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토스'는 떠났지만, 오영종은 떠나지 않았다.

2011. 11. 2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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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오영종의 마지막 인터뷰

얼마전 협회 공시를 통해 은퇴 사실이 알려진 오영종.얼마 전 한국e스포츠협회에 대규모 은퇴공시가 떴다.어떤 이유로든 은퇴 처리가 늦어진 선수들과 최근 은퇴를 결심하거나 설 자리를 잃은 선수들이 모두 더해지면서 그 숫자는 굉장히 많았다.

스타크래프트와 스페셜포스의 은퇴 프로게이머 29명 중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바로 오영종이었다. '사신토스'라는 닉네임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오영종이라는 이름 석자는 e스포츠쪽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를 지니고 있다.

임요환을 꺾고 스타탄생을 이뤘던 So1 스타리그 우승, 비스폰 팀이었던 플러스 시절부터 화승 창단 후까지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약체 팀에서 프로리그 우승까지 그야말로 기적을 이뤄냈던 선수가 바로 오영종 아니던가.

놀랍게도 오영종은 자신의 은퇴 사실을 협회의 공지를 통해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아무런 항변을 하지 않았던 것은 이미 마음 속으로는 은퇴를 결심한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는 없었다. 어찌된 일이었을까.

사실은 이렇다. 오영종은 화승이 게임단 운영을 포기하면서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붕 뜬 상태가 됐다. 이제서야 얘기하지만 10-11시즌 중에도 은퇴를 고민하던 오영종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된 셈이다. 이후 집인 광주와 서울을 오가며 한참을 방황했고, 심정적으로는 은퇴를 결심한 상태에서 오영종은 결국 포스팅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 사이 전화번호가 바뀐 탓에 협회로부터는 드래프트에 대한 어떠한 사전 통보도 받지 못했다. 물론 후배들로부터 '참가하지 않을 경우 은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간주한다'는 얘기를 듣긴 했으니 크게 억울하지는 않다고 했다. 다만 일련의 과정들이 아쉬웠고, 자신의 은퇴가 확정된 것을 협회 홈페이지의 공시를 통해 확인했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을 뿐이다.

은퇴가 기정사실화된 뒤 마무리를 고심하던 오영종은 팬카페에 글을 남길까도 했지만 포모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팬들에게 인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은퇴 공시가 있은 지 한참이 지나서 오영종은 서울로 올라왔고, (프로게이머로서의)마지막 인터뷰에 응했다. 이상한 점은 한참을 마주하고 있었음에도 딱히 물어볼 것도, 오영종이 할 수 있는 얘기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는 것. 내내 답답함과 안타까움 속에서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그래도 오영종의 표정은 밝았고, 매력적인 목소리와 말투도 여전했다.

오영종은 그 동안 뭘 하고 지냈을까

고향인 광주와 서울을 오가며 지냈다는 오영종."집에서 스타2를 조금 했어요. 들었던 것처럼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굉장히 쉽게 올라가던데요. 프로게이머를 해봐서인지 아마추어 고수 수준까지는 금방 갔는데 그 이상은 힘들더라고요. (홍)진호 형이 이런 얘기를 하기도 했어요. 쉽게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다 잘하는 사람들만 나오는 때가 있다고. 특히나 저는 프로게이머 은퇴 결심을 하고 게임을 접겠다는 마음을 가졌던 뒤라서 절실함이 없잖아요. 3주 정도 하다가 지금은 그만뒀죠."

근황은 근황대로, 지난 얘기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일단은 e스포츠 쪽에서 일을 계속 한다면 저 스스로 코칭스태프를 하는 게 가장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 열아홉 살 때부터 계속 게임을 해온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결심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게임단이 해체됐잖아요. 상황이 쉽지 않더군요. 기존에 있는 코칭스태프들도 거취가 불투명한 상태라서 제가 설 자리를 찾는 게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마침 하고 있던 스타2도 프로토스로 했더니 쉽게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테란이 너무 좋아요.(웃음)

오영종의 지금 상태는

오영종은 은퇴를 한 지금, 부모님께 가장 죄송하다고 했다."솔직히 얘기해서 요즘은 잠을 잘 못 자요. 태어나서 이런 적이 처음이에요. 집에 있을 때가 많았는데 어머니도 걱정이 많으세요. 그래도 지금까지 열심히 일했으니까 잠깐 쉬는 것도 좋다고 말씀하시죠. 어머니는 제가 뭘 하든 간에 믿어 주시는 분이에요. 막상 뭔가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많이 도와주신다는 말씀도 하시고요."

