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경채, 변비·니코틴 잡는 '채소계의 보안관'

초겨울에 접어들면서 싱싱한 채소가 부족한 요즘에는 아삭아삭한 맛에 청량감이 뛰어난 청경채(靑莖菜)가 제철이다. 겨자과 식물로 중국이 원산지인 청경채는 얼갈이배추와 비슷하지만 잎과 줄기가 푸른색을 띤 데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잎과 줄기가 흰색을 띠는 것은 백경채(白莖菜)라고 부른다. 청경채는 비타민 A와 C를 비롯해 인체에 꼭 필요한 무기질 등이 다량으로 함유돼 있어 채소 중에 가장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는 만능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15일 '용인 모현 청경채'로 유명한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일산리 '청경채 마을'을 찾았다. 이 마을은 전국에서 청경채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곳으로, 1985년부터 청경채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온 마을 가득 채운 비닐하우스에서는 주민들이 청경채를 수확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싱싱함이 생명인 청경채는 오전 6시부터 수확작업을 시작한다. 그래야 오전 안에 도매시장인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청경채를 납품해 오후에 전국으로 배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경채를 국내에서 처음 재배했다는 권숙찬(62) 용인시설채소연합회장은 "비타민이 풍부하고 무농약과 양질의 퇴비로 기른 청경채는 늦가을부터 제맛을 낸다"며 "그냥 쌈채소로 먹거나 겉절이, 김치, 육류 볶음 등 다양한 요리에 곁들이는 채소로 청경채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갓 수확한 청경채에 된장을 넣은 뒤 밥을 싸 새참을 권했다. 아삭아삭하고 청량한 맛이 혀끝에 전해졌다.
청경채 수확과 포장을 하던 권 회장의 부인 김순오(61)씨는 "지난 26년간 쌓아온 청경채 작목반의 재배기술은 다른 어떤 지역에서도 흉내 낼 수 없다"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건강식으로 청경채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청경채 농장은 찾은 김수미(여·40·경기 용인시 김량장동)씨는 "시어머니 생신 때 요리할 잡채에 넣고 김치를 만들 청경채를 사기 위해 농장을 찾아왔다"며 "모현 청경채를 넉넉히 사 이웃과도 나눌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120개 농가가 농가당 10 ~ 50동의 비닐하우스에서 청경채를 비롯한 쌈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이 중 청경채 매출액은 연간 100억여원에 달한다.
이 곳 작목반은 지난 10여년 전부터 친환경 무농약 청경채를 연중 생산하고 있다. 또 청경채를 균일하게 키우는 특수 재배법을 개발해 이곳에서 생산한 청경채는 상품성이 뛰어나다. 특히 청경채 재배에서 가장 어렵다는 뿌리혹병을 예방하기 위해 일반 퇴비보다 3배 비싼 숙성퇴비를 사용하고 있다. 또 이곳 경안천 주변의 사질토양은 청경채 재배에 적합하다. 권 회장은 "지력을 높이는 다양한 농법으로 뿌리혹병과 노균병을 예방하고 있고, 무농약 재배로 용인 모현 청경채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청경채 박사로 소문나 있다. 일본의 최대 종묘·농약회사인 신젠타 회사의 연구원들이 그의 농장에서 3년간 청경채 재배법을 전수받기도 했다.
권 회장은 최근 청경채 우수종자를 보유한 국내 종묘사가 일본기업에 인수되자, 일본에 종자 로열티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품종개발에 나섰다. 이정민 용인 모현농협 경제과장은 "용인 모현면에서 생산된 청경채의 수도권 시장 점유율은 70%가 넘는다"며 "청경채의 품질향상을 위한 품종개량과 신재배기술 개발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 = 김형운기자 hw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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