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336> 면역

2011. 11. 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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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등 병원체 침입 막기위한 생명체 자기방어기능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선천성 면역체계가 활성화되는 핵심 원리를 알아낸 미국의 브루스 보이틀러와 룩셈부르크의 율레스 호프만, 그리고 수지상(樹枝狀) 세포의 존재와 적응성 면역에서의 역할을 밝혀낸 캐나다 랠프 슈타인만에게 돌아갔다. 수상 사실이 공개되기 며칠 전 암으로 사망한 슈타인만은 사후에 노벨상을 받는 진기록을 남기게 됐다.

면역은 진균, 곰팡이, 박테리아(세균), 바이러스와 같은 미물(微物)의 침입을 막아내기 위해 진화적으로 만들어진 생명체의 자기방어 기능이다. 병원체의 침입은 감염성 질병이나 암 또는 자가면역 상실 등의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인류 역사에 깊은 상처를 남긴 흑사병, 천연두, 스페인 독감과 같은 감염성 질병도 모두 병원체의 침입에 의한 것이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면역 능력을 가지고 있다. 충분한 면역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생물은 병원체에 의해 멸종할 수밖에 없다.

피부, 침, 위액, 점액 등이 병원체에 대한 일차 방어막 역할을 한다. 기침, 재채기, 눈물, 그리고 피부에서 배출되는 디펜신과 같은 펩타이드도 병원체 침입을 막아주는 일에 도움이 된다. 장(腸)에서 자라는 대장균도 해로운 병원체의 번성을 막아준다. 비누와 물을 이용한 세수와 목욕도 병원체에 의한 감염 예방에 효과적이다.

병원체가 일차 방어막을 뚫고 인체로 들어가는 경우도 생긴다. 대부분의 식물이나 동물은 병원체가 체내로 침입하는 순간부터 면역 작용을 가동시키는 선천성 면역 기능을 가지고 있다. 병원체의 종류에 상관없는 일반적인 퇴치 기능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혈액 공급이 늘어나면서 감염 부위가 붉게 부어오르거나, 열이 나거나,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그 결과다.

선천성 면역 기능은 톨 유사 수용체가 미생물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분자의 구조적 특징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톨'(toll)이라는 이름은 1985년 초파리에서 유전자를 처음 발견한 독일 과학자들이 내뱉은 `대단하다'는 독일어 감탄사에서 유래된 것이다. 톨 유사 수용체의 기능을 이용해서 감염성 질병과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류머티스와 같은 자가면역 이상반응도 톨 유사 수용체의 활성을 억제해서 치료할 수 있다.

선천성 면역 작용으로도 병원체를 완전히 퇴치하지 못하면 본격적인 적응성 면역 기능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슈타인만이 발견한 수지상 세포가 적응성 면역 기능의 핵심인 `T(胸線) 세포'를 대량으로 방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수지상 세포의 신호에 의해 침입한 병원체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기능을 가진 맞춤형 항체(抗體)와 살해 T세포가 만들어져 면역 체계에 투입된다. 모든 병원체를 퇴치할 수 있는 다양한 항체를 모두 준비해두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선택하게 된 전략이다. 수지상 세포를 이용한 암 치료제도 개발되고 있고, 이식 수술에서 나타나는 면역 거부반응을 통제하는 방법도 등장하고 있다.

적응성 면역은 한번 경험한 병원체를 기억하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병원체에 의해 발생하는 병에 걸렸던 사람이 다시 같은 병에 걸리지 않는 것도 적응성 면역 체계의 기억 기능 덕분이다. 18세기 말에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가 처음 개발했던 천연두 백신이 그런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우두(牛痘)에 걸린 소에서 채취한 천연두 바이러스의 활성을 약화시킨 후 접종을 하면 천연두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퇴치하는 항체가 생긴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오늘날 천연두 바이러스는 지구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리게 됐다.

병원체와의 경쟁은 아프리카 초원에서 벌어지는 사자와 임팔라의 치열한 진화 경쟁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자연에 존재하는 병원체들의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노력에 따라 우리의 면역 체계도 진화해야만 한다. 자연은 겉으로만 평화롭고 조화롭게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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