쓰는 기본병력 물량 스타일이에요. 다른 선수들의 게임을 보면서 소름 돋은 적이 딱 한 번 있는데 (허)영무 형이 천지스톰을 뿌릴 때였어요. 스톰을 골고루 잘 뿌리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스톰 덕분인지 영무 형이 전투를 굉장히 잘 하죠.

마법을 사랑하는 프로게이머 김윤중.- 허영무 선수가 속했던 육룡이 강성하던 시절이 있었고 현재 택뱅이 프로토스를 이끌고 있어요. 프로토스라면 누구나 그런 위치를 꿈꿀 것 같아요.▶ 육룡은 감히 제가 들어갈 데도 아니고 정말 잘한다는 생각으로 우러러 봤어요. 저도 잘해서 끼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죠. 육룡이 활개칠 때 스타판이 가장 재미있었어요. 이제는 유명무실해져서 아쉽네요. 새로운 프로토스 세력이 등장할 때, 저도 꼭 일원이 되고 싶어요. 만약 그렇게 되면 팬 분들이 지어주신 좋은 별명을 받아서 멋있게 활동하고 싶어요.

'택뱅'은 정말 대단해요. 실제로는 둘 다 착한 사람이란 느낌이 들지만 막상 게임 하면 달라져요. (김)택용이 형이 날아다니고 (송)병구 형이 우직하게 잘 하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죠. 프로토스를 하는 저도 어떻게 그렇게 잘 하는지 모를 정도에요. 따라 해보려고 여러 번 시도한 다음 저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걸 알았죠. 각자 색깔이 있어서 쉽게 카피하기도 어렵고, 또 남 따라해서 잘할 것 같으면 KT에 이영호가 다섯 명은 있었을 테니까요(웃음). 많이 부러워요. '택뱅'이 잘해도 보통 잘하는 게 아니라서.

- 그렇지 않아도 진영화와 이경민 선수 등 새로운 프로토스 선수들이 지난 시즌에 크게 활약했죠.▶ 적은 나이가 아니라 이번 시즌에 뭐라도 들지 못하면 다음에는 더 힘들 거에요. 그 선수들 틈에 끼려면 지금 밖에 기회가 없을 것 같으니 어떻게든 잘 해야겠어요.

- 당연히 새 시즌에는 지난 시즌보다 더 나은 성적을 목표로 하고 있겠군요.▶ 원래 사람이 시즌이 바뀔 수록 목표도 높아져가고 생각도 달라지잖아요. 저는 뭔가 시간을 역행하는 것처럼 3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에요. 구현이가 가고 나서 제 자신이 이상해졌어요.

- 아마 많은 분들이 김윤중 선수의 전성기를 곰 클래식 대회 때라고 말할 거라 생각해요.▶ 그런 말을 많이 들어요. 개인리그에서 이룬 것도 없고, 곰 클래식 대회가 유일하게 4강을 간 때여서 그런가 봐요. 그때는 대진운도 좋았고 모든 일이 잘 풀렸어요. 실력도 없으면서 4강을 가서 상금을 많이 챙겼답니다(웃음). 정말 좋았어요.

눈물은 이제 그만!- 김윤중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있어요. 바로 2009년 박카스 스타리그 예선 통과 후 눈물을 흘린 일이에요.▶ 저를 항상 따라다니는 꼬리표에요. 울고 난 후부터 친구들을 만나면 왜 울었냐는 질문을 먼저 받았어요. 당시에는 정말 간절해서 눈물이 났어요.

- 평소에도 감수성이 풍부한 편인가요?▶ 다른 사람이 볼 때는 뭐 멍청하고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 거에요. 그 때문에 사람들이 저를 편하게 대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고요. 그렇지만 사실 생각이 굉장히 많아요. 우울한 생각을 했다가 재미있는 상상도 했다가. 조도 모르게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고 있죠.

- 이제는 군 입대를 생각해야 하는 나이가 됐는데 김구현 선수가 공군에 가면서 조금 걱정이 될 법도 한데요.▶ 정말 신경 쓰여요. 군대라는 게 꼭 가야 되는 거라서 가기 싫다고 하면 안 되잖아요(웃음). (김)윤환이 형이랑 저도 걱정을 많이 하죠. 제가 17살이었을 때 형들 보면서 놀리다가 막상 입대하라 나이가 되니…친구들은 대부분 이미 전역해서 저 혼자 남아 더 우울해요.

