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Style] 프랑스 고전영화의 은밀한 매력

2011. 10. 1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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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가을의 캠퍼스는 축제의 장이 되곤 했다. 교수님께 휴강을 받아내곤 교내 곳곳에 급조된 장터에서 막걸리 한잔을 걸쳤다. 친구와 한참을 떠들며 캠퍼스를 돌아다니면 체육대회를 빼고 가장 많이 눈에 띄는 행사가 영화제였다. '알제리 전투' '붉은 시편' '샤이닝' 등 극장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영화사적인 영화가 단골손님이었다. 뭐니 뭐니 해도 낙엽이 구르는 가을날에 어울리는 건 프랑스 영화였다. 가장 많은 건 장뤼크 고다르를 필두로 한 누벨바그 영화였으리라. 하지만 영화광을 자처하는 친구들은 누벨바그 이전 세대의 감독들, 장 비고나 장 르누아르, 로베르 브레송, 쥘리앵 뒤비비에 등을 이야기하곤 했다.

1930년대 프랑스 영화 중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영화. 슬리만 형사와 경찰은 알제리에 숨어 있는 도둑 페페를 찾으려 한다. 어느 날 밤 페페는 우연히 미모의 여성 가비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1940년대의 필름느와르와 그 이후에 등장한 네오리얼리즘의 전조로 평가받는다.

◆ 1930년대 시적 리얼리즘 영화 19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들의 영화는 난해한 해설과 함께 소개되는 영화사적인 영화라 왠지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흑백의 오래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재미가 있었다. '품행제로'의 베개 싸움은 언제나 다시 봐도 환상적이다. '망향'의 페페 역을 맡은 장 가뱅과 가비 역의 밀레유 바랑은 선남선녀의 표본이다. 하긴 이 영화들은 그 유명한 찰리 채플린의 영화 등 미국 영화와도 흥행 경쟁을 해야 했다.

누벨바그 이전에 프랑스 영화를 완성한 감독들은 1930년대 이후 대거 등장했다. 프랑스가 경제적으로 파탄 지경에 이르렀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 영화의 황금기'가 시작됐다. 대형 스튜디오의 전통에서 벗어나 감독 개인의 성향이 드러나는 영화가 대거 만들어진 것이다.

이 시대 영화의 특징은 흔히 시적 리얼리즘이라는 근사한 용어로 설명되곤 한다. 여기엔 프랑스의 다양한 문화적 전통이 유성영화라는 새로운 기술을 만나 만개한다. 시적인 대사 속에서 철학적인 주제를 담아내는 프랑스 영화의 특징을 살리려면 아무래도 무성영화보다는 유성영화가 낫다.

실험적인 '순수영화'를 추구하던 1920년대 아방가르드 무성영화는 '품행제로'나 '라탈랑트'의 환상적인 화면으로 태어난다. 스탕달, 발자크, 졸라, 모파상 등 프랑스 리얼리즘 소설의 영향 아래 영화 속 폭력과 범죄는 탐욕보다 열정 때문으로 묘사되고, 노골적이지 않은 성적인 유머는 세속적인 슬픔과 엇갈린다. 국가의 지원을 받는 극단에서 훈련받은 배우에게 유성영화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이 시대의 유명한 감독들 역시 연극이나 문학 분야 출신이 적지 않다. 마르셀 카르네는 신문기자이자 영화평론가였다. 쥘리앵 뒤비비에는 연극배우 출신이며 자크 페데는 연극 연출가였다. 마르셀 파뇰은 희곡 작가이자 연출자였다. 인상주의 화가인 피에르 오귀스트의 아들인 장 르누아르는 예외적으로 회화적 전통에 서 있었다.