가끔 경기석에서 아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응원했던 오영종의 어머니는 누구보다 프로게이머 오영종을 자랑스러워했던 분이다. 오영종이 살짝 귀띔을 해 줘서 알았지만 어머니는 2007년부터 오영종의 게임이 다 녹화했다고 했다. 그것도 아들이 이긴 게임만 모조리 해 놓으셨단다. 오영종은 그런 부모님에게 가장 죄송하다고 했다.

"뭔가 배우고 싶은 생각은 없나."

"몸으로 하는 건 좋아하는데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은 아직 없어요.(웃음) 이제부터 제가 뭘 할지 아직 제 자신도 잘 모르고요."

오영종은 이제 뭘 할 수 있을까

오영종은 e스포츠 쪽에서 더 이상 일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예전 화승 오즈 시절 나은택 게임단장님이 그런 말을 하셨었어요. 프로게이머를 그만 두더라도 회사 차원에서 뭔가 해주고 싶다는 얘기요. 그런데 그 분이 화승을 떠나셨고 회사 내부에서 더 이상 게임단으로 마케팅 효과도 없다고 생각했는지 결국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죠. 사실 선수로서의 아쉬움은 남지 않지만 제가 e스포츠 쪽에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인지도를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가 설 곳이 없다는 것이 아쉽긴 해요."

흐지부지 게임단을 접은 화승은 오영종 뿐 아니라 많은 선수들에게 결과적으로 못할 짓을 했다. 너무 쉽게 버린 것이다. 하지만 오영종은 그래도 화승은 자신을 여러 방면에서 성장하게 만들어 준 발판이 되어 준 곳이라며 원망하거나 서운해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은퇴 공시가 떴을 때도 "협회에서 전화 한 통이라도 해줬으면 덜 허탈했을텐데"라고 했던 것과 비슷한 뉘앙스 같았다. 어쨌든 오영종은 당분간 쉬겠다고 했다. 한참을 쉼 없이 달려오기도 했고 늘 든든한 응원군이었던 부모님도 "좀 쉬는 것도 좋다"라고 말씀해 주시기 때문이다.

오영종은 그 동안 얼마를 벌었을까

"어느 정도 벌긴 했죠. 제가 한창 잘했을 때 억대 연봉으로 계약을 한 적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 #160; 상상하는 것처럼 큰 돈을 번 것은 아니에요.

당장 제가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자금으로 쓸 만한 목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또래 젊은이들에 비하면 많이 벌었죠.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통장을 다시 만들었을 때가 생각나는데 원래 새 통장을 만들면 1000원이라도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은행 직원이 "잠시만요." 하더니 VIP라서 그냥 만들어 주겠다고 하더군요. 그 동안 그 은행에서 거래했던 금액이 꽤 됐나봐요. 물론 그 중에 반 이상은 집에 드린 것 같아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오영종은 부모님께 드린 것 외에도 한 살 터울의 누나가 어학연수를 다녀오는데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기도 했다. 예전 이윤열처럼 가세를 일으킨 정도는 아닐지언정 경제적으로는 큰 효도를 한 셈이다. 멋진 �은이다.

오영종은 후회하지 않는다"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저한테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운명처럼 다가왔어요. 저도 처음에 시작하면서 제가 이렇게까지 잘하게 될 수 있을지 몰랐죠. 그래도 프로게이머는 제 인생에서 성공이라는 글자를 경험하게 해준 시간이었어요.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요."

"힘든 시절은 분명히 있었을 거다."

