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인터뷰]'최종병기'이영호의 진실 혹은 거짓 -1부-

2011. 11. 22. 21:2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에게 득도했다는 말이 갖는 의미는?

다섯 가지 질문으로 이영호를 알아본다오른팔 신경감압수술을 받은 뒤 재활훈련을 받던 이영호가 드디어 돌아왔다. 숙소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아직은 좀 어색하다"고 이야기하는 그였지만 실력은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인터뷰에 앞서 잠시 훔쳐 본 이영호의 연습 게임은 '역시나'였다. 마치 리듬을 타듯 경쾌한 이영호의 손놀림은 수술 전만큼이나 가벼웠으며 결과는 역시나 완벽한 승리였다.

되돌아온 이영호를 보며 팬들은 묻는다. '이전만큼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까?'라고. 길어진 비시즌 덕에 아직까지 보여준 것이 없어 선뜻 대답하기 어렵겠다 싶지만 이영호는 자신 있게 말했다. "나는 더 강해졌다"고.

단 1회 우승자에 불과했던 이영호가 써 내려간 2010년의 영광과 부상에도 불구하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던 2011년까지. 이 모든 게 믿기지 않는 거짓말 같은 일이었던 것처럼 여전히 최종병기 이영호에게 궁금한 것들이 잔뜩 남아있다. 이영호를 둘러싼 진실 혹은 거짓. 첫 질문은 '천재형 게이머'에 대한 것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1. 나는 천재형 게이머다 - NO

KT의 간판스타로 우뚝 선 이영호의 날카로운 눈빛"천재형 게이머라고 불리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노력을 많이 하기 때문에 분류하자면 노력형 게이머 같아요. 예전에는 '할 땐 하고 쉴 땐 쉬자'였는데 가면 갈수록 연습량이 늘어나고 있어요. 오히려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더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제가 생각하기에 전 연습생 때 되게 센스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노력하고 경험하다 보니 그런 게 조금씩 생긴 것 같아요."

사람들의 예상이 모두 빗나갔다. 발군의 센스와 실력 때문에 타고난 게이머일거란 생각을 했건만 아니었던 모양이다. 덧붙여 이영호는 "천재형 게이머와 노력형 게이머가 양분되기 어려운 것 같다" 답했다. 천재형 게이머로 보이는 사람들도 숨겨진 노력이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김)택용이 형도 좀 천재형 같은데 노력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 확실히 정의하지는 못하겠어요."

그렇다면 여기서 또 다시 궁금해진다. 이영호가 생각하는 진짜 천재형 게이머가 있을까? 의외로 이영호는 선뜻 대답을 내놨다. 그리고 그 대답 속의 주인공은 이영호와 같은 팀에 속해있던 '목동 저그' 조용호였다.

"(조)용호 형이 진짜 천재 같아요. 경기에 나갈 빌드를 한 두 게임 만에 다 짜곤 했거든요. 더 놀라운 건 실제로 그 빌드를 갖고 나가서 이긴다는 거죠. 당시에 전 피나는 노력을 했는데도 자주 졌기 때문에 이런 게 가능하다는 사실이 놀라웠죠(웃음). 용호 형은 만화에 나오는 천재형 게이머 같아요. 제가 한창 잘할 때 비슷하게 따라 해봤는데 금방 성적이 내려가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연습을 많이 하지는 못하더라도 하는 데까지는 하고 나가는 편이에요. 용호 형처럼 잠깐 해보다가 떨어진 성적을 회복하는 데 꽤 오래 걸렸으니까요."

센스가 발군이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듣는 이영호에게도 이런 슬픈 기억이 존재하다니. 이영호의 대답은 의외의 연속이었다. 천재형 게이머냐는 질문에 단박에 아니라고 대답한 것도 모자라 엄청난 연습벌레였다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이영호에게도 정명훈(SK텔레콤)과 이제동(8게임단)은 '넘사벽' 수준의 연습량을 가진 선수였다. 둘의 연습량은 도무지 따라갈 수 없다며 고개를 내저은 이영호는 "들리는 이야기를 종합해 보니 연습량에 있어서는 최강인 것 같다"며 둘을 치켜세웠다.