◆ 프랑스 영화의 황금기 : 1930-1960 가을날 펼쳐지는 프랑스 영화 축제를 오랜만에 다시 찾아볼까. 대학의 작은 영화제 때 본 프랑스 황금기 시절 영화와 재회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개최하는 '프랑스 영화의 황금기 : 1930-1960' 기획전이다. 12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서울 낙원동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주한프랑스대사관, 주한프랑스문화원이 후원한다. 장 르누아르, 장 비고, 쥘리앵 뒤비비에, 마르셀 카르네, 로베르 브레송, 르네 클레망 등 프랑스 영화의 황금기에 활약한 감독 13명의 대표작 22편이 선보인다.

시적 리얼리즘이 만개한 1930년대 영화는 물론 나치 점령기 동안의 영화,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전후 영화까지 황금기의 자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프랑스 영화 고전기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영화사 강좌도 영화 상영 이후 두 차례 마련된다. 30일엔 '브레송의 영화와 프랑스 문학'을 주제로 정의진 상명대 프랑스어문학 교수의 강연이 준비돼 있다. 이 자리에선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 '무셰트'를 상영한 뒤 강연을 통해 그의 영화를 프랑스 문학사의 흐름 속에서 이해해본다.

다음달 6일엔 '마르셀 카르네와 시적 리얼리즘'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진행한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와 함께 마르셀 카르네의 '북호텔'을 보고 강연을 진행한다.

입장료는 일반 6000원, 청소년 5000원, 회원ㆍ노인ㆍ장애인 4000원이다. 인터넷 예매도 가능하다. 상세한 정보는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www.cinemathrque.seoul.kr)를 참고하면 된다. (02)741-9782 ■ [주요 상영작 소개] ▶ 품행제로 - 장 비고 (1933)장 비고의 첫 번째 극영화. 권위적인 기숙사 사감과 교활한 교장 등 억압적인 학교 교육에 맞서 반란을 일으키는 학생들의 모습을 영화화했다. 기숙사에서의 취침 점호, 깃털이 날리는 베개 싸움 장면과 결말의 지붕 전투 장면은 초현실주의와 사실주의가 결합된 장면들이다.

▶ 토니 - 장 르누아르 (1934)네오리얼리즘의 미학을 선취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 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전달한다.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삼각관계를 다룬 이 영화에서 범죄는 부수적인 사건일 뿐이다. 흘러가는 그대로의 삶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눈부신 작품.

▶ 북호텔 - 마르셀 카르네 (1938)카르네의 2차 대전 이전의 대표작. 파리에 온 젊은 연인 르네와 피에르는 북호텔에서의 동반자살을 계획한다. 피에르가 르네를 쏜 뒤 자신을 쏘기로 하지만 르네를 쏜 피에르는 겁을 먹고 달아난다. 루이 주베의 고통의 극치를 보여주는 연기가 영화에 긴장감을 안겨준다.

▶ 프렌치 캉캉 - 장 르누아르 (1954)르누아르가 자신의 후기작 중에서 가장 아끼는 작품. 전설적인 가수 에디트 피아프와 파타슈의 카메오 출연도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물랭루즈의 설립자 앙리 지들러의 삶을 바탕으로 뮤직홀에 대해 경배를 바치고 있다. 장 가뱅이 지배인 당글라드 역을 맡았다.

▶ 목로주점 - 르네 클레망 (1956)클레망의 대표작. 남편 랑티에가 바람이 나 집을 나가버린 후 절름발이 제르베즈는 두 아이와 함께 어렵게 살아간다. 몇 년 뒤 제르베즈는 기와공 쿠포와 재혼하지만 쿠포는 매일 술을 마시며 제르베즈에게 행패를 부린다. 그러던 중에 전 남편 랑티에가 돌아온다.

▶ 무셰트 - 로베르 브레송 (1967)14세 소녀 무셰트는 병든 어머니와 어린 동생,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와 오빠를 돌봐야 하는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도 소외당한 무셰트는 숲 속을 배회하다 갑작스러운 비를 만나고 비를 피하던 중 밀렵꾼 아르센에게 겁탈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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