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19금 연극을 모함했나..탄탄한 원작 바탕으로 20~30대 관객 몰이









19금 연극이 진화 중이다. 과한 노출과 자극적인 설정 없이, 촘촘한 연출력과 탄탄한 원작을 베이스로 20대~30대 젊은 관객몰이에 나선 것. 훔쳐보는 관음증 시선에서 작품성 있는 시도로 수면 위에 올라온 19금 연극, 그 변화의 바람을 살펴본다.
랭킹 10위 안에 19금 연극이 3개, 달라진 시선
남성 관객이 무대에 난입하거나, 배우 중도 하차, 공연장에서 기절하는 관객 등 각종 사건 사고로 9시 뉴스를 장식했던 19금 연극. 그래서 사람들은 '19금 연극=노출'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과도한 노출 대신 수준 높은 원작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19금 연극들이 늘어났다.
젊은 세대의 진짜 사랑과 성을 보여준 대학로 흥행 주역 '극적인 하룻밤'은 평단과 객석 모두 좋은 반응을 얻어 연장 상영에 들어갔고, 100년 넘은 원작을 기본으로 한 '블루룸'의 경우 송선미, 김태우라는 톱 배우들이 19금 연극에 출연해 화제를 낳았다.
'빌리 엘리엇'의 작가 리 홀(Lee Hall)이 쓴 쇼 드라마 '쿠킹 위드 엘비스'의 경우 음악감독 성기완이 참여해 퀄리티를 높인 작품으로 인간의 식욕과 성욕을 음식과 섹스, 그리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들로 금기의 경계에 블랙코미디를 얹었다는 평을 얻어냈다. 현재 연극 랭킹 순위 중 10위 권 내에는 19금 연극이 평균 3~4개 포함되어 있다(플레이DB 11월 기준). 그만큼 관객을 부르는 고퀄리티의 19금 연극이 많아진 것. 선택은 당신의 몫이겠지만 말초적 상업주의를 넘어서는 노력과 자구책이 연극계 안팎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자명해 보인다.
흥행돌풍 주역, 신춘문예 당선작 [극적인 하룻밤]
원나잇 스탠드를 즐기고 쿨한 척 헤어지지만 그 순간부터 시작된 사랑의 감정에 결국 승복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 '극적인 하룻밤'.
밀려드는 앵콜 요청으로 9월 18일까지였던 본래 일정을 벗어나 내년 1월까지 상영이 연장됐으며 작품으로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된 황윤정의 작품. 남자에게 배신당한 시후가 마찬가지로 버림 받은 정훈과 결혼식에서 만나 잠자리를 갖고, 자신의 자살시도를 막은 정훈과 시작된 줄도 모를 사랑을 다시 키운다는 스토리다.
'그 자식 사랑했네', '달콤한 원나잇', '발칙한 로맨스' 같은 로맨틱 코미디 연극이 랭킹 상위권을 고르게 유지하는 것은 노골적 노출을 배제한 채 요즘 세대에 맞게 앙큼하고 아찔한 주제의식을 담아내기 때문.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재치 넘치는 극적 장치들이 몰입도를 높인다. 나몰라라식 원나잇 스탠드에서 시작된 연애를 쿨한 세대의 몸짓유희와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언어로 표현하는 작품으로 포르노를 본 후의 찝찝한 기분이 아니라 달달한 연애가 하고 싶은 맘으로 극장을 나서게 한다.
19금 지수
노출이 가장 심할 때도 슬립과 속옷 정도를 걸친 채 연기한다. 특별히 눈살 찌푸릴 만한 장면은 없다. 베드신이 야하게 다가오지 않는 깨알 같은 웃음 코드.