"게임을 하다 보면 종족 특성상 장기전도 많기 때문에 힘들어요. 그러다 보면 물도 마시고, 쉬기도 하는데 둘은 거의 안 쉬고 게임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정)명훈이 형도 저와 같은 테란이지만 스타일이 조금 다르다 보니 게임이 길지는 않나 봐요(웃음). 두 형들을 보면 정말 노력도 많이 하고, 재능도 있는 선수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이영호가 좋아한다고 밝힌 철권의 레전드 '무릎' 배재민그렇지만 이영호 역시 게임에 남다른 재능이 있을 터. 이영호는 다른 RTS 게임에도 재능이 있느냐는 질문에 "워크래프트3도 잠시 했는데 잘 못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나마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건 스페셜포스 같은 FPS게임이라는 것. 하지만 KT의 스페셜포스팀과 대결하면 쉽지 않다며 이영호는 아쉬워했다.

"스페셜포스 형들은 스타도 어느 정도 잘 해요. 전략도 만날 배워가거든요(웃음). 스타크래프트를 제일 잘 하는 건 (전)병현이 형이에요. 저그를 주로 하기 때문에 저그 선수들이 지고 있으면 '너 이렇게 했어야 돼!'하고 놀리죠. 반대로 저희가 스페셜포스를 하면 스포팀 형들과 1:3으로 붙어도 어려워요. 총을 정말 어찌나 잘 쏘는지……. 헤드샷으로 족족 죽어요(웃음)."

스페셜포스를 자주 해도 정확한 샷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모양. 그래도 이영호는 "철권은 좀 잘한다"며 자기 자랑(?)을 늘어놓았다. 철권은 한 번 하면 열명 이길 때까지 안 졌다고 하니 꽤 괜찮은 실력인 듯했다.

"게임기기가 놓여있던 책방 아저씨가 싫어했을 정도예요. 캐릭터는 로우랑 진을 주로 사용해요. 만약에 이벤트 성으로 종목을 바꿔서 다른 게임을 하게 된다면 테켄크래쉬에 나가보고 싶어요. 근데 기술이 어렵더라고요(웃음). 전 '무릎' 배재민 선수를 좋아해서 작년 WCG에서도 열심히 구경했죠."

이영호가 좋아하는 타 종목 플레이어가 있다니 어쩐지 신기한 느낌이다. '무릎' 배재민 역시 이 소식을 전해 듣는다면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엔 조금 화제를 바꿔 부종 실력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영호는 부종도 참 잘하기로 소문나 있는 선수다.

"부종을 많이 해서 그런지 타 종족에 대한 이해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 같아요. 다른 종족을 플레이 하면서 특성을 하나 둘씩 알아가는 게 즐거워요. 저 같은 경우에는 부종이 특별히 없어요. 저그라고 많이들 알고 계시는데 제가 저그를 좀 더 잘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제일 잘하는 건 프로토스로 테란을 잡는 거죠. 뭐, 저그로 테란 잡는 것도 할만 해요."

저그와 프로토스 둘 다 괜찮은 실력을 갖고 있는 실력자답게 부종전 승률도 높았다. 자주 게임하는 CJ의 김정우를 상대로 8:2 정도로 이기고 있다니 역시 이영호다.

"(김)정우 형이 최근에는 자기가 더 많이 진다고 드디어 인정하더군요. 제가 8:2 정도로 이기고 있기 때문이죠(웃음). 정우 형은 그 정도는 돼야 인정해요. 하지만 재활치료 후 다시 부종전을 하니까 제가 지더라고요. 확실히 계속 게임한 사람과는 좀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죠."

김정우와 부종전을 할 때는 이영호가 저그, 김정우고 테란을 골라 플레이 한다고 한다. 올스타전에서 이영호와 김택용이 종족을 바꿔 감쪽같이 모두를 속였듯이 김정우와 이영호가 종족을 바꿔 플레이 한다면 또 속아넘어가지 않을까 싶다. 엄청난 실력자들의 또 다른 플레이, 조만간 볼 수 있을까?

2. 나는 스타크래프트에서 정말 득도했다 - YES

이번 시즌에도 이영호의 비상은 멈추지 않는다!그렇다면 그 놀라운 실력이 언제부터 발휘된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나 이 궁금증은 이영호가 버릇처럼 말하고 했던 "깨달았다"는 말과도 연관돼 있다. 주위 동료들의 말을 들어봐도 이영호는 게임을 하면서 입버릇처럼 깨달았다는 말을 내뱉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영호 역시 이에 동의하며 "난 많이 깨닫는 편 같다"고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일주일에 여러 번 깨달았다는 말을 할 때도 있다고.

"사실 전 사소한 것도 깨달음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깨달았다고 했을 때는 중요한 포인트를 딱 알게 돼서 깨달았다고 한 건데 그 이후로 성적이 너무 좋아졌어요. 그래서 다행히도 많이 욕을 먹지는 않았죠. 요즘은 어떠냐고요? 요즘은 힘들어서 그런지 깨닫는 일이 별로 없어요(웃음)."