구현이가 있었을 때가 저에게는 더 좋았어요. 마음이 편하고 게임이 잘 됐거든요. 구현이가 가고 나서 마음이 불안하고 알 수 없이 기분이 좋지 않아요. 구현이 없이 시즌을 지내본 적이 없어서 많이 걱정돼요. 제가 구현이었으면 좀 더 오래 팀에 남아있으려고 했을 거에요. 어쨌든 구현이가 합류하면 공군이 더 강 팀이 될 것 같아요.

제가 맨 처음 숙소에 들어왔을 때 구현이가 저에게 욕실을 안내해주고 "여기서 샤워해"라고 말하며 수건을 줬던 기억이 나요. 키가 너무 커서 동갑내기 친구일 줄 몰랐어요. 종족도 같아서 대화도 많이 나눴던 친구라 구현이에게 좋은 감정이 많아요.

생각해보니까 남은 동갑이 일장이 밖에 없네요? 와...예전엔 많았는데. 그 많던 90년생이 다 사라지다니 기분이 이상해요. 일장이도 오래 버텼군요. 동갑 친구가 일장이 밖에 남지 않은 것도 모르고 지냈다니.

벌써부터 늙어간다고 걱정하는 김윤중.- 서지수 선수와 친하다고 알려져 있잖아요. 정말 얼마나 친해요?▶ 저는 오래 게이머 생활을 했기 때문인지 지수 누나가 굉장히 편해요. 지수 누나가 유명하고 무게 있어 보여서 새내기 선수들이 어려워하는 것 같네요. 어, 지수 누나 우리 친해요? (서지수)하하, 친하지. (김윤중)친하대요. 정말 영광이에요.

- 김윤중에게 김윤환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팀에서 고참이 되면 그 선수가 '짱'이라 아무도 터치 못하는 점이 좋을 수도 있겠죠. 물론 저는 늙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싫어요. 예전부터 (김)윤환이 형에게 많이 기댔어요. 제가 물어보면 대답도 잘 해주고 좋은 말을 많이 해줘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이제와 돌이켜보면 실속이라고는 없는 조언이었지만요(웃음). 가끔 의견 충돌이 있지만 하루만 지나면 사과를 안 해도 풀어지는 굉장히 좋은 사이에요.

이름까지 비슷하잖아요. 제가 '김윤-김윤'조합이라고 하면 꺼지라면서 "너랑 엮이는 거 싫다"고 해요. 말로는 그러면서 속으로 좋아하는 거 다 알고 있어요. 한 마디 덧붙이자면 저는 윤환이 형의 실체를 알고 있답니다. 팬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런 이미지가 아니에요! 절대로.

- 특히 STX 다른 선수들이 워낙 어려서 그런지 벌써부터 늙을 걱정을 하는군요.▶ 요즘 제 손을 보면서 '언젠가는 나라는 사람도 사라지는구나'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언젠가 존재가 없어진다는 생각에 너무 우울해서 못살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신기하기도 하고요. 사람이 꼭 백살 까지 살라는 법도 없고 내일 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다른 사람들도 늘 이런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 다 물어보고 싶어요.

- 팀원들이 말하길 "윤중이 형이 방송에서는 특히 오바 한다"고 제보했어요.▶ 방송은 평소의 저와 좀 달라요. 더 들떠있고 재미있어요. 평소보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이미지가 진정한 제 자신에 더 가까운 것 같네요. 가만히 있으면 우울한 생각을 하게 돼서 다른 생각은 잊고 즐겁게 살고 싶어요.

학교를 다녀오는 길이던 이신형과 우연히 만나다.- 같은 팀 선수들과는 두루 친하겠지만 특히 누구와 사이가 가까운가요?▶ 오즘 많이 어울리는 선수는 (조)성호랑 (변)현제, (신)대근이 이렇게 셋이에요. 성호와 같은 방을 쓰고 현제는 옆 방이고요. 대근이는 예의가 바른 게 마음에 들어요. 참, 최근 스페셜포스 팀과 숙소를 바꿔서 이사를 했어요. 모든 짐을 날라야 했기에 너무 힘들었어요.