공연일시 및 장소
2011년 7월 16일(토)~2012년 1월 22일(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공연시간평일 8시ㅣ토 4시, 7시ㅣ일 3시, 6시 (월요일 공연 없음)10월 3일 3시, 6시 공연 있음/ 10월 4일 공연 없음 티켓가격R석 3만5000원 / S석 2만5000원 관전포인트-19금 연극이지만 야하지 않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연극-사랑에 배신당한 여자와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가 하룻밤을 보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사랑 없이 시작한 두 남녀가 그려내는 사랑이야기가 요즘 세대에 어필할 가능성 높음.-능글맞지만 재기 넘치는 요즘 웃음 코드와 맞는 폭풍유머.-쿨한 척 하지만 알고 보면 순애보인 2011년의 남녀들을 위한 연극 SNS세대 레알 사랑과 섹스는?'극적인 하룻밤' 연출가 이재준 인터뷰19금 연극이 많아졌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19금이라고 해서 다른 노출공연과 같이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어요. 원작은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문학적으로 인정을 받은 작품입니다. 선정적 의도로 쓰여진 작품이 아니죠. 앵콜 연장 상영에 들어갔는데요, 관객은 얼마나 오며, 인기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2009년부터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오시죠. 주말에는 객석이 가득 차고, 평일 관객 또한 적지 않습니다. 커플 및 대학생을 타깃으로, 대중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였기 때문에 연극을 안 보셨던 분들도 쉽게 오시는 것 아닐까요? 타 공연에 비해 배우들의 개성에 따라 공연의 색깔이 많이 달라져요. 자칫 유치하거나 낯뜨겁고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리얼하고 위트 있게 표현한 것, 배우들의 디테일 연기가 인기 비결 아닐까요?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가 돋보이는데, 캐스팅 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극본이 있을까 싶을 만큼, 연기가 자연스럽고 즉흥적으로도 보였습니다. 주로 주변 추천을 받았는데 시후는 캐스팅이 쉽지 않았죠. 감수성이 풍부하고 4차원에 즉흥적이거든요. 배우 자체 성향에서 그런 느낌이 묻어나도록 했어요. 즉흥 연기의 경우, 배우 개인의 특징이 강하긴 하지만 대사의 톤과 구성에서 의도적으로 연출한 부분도 있습니다.
연습 중 자연스럽게 나오는 대사들 중 드라마에 벗어나지 않고 재미있는 것들을 잘 차용해 대사로 만드는 편입니다. 애드립이라기보다는 많은 연습에서 비롯된, 계산된 대사라고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대 무용을 하듯 양복을 입거나, 베드신에서 테이블 보를 싸며 "싼다!"는 동음이의어를 사용하는 등의 아이디어는 모두 작가들이 만들어내나요?
대본 자체도 재미있지만 극으로 만들면서는 좀 더 다른 상상력과 디테일이 필요했습니다. 말씀하신 것은 100% 대본에 없던 것들로 배우와 연출의 연습과정에서 만들어낸 것입니다. 지난 시즌에서 본의 아니게 테이블을 옮겨야 했는데 그냥은 좀 심심하더라고요. 상상해서 급하게 장난치듯 만든 것인데 은유법으로 위트 있게 받아들여주셔서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무려 4쌍이나 되는 커플을 등장시킨 이유가 궁금합니다. 톤을 맞추기 어렵지 않았나요?
배우 스케줄 문제로 여러 앙상블을 등장시킨 거죠. 장기 공연이니까요. 배우들 톤은 오히려 각자 자신에 맞는 정훈이와 시후를 만들도록 장려했습니다. 캐릭터의 큰 틀은 변하지 않지만 그 역할을 수행하는 배우의 특성에 따라 디테일이 달라졌죠. 그래서 팀마다 애드립에서 대사화된 대사들도 조금씩 다르고 디테일이 달라져서 관전 포인트도 다 다릅니다. 오히려 팀 별로 명확한 개성을 갖게 됐죠.
공연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요즘 젊은이들은 전쟁을 겪지도, 이데올로기를 고민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에게 가장 큰 고민과 관심은 사랑과 섹스죠. 현 젊은이들의 생각과 현실을 리얼하고 디테일하게 고민해 본 작품입니다. '사랑'이라는 정답 없는 게임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이 연극을 보고 웃거나, 울거나 '맞아 맞아' 하다 보면 돌아보고 싶은 추억이 떠오르거나 혹은 미소 짓게 되겠지요.
118년 된 원작의 숙성, 랭킹 1위 [블루룸]
좋은 원작과 솜씨 좋은 연출가, 그리고 연기 잘하는 두 배우가 만났을 때 얼마나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송선미, 김태우, 송지유 주연의 연극 '블루룸'이다.
쾌락을 즐기지만 염세적인 주인공을 주로 그리는 오스트리아 작가 아서 슈니츨러의 1897년작 '라롱드'를 영국 최고의 극작가 데이빗 헤어가 현대적으로 각색한 블루룸은 영화 '아메리칸 뷰티' 샘 멘데스 감독이 연출한 1998년 초연 작품에 니콜 키드먼이 출연, 최고 배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당시 블록버스터를 모두 거절하고 출연한 그녀의 파격 노출은 "지붕이 날아갈 정도의 예술적 기교와 섹슈얼한 느낌" '데일리 텔레그래프'이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택시기사, 남학생, 정치가, 극작가, 귀족 그리고 매춘부, 가정부, 유부녀, 10대 모델, 여배우 등 10쌍의 성적 행각을 이어 쓰기(라롱드) 방식으로 나열, 한국 초연에서는 2인극으로 각색해 주인공들이 1인 5역을 맡았다.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19금 작품을 선택했다는 송선미, 3년 만에 연극으로 돌아온 김태우는 기존의 연극배우들에게 기대할 수 없었던 극적 자연스러움, 생생한 표정 연기를 선보인다. 하지만 2인극인데다 한사람이 90분 동안 5명의 다채로운 인생을 표현하기 벅차 보이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일단 세종M씨어터 무대 자체가 대학로 소극장과는 비교할 수 없이 넓다. 무대와 객석 사이가 멀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관객도 보인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력과 이전 무대의 소품을 이용해 다음 장면으로 매끄럽게 넘어가는 열 번의 스피디한 장면 전환으 연출력이 돋보인다. 사랑은 없고 섹스만 남아버린 현대인들이 '성'을 대하는 태도가 어떤지 궁금하지 않은가.