재활훈련을 다녀오더니 어쩐지 엄살이 늘어난 느낌이다. 하지만 이영호는 여전히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하며 매 순간마다 깨닫고 있다. 10년이 지난 게임이지만 아직도 개발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 이영호의 주장. 지금도 플레이 하면서 깜짝깜짝 놀라고 있다는 이영호는 "몰랐던 것들이 아직도 있다"며 최근에도 새로이 알게 된 것이 있다고 했다. 덧붙여 이영호는 "정말 스타크래프트는 잘 만든 게임인 것 같다. 이런 게임을 만들다니 정말 존경스럽다"고 개발사인 블리자드를 극찬하기도 했다.

"이미 빌드는 4, 5년 전부터 돌고 돌았어요. 지금은 2011년 이지만 빌드는 2005년 빌드를 사용할 때가 있죠. 빌드는 톱니바퀴처럼 돌아요. 다만 유행에 따라 트렌드가 바뀔 뿐이죠."

패션에 유행이 있듯이 빌드에도 유행이 있다. 테란의 본진 2팩토리 전략만 해도 언제 나왔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지만 그 클래식함이 오히려 신선한 전략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빌드가 조금씩 더 다듬어지는 것은 있지만 기본적인 틀은 여전히 유사하다.

그러나 이 돌고 도는 빌드 중에서도 깜짝 놀랄만한 빌드가 있었다. 바로 이재호의 본진 3스타포트 전략이다. 이영호는 이 전략을 두고 "틀을 깨는 전략이었다"고 평가했다. 차마 따라 할 엄두조차 못 내겠다고 말한 이영호는 정말 잘하는 선수 같다며 이재호를 칭찬했다.

또 이영호는 숙명의 라이벌인 SK텔레콤의 다양한 빌드에 대해서도 호평했다.

"최연성 코치 별명 중에 '빌드 깎는 노인'이라는 별명도 있던데 잘 지은 별명 같아요(웃음). 빌드를 정말 잘 만드시거든요. 아마도 선수 시절에 워낙 잘하셨기 때문에 일가견이 있으신 것 같아요."

완벽히 새로운 빌드는 없지만 빌드는 여전히 세세하게 다듬어 지고 있는 것일까? 이영호는 빌드를 만드는 것에도 꽤 흥미를 느끼는 듯 "SK텔레콤에서 빌드를 잘 만들기는 하지만 자신과는 스타일이 안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SK텔레콤에서 최연성 코치가 잘 다듬어진 빌드를 내놓는다면 KT에서는 선수들과 코치들이 함께 빌드를 새로이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제가 직접 참여해서 빌드를 세세하게 짜는 걸 좋아해요. 그게 저에게 더 잘 맞고요."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에 다 참여하고 싶어하는 이영호의 '첫 득도'는 아마추어 때였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아마추어 시절부터 깨닫는데 일가견이 있었던 것 같다.

"깨닫는다는 건 어려운 게 아니에요. 전 아마추어 때 깨달음을 얻어서 준프로가 됐고, 준프로에서 깨달음을 얻어 프로가 됐어요. 커리지 매치는 9번 나갔는데 두 번 만에 딸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죠. 실력은 안 되지만 운으로 올라간 결승이었는데 (허)영무 형을 만났고, 넘을 수 없는 벽을 느꼈어요. 완벽한 실력 차이를 느꼈죠."

그래서 이영호는 이번 허영무의 우승이 더욱 반가웠다. 항상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자신을 꺾고 올라간 만큼 우승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바람은 현실이 됐다.

차를 음미하며 인터뷰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어쩌면 이영호에게는 남다른 운이 따르는지도 모르겠다. 이영호의 바람이 진에어 스타리그에서 이뤄진 것처럼 게임 내적으로도 운이 따라주는 경우가 꽤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이를 두고 팬들은 '이영호는 눈치가 빠르다, 좋다'고 표현하곤 한다.

"정찰은 동물적인 감으로 해요. 낌새가 이상할 때 정찰을 해 보면 항상 뭔가 있더라고요. 그 때마다 저도 '운이 좋구나'하는 생각을 하죠. 완전히 감에 의존해서 하는 건데 잘 들어맞으니까요. 사실 언제나 감이 중요해요. 제 경기가 역전이 잘 나오는 건 예측과 감이 잘 맞기 때문이죠. 역전을 하려면 당장 지금만을 봐서는 안 돼요. 몇 수 앞을 더 내다봐야 하죠. 그런 능력은 연습으로 다져진 것도 있고 운이 따라주는 것도 있어요."