"플러스 시절에 (성)학승이 형이 SK텔레콤으로 가고 (박)지호 형이 POS에 가고, 내가 믿었던 형들이 다 다른 팀으로 갔을 때 힘들었죠. 게이머를 그만둘까도 했었어요. 그 때 예전 조정웅 감독님이 저에게 믿음을 심어줬죠. 저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는데 항상 저한테 "너는 우승할 수 있어"라고 해줬고, 그게 또 정말 우승으로 이어졌으니까요. 그 때 알게 된 사실인데 정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것 같아요."

마침 인터뷰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정웅 감독과 오랜만에 안부 인사를 주고 받을 기회가 있었다. 조정웅 전 감독은 오영종이 이런 얘기를 한 것에 대해 "내가 한 건 하나도 없다. 스스로 노력해서 해낸 것 뿐이다."라고 말하면서도 뿌듯해하고 고마워하는 눈치였다. 비록 지금은 둘 다 은퇴를 하게 됐지만 그들에게도 참 좋은 시절이 있었다는 게 새삼 느껴졌다.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게임을 할 때만큼은 최선을 다했고 보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오영종. 스스로 다시 그만큼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노력하기도 했고 스스로 만족스러울 정도로 성과를 내기도 했던 오영종은 남은 후배들에게도 노력에 대한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어설프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프로게이머 됐다고 해서 만족하고 그 타이틀에 매여 있다가 은퇴하는 선수들을 참 많이 봤거든요. 잘하는 선수가 괜히 잘하는 게 아니에요. 그만큼 노력을 해서 그 자리에 있다는 점을 잘 알아야 해요. '택뱅리쌍'이 가장 잘하는 이유는 그 네 명이 지금까지, 혹은 지금도 가장 노력을 많이 했고 또 하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되고 싶으면 그만큼 노력하면 됩니다."

오영종이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오랜 시간 동안 응원해 준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오영종.약 8년 간 프로게이머 생활을 했다는 오영종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이뤘다. So1스타리그에서 임요환을 꺾고 감격의 우승을 하기도 했고 항상 하위권에서 맴돌았던 팀을 결국은 프로리그 우승까지 해 내면서 팀원들과 얼싸안고 울기도 했다. 개인리그 우승, 준우승, 프로리그 우승, 준우승, 다승왕, MVP까지, 돌아보면 오영종은 참 대단한 프로게이머였다. 그런 그가 은퇴를 하고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갑작스럽게 은퇴 소식이 전해진 느낌이 없지 않아 있어요. 아직까지도 온라인을 통해서 팬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프로게이머 오영종의 경기를 더 보고 싶습니다'라는 말이에요. 그만큼 팬들이 저를 좋아해 주셨는데 은퇴를 해서 팬들에게 죄송하죠. 기억에 남는 팬은 많아요. 르까프 시절부터 항상 제 치어풀을 만들어 준 친구가 있었는데 같이 군대에 가고 그 분도 전역해서 다시 경기장을 찾아 주기도 했었어요. 팬들의 함성도 기억에 남아요. 예전에 신한은행 스타리그 때 (전)상욱이랑 경기를 했는데 그 때 상욱이가 굉장히 인기가 많았어요. 특히 여자팬들한테. 그래서 경기 전부터 상대방 팬들에게 기가 눌리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현장에 가 보니 저를 응원해 주시는 팬들이 타임머신 안에 있어도 울리고 느껴질 만큼 많이 와주셨어요. 지금 생각나는 순간이 그 때지만 언제나 팬들의 응원을 받았기 때문에 절대 잊을 수 없죠."

오영종에게 마지막으로 손을 흔드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 "그런 사진 찍으면 정말 마지막인 것 같잖아요. 제가 아무리 이 판을 떠난다 한 들 관심과 애정은 식지 않을 거에요. 제가 e스포츠에서든 전혀 다른 분야에서든 언젠가는 나중에 또 인터뷰할 날이 오겠죠. 그냥 웃으면서 찍을게요.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웃는 모습으로 인사를 하고 싶었다는 오영종.강영훈 기자 kangzuck@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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