19금 지수
코르셋을 착용하거나 톱에 브라 정도를 착용하는 정도의 노출로 수위보다는 연기에 관심이 간다. 배우들의 꼼꼼한 연기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가 노출 정도를 능가한다.
관전포인트
- 육체적 관계를 맺고 나면 관계는 사라진다. 속된 말로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의 남녀 버전.- 역할에 따라 목소리 톤까지 바꾸는 김태우의 연기에 주목할 것. 장면 전환과 함께 이루어지는 성행위 시간을 '10분' '0분' '8초' 등 디지털 레이저를 사용해 보여준 것도 재기 넘친다.- 성에는 열려 있지만 사랑에는 서투른 현대인을 위한 연극.- 꿈 같은 사랑이 아닌 현실에서 일어나는 관계와 섹스를 다룸.
공연일시 및 장소
2011년 10월 29일(토)~12월 11일(일)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 공연시간평일 8시/토 3시, 6시/일 2시, 5시(월 공연 없음)(인터미션 없이 90분) 티켓가격R석 6만원 S석 5만원 A석 4만원 소재와 구성력의 싸움 [가자 장미여관으로]40대 남성의 무대 난입과 배우 하차로 인해 공연이 미뤄지기도 했던 '교수와 여제자' 제작사에서 만든 '가자 장미여관으로'. 1987년 출간돼 화제를 일으킨 동명의 마광수 소설을 원작으로, 연출가 강철웅, 주인공 이파니가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에 이어 다시 만났다. '가자 장미여관으로'는 자신의 연인인 가수 지망생 사라가 장미여관에서 죽어가는 것을 본 마 교수가 살해 용의자들을 불러모아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세 남녀 커플은 성 접대를 강요 받는 여배우와 기획사 사장, 불륜을 저지르는 남 제자와 여 교사, 그리고 신정아 스캔들의 주인공들을 각색한 남녀들이다.
20년 전 원작 시나리오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세미 뮤지컬로 10여 곡의 노래를 가미, 코믹 요소를 삽입했다. 성(性)을 매개로 발생한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려는 노력이 보인다.
"불타오르는 본능과 억압적인 도덕률의 틈바구니에서 몸부림치며 관능적 상상력을 통한 인간해방과 삶의 자유를 연극 속에 보여주겠다."(연출가 강철웅) 사실 영화도 아닌 연극에서 매회 공연마다 100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 앞에서 10분 동안 전라 노출 연기를 펼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어색한 배우들의 연기력과 자극적 소재를 능가할 완성도, 빈 공간이 보이는 연출력은 아쉽다. 극을 완성시키는 것은 실제를 방불케 하는 베드신도, 전라 노출도 아닌 작품 완성도와 연기력이기 때문이다.
19금 지수
여선생과 남제자 역할의 전라 베드신으로 화제를 모음. 소품 뒤로 여배우의 전라가 등장하며, 베드신 역시 실제를 방불케 한다.
관전포인트
-'여선생은 수업 중' '교수와 여제자' 등 노출 신이 100% 등장하는 19금 노출연극의 클래식 버전.-노출과 적나라한 대사들 위로 얼마나 탄탄한 주제의식과 극적인 구성, 완성도를 보여줄지 미지수.
공연일시 및 장소
2011년 10월 22일(토)~12월 31일(토) 대학로 비너스홀 공연시간평일 3시, 8시 토, 일(공휴일) 3시, 6시(인터미션 없이 90분) 티켓 가격VIP 7만원 R석 6만원, S석 5만원, A석(스페어) 예매가 3000원(현장에서 2만2000원 추가 결제, 11월 13일까지 한시판매) ※ 자료제공 = 이다엔터테인먼트 오디뮤지컬컴퍼니 예술집단 참 초록나비컴퍼니 [글 = 박찬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02호(11.11.15일자) 기사입니다] ▶ [화보] 최정원, `입은거 맞아?` 착시 누드 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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