게임은 '감'으로 하는 거지만 감은 연습으로 다져지기도 한다. 이영호는 연습 때 파악한 데이터 베이스를 바탕으로 움직인다고 답했다. 반대로 상대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좁혀나간다. 이영호는 팬들이 분석했던 것처럼 '변수를 줄여나가는 것'에 치중해 운영을 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심리전이 필요하다며 이영호는 팬들에게 재미있게 게임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추천했다.

"이제는 팬들이 경기를 심리전 쪽에 중점을 두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전 경기를 할 때 심리전이 가장 재미있어요. 사전에 하는 인터뷰를 통한 심리전도 좋아하죠. 그런 것도 없이 게임만 하려고 하면 시시해요. 제가 계속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고 있는 건 아직까지 그런 재미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경기 내적인 심리전뿐만 아니라 경기 외적인 심리전도 즐기는 이영호는 송병구와의 박카스 스타리그 결승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3:0 스코어로 이영호의 압도적인 승리로 기록된 2008 박카스 스타리그 결승전에 대한 새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 것.

"사실 (송)병구 형과 할 때는 고의가 없었어요. 원래는 상대를 의식해서 인터뷰를 많이 하는데 첫 결승 때는 그럴 배짱이나 여유가 없었죠. 당시에는 정말 안티캐리어빌드를 다 짜온 게 맞아요(웃음). 당시 곰TV 스타인비테이셔널에서 병구 형을 꺾고 우승을 했기 때문에 자신감만큼은 충만했죠."

하지만 당시 이영호는 단 한 경기도 안티캐리어빌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초반 전략으로 순식간에 송병구를 제압했다. 결승전을 앞두고 급하게 빌드를 바꿨던 이영호는 그 이유에 대해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 때 KT에서는 (우)정호 형이 테란전을 제일 잘 했어요. 그런데 당시 사정이 있어서 결승전을 몇 시간 앞두고 정호 형과 연습을 거의 처음으로 하게 됐어요. 놀라운 건 안티캐리어 전략이 하나도 안 통하는 거예요. 계속 지기만 하니까 당시 코치였던 (변)길섭이 형이 '너 이 전략으로는 병구 못 이겨'라고 했죠. 속으로 정호 형이 좀 얄미울 정도였어요. 결승전 앞두고 사기저하 되게 왜 저렇게 잘하지? 싶었으니까요(웃음)."

KT 선수들의 인터뷰에 자주 언급되는 우정호가 또 등장했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고 KT 코칭스태프가 평가하는 우정호이지만 당시 날아다니던 이영호를 압도했다니 놀라울 정도다.

"그래도 오히려 결과적으로 잘 됐죠. 전략을 바꾼 덕분에 우승했으니까요. 안티캐리어빌드와 유사하게 경기한 게임도 딱 하나 있었는데 (송)병구 형이 맞춤 전략을 짜왔어요. 리버와발업질럿을 동반한 공격이었죠. 그런데 그마저도 연습 때 다른 팀 선수에게 당하고 왔기 때문에 대처법이머리 속에 차분히 그려져서 그대로 플레이 했어요. 정말 여러모로 운이 따라줬죠."

정말 엄청난 우연의 연속이 숨어있는 결승전이다. 이영호는 당시 '심리전으로 송병구를 속였다'는 말에 변명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변명할 길이 없었다"고 답했다. 이영호는 "기억이 안 나서 말을 못했다"며"변명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인터뷰로 견제한다는 이미지가 굳어졌다"고 웃었다.

"전 심리전 싸움을 좋아하기 때문에 괜찮았어요. 이런 게 있어야 팬들이 좀 더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최근에서야 당시 인터뷰의 속사정이 생각나서 이야기하게 됐죠."

3개의 스타리그 우승 트로피, 치열한 심리전도 한몫했다.경험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심리전에 재미를 붙인 이영호는 "이제 내 인터뷰를 사람들이 잘 안 믿는다"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래도 웬만하면 인터뷰에 솔직하게 응한다고 말한 이영호는 "인터뷰 심리전보다는 경기 내적인 심리전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다전제에서는 각 세트마다 빌드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죠. 제가 생각하기에 테란은저그를 상대할 때 다전일수록 유리해요. 반대로 프로토스전은다전일수록 불리하죠. 물론 저그 중에서도 상대가 (이)제동이 형이면 이야기가 좀 달라져요(웃음)."