- 김윤중 선수가 벌써 5년째 STX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군요. 처음에 STX에 어떻게 들어오게 된 건가요.▶ 커리지 매치에서 제가 (조)일장이랑 붙었어요. 일장이가 아마 STX 연습생이었던가 그랬을거에요. 조규백 코치님이 보는 앞에서 제가 이겼어요. 그때 바로 커리지 우승하고 자격증을 땄더니 조 코치님이 오셔서 스카우트 제안을 하셨어요. 제가 원래 윗사람에게 표현을 잘 못해서 지금까지 조 코치님께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못 했네요. 조 코치님이 아니었으면 저는 지금 막노동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웃음).

- 종종 해설위원들께서 아이디가 셔틀이라고 짚어주시곤 하죠. 아이디는 어떻게 사용하게 됐나요.▶ 제가 만든 게 아니라 배틀넷에서 같은 길드 형이 주신 아이디에요. 사실 이 아이디를 구현이가 사용하면 '딱'일 것 같아요. 이제 와서는 좀 더 멋있고 저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아이디로 정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해요. 만일 프로게이머 중 셔틀 아이디가 탐나는 분이 계시면 양도해드리겠습니다.

- 쇼킹한 세리머니를 잘 할 것 같은 이미지와 다르게 이겨도 그냥 넘어갈 때가 더 많은 것 같네요.▶ 보는 사람들이 많으면 제 자신이 줄어들어요. 위에서 먼저 세리머니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김윤환 이 사람이 그렇게 경기에 많이 나가면 세리머니 한 번을 안 해요. 안에서 이렇게 까불면 뭐하나요, 밖에서는 그렇게 못하는데. 이게 다 윤환이 형 때문이라고 써주세요.

김윤중의 바탕화면은 영화 인타임에 출연했던 영화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여동생을 무척 아끼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사이 좋게 지내나 봐요.▶ 어렸을 때는 여동생을 굉장히 귀여워하고 예뻐했어요. 이제는 다 커서 볼 때마다 다른 사람 같아요. 연락을 자주 하지도 못하고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요. 그렇지만 생각이 깊고 똑똑한 애라 걱정은 안 해요. 초등학교 6학년이라 곧 중학생이 되네요. 요즘 애들이 성장도 빠르고 무섭더라고요. 동생이 중학교 들어가서도 잘 적응하길 바라요. 돌이켜보면 저는 중학생일 때 학교에서 풀로 잠만 자고 스타 하느라 바빴죠.

- 이제 22살이면 한창 이성과 연애에 관심이 많을 나이라고 생각돼요 여자친구 있어요?▶ 지금은 없어요. 소개 좀 해주세요. 저는 20살 때 첫 사랑을 했어요.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좋아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만큼 정말 많이 좋아했어요.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많이 만나기는 했지만 여자친구가 게이머 생활하는 남자친구 만나는 것을 힘들어하더라고요. 프로게이머 생활을 이해해주는 여성은 대단한 사람일 것 같아요. 여자친구가 안 생겨요.

- 일전에 프로토스 단체 인터뷰를 할 때 보니까 프로게이머들이 영화를 잘 안 보더군요. 혹시 최근에 본 영화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팀에서 단체로 '인타임'을 봤어요. 단발머리에 검게 염색한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너무 예쁘게 나와 내용은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그 영화 보고 모두 '아만다 홀릭'이 됐죠. 서로 좋다고 난리에요. 요즘 팀원들과 다 같이 아만다가 출연한 영화 챙겨보는 재미로 지내요. 제 컴퓨터 바탕화면을 아만다로 바꿨고 모든 배경을 아만다로 통일할 예정이에요. 강민경 사진으로 해놓은 카카오톡 배경도 아만다로 바꾸려고요.

- '이 말은 꼭 하고 인터뷰를 끝내야겠다'는 것이 있으면 한 마디 해주세요.▶ 임정현 선수 초인종 인터뷰의 댓글 중 왜 김윤중처럼 재미없는 사람을 지목했냐는 게 있었어요. 나름 유머에 자부심이 있는 사람인데 저를 재미없다고 생각하셔서 아쉽네요. 저 '나름대로는'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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