이제동과의 다전제에서 연승을 달리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대다. 이영호는 "갚아줄 것이 많다"며 프로리그에서 이제동에게 연패 중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 이처럼 멘탈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이영호이지만 경기를 하면서 당황스러웠던 적이 많다. "수도 없이 많아서 기억이 안 날 정도"라고 대답하는 것을 보니 의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멘탈이 붕괴될 정도로 충격 받은 적은 없었어요. 최근에 절 당황시켰던 경기는 10-11 시즌 프로리그 결승전 때 도재욱 선수가 나왔던 걸 꼽고 싶어요. 전 개인적으로 택용이 형이나 명훈이 형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중에서도 택용이 형이 나올 줄 알았죠. 도재욱 선수도 잘하시지만 김택용이라는강력한 에이스가 있기 때문에 택용이 형을 예상하고 있었거든요."

경기를 하는데 당황하기도 했지만 도재욱의 기용에 대해 상대 팀에서 자신을 분석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니 지나치게 솔직하지 않나 싶었다. 하지만 이유를 자세히 들어보니 그런 생각을 가질 만도 하다. 이영호는 상대전적에서 밀리고 있다고 위축되는 스타일이 절대 아니라는 것.

"결승전 한 경기를 준비하는 건 또 달라요. 상대전적과는 무관하죠. 하지만 SK텔레톰 같은 경우에는 상대전적에서도 그렇고 경기에서도 압도적으로 도재욱 선수가 절 이긴 적이 있어서 내보낸 것 같아요. 나중에야 상대 전적을 생각해서 SK텔레콤이 도재욱 선수를내보낼 수도 있었겠다 싶었어요(웃음). 생각을 해보니까 제가 지난 시즌에 도재욱 선수한테 너무 많이 졌거든요. 물론 부스 안에서는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났기 때문애 별 생각이 없었죠."

그래도 도재욱은 여전히 무서운 상대다. 힘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겁이 나기도 한다는 것. 결승전 당시에도 도재욱이 언제 밀고 들어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했다고 이영호는 털어놓았다.

이번에는 이영호와 비슷한 멘탈을 가진 것 같은 신인 선수를 찾아보기로 했다. 이영호는 한참을 고민했다. 역시 '최종병기'와 비슷한 멘탈을 가진 선수를 찾는 게 쉽지 않은 것일까? 오래 고민한 이영호는 "다른 것보다 (주)성욱이의 눈빛이 정말 좋다"며 드디어 답을 내놓았다.

"본인은 자신의 눈빛이 어떠한지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눈빛을 한 번 쏴주고 부스에 들어가면 상대편이 기가 죽을 것 같아요. 저도 성욱이에게 게임하자고 말은 거는데 눈을 피하고 말해요. 성욱이 뒤통수만 보고 이야기하죠(웃음)."

막 데뷔한 신인을 보면서 남다른 느낌을 받았던 건 역시 '매의 눈'김정우였다. 보면서 '뭔가 저 사람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니 역시 남다른 감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그 때 당시 굉장히 잘하던 테란들도 김정우를 만날 때마다 지는 것을 보며 더욱 그런 생각이 굳어졌다.

최근 이영호는 게임 외적으로 깨달은 것도 있다. 수술과 재활훈련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평가한 이영호는 "경기력도 그대로인 것 같고, 이제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 치료하면서 인맥도 엄청 쌓았다"고 전했다.

"여러 종목의 운동선수들과 많이 친해졌어요. 아무래도 다같이 아픈 사람들이다 보니 서로 챙겨주면서 친해졌죠. 인생에 있어서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오랫동안 운동한 프로 선수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하는 게 더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자기 관리의 중요성도 확실히 깨달았죠."

자신이 닥친 상황에 절망하기 보다는 또 하나의 기회로 삼았던 이영호는 재활훈련을 받으면서 체력도 많이 비축했고 두 달 가까이 쉬면서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에 크게 만족하고 있었다.재활 기간이 한편으로는 행복하기도 했다는 이영호는 "말 그대로 한 단계 성장한 것 같아요"라며 미소 지었다.

매일같이 새로운 것들을 깨닫고 있는 이영호이기에 팬들의 기대가 더욱 큰 것인지도 모른다. 이번 시즌에도 또 얼마나 대단한 기록들을 세워나갈지 궁금하게 만드는 스무 살 프로게이머 이영호. 이영호에 대한 또 다른 궁금증들은 추후 업로드 될 '이영호의 진실 혹은 거짓' 2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조아라기자 sseal@fomos.co.kr

모바일로보는스타크래프트 1253+NATE/ⓝ/ez-iEnjoy e-Sports & http://www.fomos.kr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포모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